미국 내 공자학원 94% 퇴출… 공산당 영향력, 안보 위협 원인

최창근
2023년 05월 17일 오전 10:09 업데이트: 2023년 05월 17일 오후 3:33

미국 내 공자학원(孔子學院·Confucius Institute)이 대부분 퇴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정부의 후원을 받는 공자학원이 미국 상아탑 내 학문의 자유는 물론 국가안보에까지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판단에 더해, 최근 양국 간 첨예한 갈등 분위기까지 맞물린 영향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의회 조사국(CRS)이 5월 펴낸 현안 보고서 ‘미국의 공자학원(Confucius Institutes in the United States)’에 따르면 2005년 메릴랜드대에 처음 설치된 미국 내 공자학원은 점차 늘어나 2017년 118곳으로 정점을 찍었지만 2022년 12월 기준 7곳으로 대폭 감소했다. 수치상으로는 최근 5년 사이 약 94% 이상 퇴출됐다.

2004년 한국에 1호점 ‘서울공자아카데미’가 설립된 것을 시작으로 공자학원은 급속히 증가하여 전성기인 2020년 기준 160여 개국에 560여 개가 설립됐다.

양적 팽창을 이루던 시기에 공자학원에 대한 전 세계의 의구심이 증폭됐다. 중국어·문화 교육 기관을 표방한 공자학원이 실제로는 중국 공산당의 프로파간다 기구 역할을 한다는 것이었다. 그 속에서 북미의 캐나다·미국 대학을 중심으로 하나둘 공자학원과 계약을 해지하거나 연장을 거부하는 방식으로 ‘퇴출’시켰다.

미국 국립과학공학의학원(NASEM)의 분석에 의하면 미국 대학들은 ▲학문의 자유에 대한 우려 ▲미국 안보에 대한 중국 정부의 잠재적인 영향력과 위험성 ▲중국어 프로그램 유지를 제한하는 법적 규제 ▲코로나19 팬데믹 등의 이유로 공자학원 계약을 해지했다.

지난 트럼프 행정부에서 공자학원 규제를 본격화했다. 미국 정부는 “공자학원과 공자학당은 미국 대학, 초·중·고등학교에서 중국 공산당을 선전하고 악의적인 영향력 행사하는 단체이다.”라면서 공자학원을 ‘외국 대행기관’으로 지정하고 활동 내역을 국무부에 보고하도록 의무화했다.

표면상 공자학원은 프랑스 ‘알리앙스 프랑세즈’, 독일 ‘괴테 인스티튜트’처럼 초급 중국어 수업 및 학술 협력 기회를 제공하는 교육기관이다. 다만 의회조사국 보고서는 “알리앙스 프랑세즈 등 서구권 문화원이 통상 독립적으로 운영되는 것과 달리 공자학원은 자율성이 없다.”라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일부 연구에 따르면 공자학원 및 중국 공산당 관계자들이 미국 대학의 교직원 등에게 중국 정부가 정치적으로 민감하게 여기는 주제에 대해 공개 발언이나 행사를 하지 않도록 직간접적으로 압력을 가했다는 사례가 있다.”고 지적했다. 구체적으로 달라이 라마 관련 행사, 중국 공산당 관련 언급 등을 제시했다.

다만 “국립과학공학의학원(NASEM) 보고서에 의하면 공자학원이 스파이 활동이나 지적재산권 탈취 등과 관련됐다는 증거는 아직 없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