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원 입장에도 ‘안면인식’ 등록 요구…中 법학교수 “개인정보 악용 우려” 소송

'빅 브라더' 감시사회 중국의 이면...인권·사생활 무시한 마구잡이 개인정보 수집

LI XINRU
2019년 11월 17일 오후 9:08 업데이트: 2020년 01월 2일 오전 11:53

중국에서 안면인식 시스템이 도입된 이래 처음으로 안면인식에 반대하는 소송이 제기됐다. 관영 글로벌 타임스는 지난 4일 저장(浙江)성의 한 대학교수가 안면인식 시스템 도입으로 개인정보를 침해당했다며 항저우(杭州)의 한 동물원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고 보도했다.

‘전강만보(錢江晚報)’ 등 언론에 따르면 저장이공대학 법학과 부교수인 궈빙(郭兵)은 지난 4월  항저우 동물원 사파리 연간 회원권을 구매했다. 1380위안(22만원 상당)을 주고 구매한 회원권은 지문 인식만으로 1년간 무제한 입장이 가능하다. 하지만 궈 교수는 지난달 17일 동물원 측으로부터 출입 시스템이 지문인식에서 안면인식으로 변경돼 안면인식 등록을 하지 않으면 입장할 수 없다는 통보를 받았다.

궈 교수는 곧바로 항저우시 푸양(富陽)구 법원에 소송을 제기해 항저우 사파리에 올해 그가 구매한 연간 회원권에 대한 손해 배상을 요구했다. 법원은 지난 1일 이 사건을 정식 수리했으나 개정 시간은 미정이다.

그는 “지문 수집에 대해서는 동의하지만 안면인식 정보를 수집하는 것은 반대한다. 그렇다고 설마 사파리를 관람하고 즐길 권리가 없다는 것인가?”라고 말했다.

궈 교수는 자신의 동의도 없이 연간 회원권 이용 시스템을 변경하고 강제로 개인의 생체식별정보를 수집하는 것은 ‘소비자 권익 보호법’ 관련 규정을 엄중하게 위반하는 것이라 주장했다.

그는 얼굴 정보는 매우 민감한 개인정보이므로 일단 유출되면 악용의 소지가 있어 소비자의 신상과 재산의 안전이 극히 위험해질 수 있다고 봤다. “동물원 같은 오락 유원지에서조차 사람의 안면인식 정보를 수집하는 것은 개인적 프라이버시나 안전성 문제가 따른다. 만일 개인정보가 유출된다면 누가 책임지겠는가?”라고 했다.

그러면서 ‘경영자는 소비자의 개인정보를 수집 사용함에, 마땅히 법과 정당성, 필요한 원칙을 준수해야 하며, 정보의 수집 및 이용의 목적, 방법, 범위를 명시하고 소비자의 동의를 거쳐야 한다’는 소비자권익보호법 제29조를 근거로 제시했다.

중국은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낮은 기준을 기반으로 세계 최고의 안면인식 기술을 확보해 이미 사회 곳곳에서 보편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기차역과 공항, 교통 법규 위반 단속, 결제 등 영역에 안면인식 기술을 적용한 데 이어 최근에는 지하철 보안 분야에도 안면인식 기술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안면인식에 대해 반대하는 사람들이 갈수록 늘어나는 가운데 궈 교수의 제소는 중국에서 ‘안면인식 관련 최초 사안’으로 큰 화제가 되고 있다.

2002년 개원한 항저우 동물원은 부지 3500무(약 70만 평)에 공인 AAAA등급 관광지다. 화동 지방에서는 제법 규모가 크고 차를 타고 들어가 야생동물을 관람하는 사파리 파크가 있다.

동물원의 한 실무자는 재신망(財新網)에 동물원 측이 2019년 9월부터 동물원 입구에 있던 자동 지문 검표기를 철거고 안면인식 시스템으로 바꾸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10월 중순쯤 지문 검표기가 모두 철거돼 관광객은 더는 지문인식 방식으로 입장할 수가 없게 됐다고 말했다.

궈 교수의 동물원 제소에 대해 많은 네티즌이 드디어 안면인식에 대해 아니라고 말하는 사람이 나타났다며 반색했다. 국제사회는 중국에서 ‘안면인식’ 시스템이 보편화해 감시가 강화될수록 반대의 목소리가 점차 커질 것이라고 보고 있다.

베이징시 레일교통지휘센터 잔밍후이(戰明輝) 주임은 지난달 30일 한 포럼에서 베이징 지하철은 안면인식 기술을 응용해 승객을 분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베이징 시민들은 이를 두고 당국이 태그를 붙인 사람들을 블랙리스트에 올려 단속 대상이 될 것으로 풀이했다.

칭화대학 법대 교수이자, 박사 연구생인 라우둥옌(勞東燕,여)은 안면인식이 개인의 중요한 생체 디지털 정보 수집에까지 이르고 있는바, 관련 조직이나 기관이 이를 수집하기 전에 그 합법성을 증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녀는 당국이 단순히 안전을 명분으로 보통 시민의 생체식별 데이터를 수집할 권한은 없다며 반드시 법으로 명시해 권한을 부여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게다가 최소한 수집 당하는 사람의 명시적 동의를 얻어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시민의 개인정보를 불법으로 취득하는 행위라고 덧붙였다.

최근 중국 본토 전체에 감시 도구가 갈수록 많아지면서 내년 연말까지 6억2천만 개 정도가 설치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제사회는 중국 당국이 안면인식 기술과 사회 신용평가 시스템을 이용해 전방위로 인민을 감시할 태세라고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