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플레이션’ 언급 피하는 中 전문가들 “마이너스 인플레이션”

로카충(羅家聰)
2023년 08월 29일 오전 11:33 업데이트: 2023년 08월 29일 오후 9:22

중국 국가통계국이 지난 7월 소비자 물가지수(CPI)와 생산자 물가지수(PPI)가 동반하락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제가 디플레이션을 나타내고 있음을 시인했다.

흥미로운 점은 마이너스 수치가 나왔는데, 아무도 디플레이션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그 대신 “인플레이션의 마이너스 성장”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

디플레이션이라는 표현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당국의 살벌한 분위기가 이런 꼼수를 부리는 배경이 되고 있다.

인플레이션의 마이너스 성장이 바로 디플레이션이다. 둘은 같은 말이지만, 더 쉽고 널리 통용되는 표현인 디플레이션을 놔두고 중국에선 다들 한결같이 “인플레이션의 마이너스 성장”이라고 말한다. 독재정권 아래에서 자유를 잃은 언론의 비참한 현실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더 우스꽝스러운 것은 어떤 경제 해설가는 아예 디플레이션의 정의를 “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으로 하자고 제안한다는 점이다. 경기침체가 1분기에 그쳤으니 아직은 디플레이션이 아니라고 말하고 싶은 눈치다. 그러나 문헌상 이러한 합의는 존재하지 않는다.

통상 경제학자들은 디플레이션을 단순한 기술적 디플레이션(수개월 지속), 경기순환적 디플레이션(몇 분기 지속), 장기적 디플레이션(몇 년 지속), 구조적 디플레이션(수십 년 지속)으로 분류한다. 즉 단순히 기술적이든 혹은 그 이상이든 중국의 디플레이션은 예정된 수순이다.

현재 중국의 경제상황은 모두에게 검은색을 가리켜 흰색이라고 말하도록 강요함으로써, 공식 발표된 경제지표에 거짓이 없는 듯한 착각을 일으키게 한다.

약간의 거짓이 더해졌다면 그것은 진실이 아니다. 약간의 오차라면 넘어가 줘도 되는 것일까? 거의 모든 곳에 속임수를 쓰는 상황에서 0.3% 정도의 디플레이션이라면 그다지 현실적으로 체감되지 않을 수 있다.

사실 디플레이션의 정확한 수치는 통계학자들에게는 의미가 있지만, 경제학적 관점에서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디플레이션의 원인과 결과다.

국내총생산(GDP) 기준, 주요국의 사례를 살펴본다면 디플레이션은 통상 수개월에서 수분기 지속되는데, 이는 주로 부동산시장이나 채권시장에서 이뤄지는 대규모 레버리지 해소가 원인이다.

이러한 디플레이션은 리플레이션(reflation·경기회복을 위한 통화 재팽창)에 의해 종식되는 경우가 많은데, 그 전제 조건은 자산 가격이 과대평가돼 있지 않고 민간 채무 수준이 대폭 저하돼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리플레이션은 물가가 오르지만 심각한 인플레이션을 유발하지 않을 정도의 통화량 공급이 필요하다. 이러한 물가와 채무 수준의 정상화 과정은 금융이 아무리 튼튼하게 받쳐주어도 그것과는 상관없이 시간이 걸린다.

이 과정이 완료되지 않으면 투자와 대출 증가는 회복되지 않고 디플레이션이 계속된다.

일본은 1990년대 초부터 2010년대 초까지 이를 경험했다. 금융 완화 지연과 통화 강세가 일본의 자산 가격과 정상화 프로세스를 크게 늦췄다.

중국에서도 큰 폭의 인하와 적극적인 금리 인하, 급격한 하락을 허용하지 않음으로써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

20년의 차이를 두고 일본과 중국의 인플레이션율을 비교하면 놀라울 정도로 유사하다. 경제 전문가들 사이에서 중국이 일본의 뒤를 따라 ‘잃어버린 20년’에 빠져들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중국의 디플레이션이 이러한 방식으로 장기적 혹은 구조적 디플레이션으로 진행되면 소비와 투자가 지연된다. 시장 참여자들은 앞으로 물가가 더 싸질 것으로 기대하기 때문이다.

이는 기대현상이라고 할 수 있지만 펀더멘털이 없는 것은 아니다. 물가가 여전히 과대평가돼 있거나 부채가 평가되고 있다면 그러한 기대는 합리적이다.

유일한 출구는 물가와 부채 수준을 낮추는 것인데, 이는 디플레이션을 의미한다.

따라서 디플레이션은 불가피할 것으로 관측된다. 그것은 ‘날카롭고 짧게’냐 혹은 ‘가볍고 길게’냐의 문제일 뿐이다. 일본은 후자를 택했고, 중국도 같은 선택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인구 감소 또한 디플레이션을 장기적 수준을 뛰어넘어 구조적으로 만드는 중요한 요인이다. 이 때문에 인구 감소가 심각한 일본이 디플레이션을 이겨냈다고 주장하는 것은 시기상조다.

다만, 중국의 현 상황은 전반적인 물가가 크게 하락하지 않았기 때문에 일본의 2000년대 초반 수준에는 미치지 못했을 수 있다. 향후 중국의 물가 추이에 큰 관심이 쏠린다.

*이 기사는 저자의 견해를 나타내며 에포크타임스의 편집 방향성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