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 착용, ‘독성 화학물질’ 흡입 위험 있어” 韓 연구진

메리 길리스(Mary Gillis)
2023년 09월 1일 오후 5:40 업데이트: 2024년 01월 31일 오전 10:28

마스크가 바이러스 감염, 유해물질 흡입 등으로부터 건강을 지켜준다는 일각의 주장과는 다르게, 마스크를 착용하는 행위가 예상치 못한 건강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연구가 나왔다.

최근 한국의 전북대학교 에너지공학부 환경공학과 김용현 교수 연구진은 “마스크에서 나오는 독성 유해물질이 인체에 심각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국제 학술지 ‘생태독성학 및 환경안전(Ecotoxicology and Environmental Safety)’ 5월 호에 실렸다.

연구진은 면 마스크, KF94 마스크 등 일반적으로 널리 사용되는 여러 종류의 마스크에서 휘발성유기화합물(VOCs)이 얼마나 방출되는지 그 농도를 측정했다.

그 결과 대표적인 일회용 마스크인 KF94 마스크는 면 마스크보다 VOCs의 농도가 최소 22.9배, 최대 147배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KF94 마스크에서 방출되는 VOCs의 종류도 4가지나 검출됐다. 또 KF94 마스크의 VOCs 입자 수는 면 마스크보다 약 14배 많았다.

이번에 테스트를 진행한 KF94 마스크 중 일부에서는 인체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수준의 VOCs가 검출됐다고 연구진은 말했다.

미국 환경보호청(EPA)은 “VOCs는 대기 중으로 쉽게 증발하는 인공 화학물질로 페인트, 의약품, 석면, 냉매 제조 등에 주로 사용된다”고 설명한 바 있다.

VOCs를 흡입할 경우 두통, 호흡 곤란, 메스꺼움, 중추신경계 및 기타 장기 손상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심지어 VOCs 흡입으로 인해 암이 발병한 사례도 보고됐다. 실제로 VOCs 가운데 일부는 1군 발암물질로 분류된다.

VOCs의 농도 변화

연구진은 시간, 온도 등 환경적 요인에 따라 VOCs의 농도가 변한다는 점을 발견했다.

주변 온도가 40도인 환경에서 KF94 마스크를 관찰하자 VOCs 농도가 최대 299% 높아졌다. 또 KF94 마스크를 포장지에서 꺼내 바람에 노출한 지 30분이 지나자 VOCs 농도가 80% 낮아졌다.

연구진은 “KF94 마스크를 착용하면 유해물질인 VOCs에 노출될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이어 “VOCs 흡입을 줄이기 위해서는 새 마스크를 착용하기 전에 최소 30분간 바람에 노출해야 한다. 그러면 VOCs 농도가 건강에 해를 끼치지 않는 수준으로 줄어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기타 독소 및 탈진 증후군

2022년에 발표된 한 연구도 시중에 유통되는 마스크에서 수많은 종류의 독성 화학물질이 검출됐다며 그 위험성을 경고한 바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치명적인 성분은 산업용 화학물질인 프탈레이트였다. 주로 플라스틱이 들어간 제품의 촉감을 부드럽게 하기 위해 사용된다.

그런데 프탈레이트를 호흡기로 흡입하거나 피부에 접촉할 경우 내분비계 교란을 일으켜 아토피성 피부염, 신장 및 생식기관 장애를 유발할 수 있다.

중국 연구진은 여러 국가에서 무작위로 수집한 마스크 샘플 56종을 검사한 결과 프탈레이트가 발견됐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국제 학술지 ‘유해물질 저널(Journal of Hazardous Materials)’에 게재된 이 연구에 따르면 마스크 샘플의 약 90%에서 잠재적 발암물질이 검출됐다.

이는 마스크에서 검출되는 유해물질에 대한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면, 마스크 착용의 이점보다 위험이 더 클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연구진은 강조했다.

지난 4월 보건학 분야 국제 학술지 ‘공중보건 프론티어스(Frontiers in Public Health)’에 발표된 종합적 검토에 따르면 수술용 마스크, N95 마스크도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마스크 착용 시 예상되는 부작용에는 산소포화도 감소, 혈중 이산화탄소 증가, 심박수 및 혈압 상승, 두통, 호흡 곤란, 피부 자극, 어지럼증 등이 있다.

연구진은 “마스크는 산소 흡수 및 이산화탄소 배출을 방해해 호흡기관계 장애를 일으킬 수 있다”며 “마스크 착용이 탈진 증후군을 유발할 수 있다. 이를 ‘마스크 유발 탈진 증후군(MIES)’이라고 한다”고 전했다.

또 “MIES는 면역력이 취약한 고위험군에 장기적인 임상 결과를 초래할 위험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 연구는 게재 한 달 만에 철회됐다. 이에 대해 공중보건 프론티어스는 “해당 논문은 우리 학술지의 편집 방향, 과학적 건전성 기준 등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마스크 착용 의무화 논란

미국 전역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늘어나고 새로운 변이 바이러스 ‘EG.5’가 출현함에 따라 마스크 착용 의무화를 두고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학교, 병원 등 일부 기관에서 의무적으로 마스크를 착용하라는 지침을 내리자, 이것이 미국 전역으로 확대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실제로 미국의 모리스 브라운 대학은 코로나19 확산세가 두드러지자 예방 조치의 일환으로 마스크 착용을 다시 의무화했다. 대학 측은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을 통해 학생과 교직원 모두가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고 알렸다.

또 매사추세츠 메모리얼 병원은 성명을 내어 “직원들의 마스크 착용 의무화를 다시 시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공공장소에서 마스크를 착용할 것을 권장하고 있으며, 특히 고령이거나 면역력이 약한 고위험군은 코로나19로 인한 중증 질환을 예방하기 위해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김연진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정리에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