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고기 없이는 못 사는 中, 미국산 씨돼지 1000마리 수입

강우찬
2021년 03월 20일 오후 2:56 업데이트: 2021년 03월 20일 오후 2:56

중국이 올해 다시 씨돼지 수입을 가동하고 있다. 해외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은 중국 양돈업의 현 상황을 단적으로 드러냈다.

지난 14일 중국 쓰촨성 청두 국제공항에는 미국에서 씨돼지 985마리를 태우고 출발한 전세기가 도착했다. 올해 수입하기로 한 씨돼지 총 2400마리 가운데 1차분이다.

한해 씨돼지 2400마리 수입은 쓰촨상 역사상 최대 규모다. 수입된 씨돼지는 45일간 격리 검역 후 생산에 투입돼, 연간 돼지 2만 마리 총 65만여 마리 공급에 쓰인다.

이미 중국은 지난해 씨돼지 총 2만 마리 이상을 수입해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중국에서는 돼지고기 가격이 흔들리면 정권도 흔들린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돼지고기는 없어서는 안 될 식자재다.

씨돼지의 해외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아 중국의 식량안보에도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은 지난 11일 폐막한 중국 공산당 연례행사 ‘양회’에서도 나왔다.

중국 양돈업계에 따르면, 현재 중국에서 사육되는 돼지의 약 80% 이상이 해외 품종이다. 외국에서 들여온 씨돼지는 5~7마리 출산 후 퇴화하므로 평균 5~8년에 한 번씩 세대교체가 필요하다.

현재 씨돼지의 마리당 수입가격은 약 2만 위안(347만원)선. 매년 씨돼지 수입에만 수백억원 이상의 비용이 나가게 되는 셈이다.

토종 돼지 품종을 개량하는 연구는 투자 비용과 시간이 많이 든다. 중국 지방정부와 양돈업계가 당장 손쉽고 싼 외국 씨돼지 도입에만 눈길을 돌리면서 해외 의존도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는 게 중국 양돈업 전문가들의 우려다.

지난 2000~2007년 중국의 씨돼지 연간 평균 수입량은 2100마리로, 지난해의 10분의 1수준이었다.

최근 2년간 씨돼지 수입이 급증하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2018~2019년 중국에서 대규모로 발생했던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항생제 사용이 늘면서, 토종돼지의 강점으로 꼽혔던 저항력도 사라진 것도 장기간에 걸쳐 작용한 요인이다.

중국은 세계 최대 돼지고기 생산국이자 소비국이다. 전 세계 돼지의 절반을 키우고, 또 전 세계 돼지의 절반 가까이 잡아먹는다. 2019년 전 세계 돼지고기 소비량은 약 1억톤 가운데 중국 소비량이 4487만톤으로 약 45%를 차지했다.

지난해 중국은 기록적인 폭우와 가뭄, 병충해 등으로 식량 위기가 고조됐다. 식량 자급은 중국의 새로운 아킬레스건이 될 수도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