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넘게 이어진 미중 ‘대화’…그러나 성과는 없었다

그랜트 뉴샘(Grant Newsham)
2023년 07월 30일 오후 2:41 업데이트: 2023년 08월 7일 오후 5:44

대화에는 그냥 대화가 있고, 생산적인 대화가 있다. 그런데 미국 정부 관료들은 전자의 대화에 만족하는 데 그치는 모양새다.

최근 미국 장관급 이상의 거물들이 연이어 중국을 방문하고 있다. 지난 19일(현지 시간) 존 케리 미국 기후 특사는 3박 4일간의 중국 방문 일정을 마무리했다. 앞서 이달 6일에는 미국의 경제 사령탑인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이, 지난달에는 외교 사령탑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이 방중했다.

미 당국은 이 같은 고위급 인사들의 잇따른 방중에 대해 필수적인 외교 행보였으며 결과 또한 성공적이었다는 입장이다. 언론에선 “솔직하고 건설적인 대화” “직접적이고 실질적이며 생산적인 대화” “소통 창구가 열렸다” “양국 간 오해의 가능성을 줄였다” 등으로 보도됐다.

이러한 보도에 내포된 메시지는 다음과 같다. “미국이 대화하기를 중단하면, 중국과의 전쟁이 곧 시작될 것이다.”

미 당국은 대화를 충분히 나누면 중국이 ‘정신을 차릴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정확히 어떻게 대화할 것인지는 명확하지 않다. 중국인들이 미국인들의 말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중국인들이 미국인들의 말 성찬에 질려 양보라도 할까? 블링컨, 옐런, 케리 같은 미 고위급 인사들의 순수한 매력이 중국 공산주의자들을 압도할지도 모르겠다.

이런 와중에 대화를 위한 대화는 비생산적이라고 조언하면 미국 외교정책 관계자들과 군 수뇌부는 어떤 반응을 보일까.

그러나 미국은 30년 넘게 공산주의 중국과 쉬지 않고 대화를 이어왔다.

중국의 행동을 바꾸기 위한 대화가 얼마나 효과를 발휘하고 있는가?

지금까지 미국이 대화를 통해 요구한 것 중 중국공산당 정권이 수용한 것이 하나라도 있는지 체크해보자.

대만에서 물러나라. 군사적 압박과 제재를 중단하고 대만을 국제기구에 가입시켜라.

일본에서 물러나라. 센카쿠 열도를 포기하고 오키나와(류큐 왕국)가 중국 땅이라는 주장을 더 이상 펼치지 마라.

남중국해에 대한 중국공산당의 영유권 주장을 기각한 2016년 상설중재재판소 판결을 인정하고 필리핀에서 물러나라. 필리핀 해역에 접근하지 마라.

미국에 대한 사이버 공격을 중단하라.

미국 기업의 지적재산권 도용을 중단하라. 미국을 포함한 외국 기업의 중국 시장 진출을 대가로 민감한 기술 이전을 더 이상 요구하지 마라.

중국 내 상장한 기업들에 대해 공산당 세포조직 의무 설립 강요를 중단하라.

강제수용소를 개방하고 위구르족 말살을 중단하라.

양심수, 종교인, 반정부 인사를 비롯한 모든 사람의 장기적출을 중단하라.

종교 단체가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도록 허용하라.

지미 라이를 비롯한 홍콩 자유주의자들을 석방하고 1984년 홍콩반환협정을 준수하라.

펜타닐 수출을 중단하라.

국영언론과 정부 공식 대변인이 더 이상 미국에 대해 경멸조로 논하지 않도록 공개 담론의 어조를 바꿔라.

대북제재를 이행하고 대북제재를 이행 중인 항공기와 선박에 대한 간섭을 중단하라.

공해 및 다른 국가들의 영해에서 중국 어선들이 불법 조업을 하지 못하도록 통제하라.

남중국해 및 대만해협에서 미군의 작전을 방해하는 행위를 중단하라.

위안화를 자유롭게 환전할 수 있도록 허용하라.

쿠바 내 정보수집 자산을 철수하라.

코로나19 발원지를 밝히기 위한 조사에 협조하라.

해외 비밀 경찰서를 폐쇄하고 현지 중국인에 대한 위협을 중단하라.

인질 납치를 중단하고 억류 중인 인질들을 석방하라.

이는 모두 지난 30여 년 동안 중국공산당과 대화한 안건들이다. 이 외에도 수십 가지는 더 거론할 수 있다. 대화를 더 많이 나눈다고 해서 상황을 개선할 수 있을까?

기대는 버리는 게 좋겠다.

대화와 외교는 같은 게 아니다.

대화는 할 말이 있을 때, 그리고 자신의 이익을 옹호하고 관철할 수 있는 위치에 있을 때 하는 것이다.

1980년대 냉전 말기 미국의 대외정책을 이끌었던 조지 슐츠는 “권력의 그늘이 협상 테이블에 드리워지지 않는다면 협상은 항복을 돌려 말한 것에 불과하다”는 말을 남겼다.

고인이 된 슐츠가 대화를 위한 대화에 대해 어떤 반응을 보일지 짐작 가는 발언이다. 최근 한 학자가 언급한 “외교는 사회복지가 아니다”라는 지적에 동의했을지도 모른다.

미국은 오랫동안 중국과 대화해 왔다. 그리고 지금까지는 성과가 없었다. 반대로 중국은 꽤 많은 이익을 챙겼다.

야구로 비유하자면 미국은 타율 0할대의 선수다.

반면 지난 50년간 미국 및 서구사회의 투자, 자유시장으로의 접근을 이용해 초강대국으로 성장 중인 중국은 9할5푼대의 타율을 기록하고 있다. 그런 중국의 목표는 세계 정복이다.

중국에 있어 유일한 예외는 트럼프 행정부였다. 트럼프 전 행정부는 친중 성향인 관계자들의 격렬한 반대와 부정적인 여론에도 불구하고 단호한 대중 정책을 펼쳐왔다.

그러나 2021년, 트럼프 행정부는 물러났고 타율 0할의 타자들로 구성된 팀이 대신 마운드에 섰다.

‘대화’를 주창하는 이번 선수들을 지켜보면서 할 일은 하나다. 위 목록을 확인하면서 중국이 달라진 점이 있는가 살펴보는 것.

그랜트 뉴샘(Grant Newsham)은 미국 워싱턴 싱크탱크에 본부를 둔 안보정책센터의 선임연구원이다.

*이 기사는 번역 및 정리에 황효정 기자가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