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나쁜 콜레스테롤 따로 있다?” LDL 콜레스테롤 오해와 진실

마리나 장
2023년 08월 8일 오후 2:24 업데이트: 2024년 02월 3일 오후 10:04

저밀도 지단백질(LDL) 콜레스테롤은 흔히 ‘나쁜’ 콜레스테롤이라고 불린다. LDL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을수록 심혈관 질환 위험성이 커진다고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의학계에서는 “LDL 콜레스테롤이 무조건 건강에 해로운 것은 아니다”라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나오고 있다. 이를 뒷받침하는 연구 결과도 공개됐다.

관련 연구에 따르면 LDL 콜레스테롤 측정 검사만으로 심혈관 질환의 발병 가능성을 정확히 진단할 수 없으며, 오히려 다른 검사가 더 효과적인 것으로 밝혀졌다.

LDL과 LDL 콜레스테롤

심혈관 연구 과학자인 제임스 디니콜란토니오는 에포크타임스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LDL 콜레스테롤 수치가 정상인 사람도 심장마비를 겪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LDL 콜레스테롤 수치보다는, LDL의 입자 수가 더 치명적인 위험인자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연구에 따르면 LDL 콜레스테롤 수치는 심혈관 질환 위험을 약 40% 예측하는 반면, LDL 입자와 그 전구체의 합계인 아포지단백 B(apoB) 수치는 약 70%의 예측률을 보였다. 다른 연구에서도 아포지단백 B 수치가 더 중요한 위험 예측인자로 나타났으며, LDL 콜레스테롤 수치는 심혈관 질환과 낮은 연관성을 보였다.

그렇다면 LDL 입자와 LDL 콜레스테롤은 어떻게 다를까?

LDL 입자는 간에서 생성되는 지단백질의 일종이다. 주로 간에서 신체의 다른 세포로 중성지방, 콜레스테롤 등을 운반하며 LDL 입자가 운반하는 콜레스테롤을 LDL 콜레스테롤이라고 한다.

LDL 콜레스테롤은 혈관에 들어붙어 혈류 장애의 일종인 ‘죽상동맥경화증’을 유발할 수 있는데, 이런 이유로 ‘나쁜 콜레스테롤’로 불리게 됐다.

반면 고밀도 지단백(HDL) 콜레스테롤은 동맥경화판에 침투해 내부에 쌓인 콜레스테롤을 흡수하고, 플라크 형성을 방지한다. 이에 심혈관 질환의 위험성을 줄이는 ‘좋은 콜레스테롤’로 여겨진다.

다만 영양학자인 조니 보우덴은 “HDL 콜레스테롤을 좋은 콜레스테롤로, LDL 콜레스테롤을 나쁜 콜레스테롤로 단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베스트셀러 ‘위대한 콜레스테롤 신화’를 공동 저술한 보우덴은 “LDL 입자 수를 측정하는 것은 도로 위 자동차에 탑승한 승객 수를 세는 것과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도로 위에 자동차가 많으면 그만큼 교통이 혼잡해진다. 하지만 승객 수가 많다고 해서 반드시 교통이 혼잡해지는 것은 아니다. 반대로 승객 수가 적어도 교통이 혼잡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보우덴은 “저의 LDL 콜레스테롤 수치는 100~110mg/dL(정상 수치 130mg/dL 미만)이었다. 하지만 입자 검사에서 완전히 다른 결과가 나왔다”고 밝혔다. 검사 결과, 그의 혈액에는 ‘입자가 작은 LDL’이 많았고 심혈관 질환 위험도 높았다.

LDL의 두 가지 유형

LDL은 입자가 작은 LDL과 입자가 큰 LDL로 나뉜다.

입자가 작은 LDL은 죽상동맥경화증을 유발할 가능성이 높지만, 입자가 큰 LDL은 건강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 전체 LDL 콜레스테롤 수치의 80%는 입자가 큰 LDL로 구성된다.

입자가 큰 LDL은 지방 섭취와 관련이 있으며, 입자가 작은 LDL은 정제 탄수화물 섭취와 관련이 있다. 이는 미국 캘리포니아 폴리테크닉 주립대학교 영양식품과학과 에릭 프로옌 교수의 연구를 통해 밝혀진 바 있다.

또 다른 연구에서도 정제 탄수화물이 포화 지방보다 관상동맥심장병의 발병 가능성을 더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입자가 작은 LDL은 입자가 큰 LDL보다 콜레스테롤을 적게 운반한다. 쉽게 말해서, 콜레스테롤을 담는 그릇 자체가 작아서 더 적은 양의 콜레스테롤을 운반하는 것이다.

따라서 입자가 작은 LDL의 비율이 높은 환자는 LDL 콜레스테롤 수치가 정상인데도 죽상동맥경화증 등 심혈관 질환의 위험성이 클 수 있다.

연합뉴스

그러나 미국 아이다호 주립대학교 지질학(脂質學) 교수이자 건강센터장인 캐롤 커크패트릭은 “가장 중요한 것은 LDL의 크기가 아니라 전체 LDL 입자의 수”라고 강조했다.

커크패트릭 교수는 에포크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입자가 작은 LDL이 위험인자로 작용하는 경우는 대사 기능장애 환자로 제한된다”고 주장했다.

또 일부 전문가들은 입자가 큰 LDL이 무해하다는 데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미국 인디애나대학교의 응용 건강과학 교수인 케빈 마키는 “콜레스테롤 합성저해제 중 하나인 스타틴은 입자가 큰 LDL을 줄이고, 심혈관 질환의 위험을 낮추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스타틴과 LDL의 연관성도 아직 명확하지 않다.

심장 전문의 로버트 더브로프 박사는 에포크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스타틴이 LDL 수치를 낮춤으로써 효능을 발휘하는지는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더브로프 박사에 따르면, 스타틴이 입자가 큰 LDL을 줄이는 것과 심혈관 질환의 위험을 낮추는 것 사이에 인과성이 없다는 뜻이다.

관상동맥심장병: 다인성 질환

심혈관 질환은 LDL 입자 및 LDL 콜레스테롤 외에도 유전 인자, 환경 인자 등이 복합적으로 상호 작용해 발병하는 다인성 질환이다.

마키 교수는 “노화가 심혈관 질환의 가장 큰 위험 요소”라며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혈관 내벽이 손상되고 염증이 발생해 죽상동맥경화증의 위험성이 커진다”고 밝혔다.

인슐린 저항성도 심혈관 질환의 주요 원인 중 하나다. 인슐린 저항성은 심장병, 뇌졸중 등으로 인한 사망 위험을 두 배로 높이는 제2형 당뇨병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미국 브리검영대학교의 벤자민 빅먼 교수는 에포크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인슐린 저항성은 고혈당을 의미하는 ‘고인슐린혈증’, 그리고 신체가 인슐린에 충분히 반응하지 않는 ‘실제 인슐린 저항성’으로 나뉜다”고 설명했다.

빅먼 교수에 따르면 고인슐린혈증은 입자가 작은 LDL의 생성을 촉진하며, 죽상동맥경화증의 발병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마키 교수는 “LDL 콜레스테롤, 입자 농도, 인슐린 저항성 등 다양한 요인이 심혈관 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며 “모든 위험 요인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심혈관 질환 진단 검사

보우덴의 사례처럼, LDL 콜레스테롤 수치가 정상인데도 심혈관 질환 고위험군에 해당하는 환자를 진단하는 데는 고급지질검사가 유용하다.

이 검사는 아포지단백 B 수치를 제공하며, 이를 통해 비고밀도지단백(Non-HDL) 입자 수를 확인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Non-HDL 입자 수치가 높으면 LDL 입자 수치도 높은 것으로 여겨진다.

Non-HDL 콜레스테롤 검사도 효과적이다. 고급지질검사보다 예측률이 떨어지지만, 검사 비용이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다. 이 검사를 통해 HDL을 제외한 혈류의 모든 콜레스테롤 입자를 확인할 수 있다.

보우덴은 인슐린 저항성을 통해 심혈관 질환을 예측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인슐린 수치가 높으면 혈중 중성지방의 생성이 촉진되고 이는 LDL 입자, 그중에서도 입자가 작은 LDL이 늘어나는 원인이 된다.

또한 체내 염증수치가 높으면 심혈관 질환의 위험이 커질 수 있는데, C-반응성 단백시험으로 염증수치를 확인할 수 있다.

*김연진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정리에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