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인권변호사, 라트비아 의회서 ‘中장기적출’ 실태 폭로…“차가운 집단학살”

윔 드 겐트(Wim De Gent)
2023년 08월 28일 오후 5:15 업데이트: 2023년 08월 28일 오후 5:35

국제 인권변호사인 데이비드 메이터스가 중국에서 벌어지는 강제 장기적출을 ‘차가운 집단학살(Cold Genocide)’이라고 칭하며 그 심각성을 알렸다.

지난 23일 메이터스는 라트비아 의회 연설에서 “중국공산당이 불교 전통의 영적 수행법인 파룬궁 수련자들을 대상으로 수십 년간 반인륜적인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고 역설했다.

이어 그는 “약 1억 명의 파룬궁 수련자들에 대한 박해가 1999년에 처음 시작됐다”며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차가운 집단학살’ 프로젝트가 국가 차원에서 진행됐다”고 설명했다.

또 “이를 입증하는 증거가 지난 수십 년간 상당히 많이 쌓였다. 증거는 크게 세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메이터스의 설명에 따르면, 첫 번째 증거는 중국을 탈출한 파룬궁 수련자들의 생생한 증언이다. 이들은 “(교도소에서) 파룬궁 수련자들만 의학 검사를 받았다. 다른 수감자들은 (의학 검사를) 받지 않았다”고 증언했다.

이에 대해 메이터스는 “의학 검사는 수감자들의 건강을 위한 게 아니다. 파룬궁 수련자들을 고문하고, 끝내 신앙을 포기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두 번째 증거는 파룬궁 박해 이후 중국에서 장기 이식 건수가 비정상적으로 급증했다는 점이다.

메이터스는 “집단학살 외에는 이런 사실을 설명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중국 병원에서 장기 이식 수술의 대기 기간이 지나치게 짧다는 점도 마찬가지”라고 꼬집었다.

세 번째 증거는 중국 당국과 병원 간의 대화 녹취록이다. 이 녹취록에는 ‘파룬궁 수련자들은 기본적으로 건강한 생활 방식을 유지하기 때문에 장기가 깨끗하다’, ‘파룬궁 수련자들의 장기를 (병원에) 제공한다’ 등의 충격적이고 노골적인 대화가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여기에 더해 한 의사가 “살아있는 사람의 장기를 적출하는 데 관여했다”며 양심 고백을 했고, 강제 장기적출에 대한 목격자들의 증언도 끝도 없이 나오고 있다.

차가운 집단학살

메이터스는 “파룬궁 박해의 범위와 심각성, 의도성 등을 감안하면 ‘집단학살’로 봐도 무방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파룬궁 박해가 ‘차가운’ 집단학살인 이유는 파룬궁 수련자들에 대한 탄압과 박해가 장기간 이어지기 때문이다. 오랜 시간 천천히 진행되므로 눈에 잘 띄지 않는다는 특징이 있다.

메이터스는 “차가운 집단학살은 대중, 국제사회의 감시의 눈을 피해 교묘히 진행된다”고 폭로했다.

2018년 10월 1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시위에서 파룬궁 수련생들이 중국의 강제 장기적출 장면을 재연하고 있다. | Joe Klamar/AFP via Getty Images

2006년 조사

2006년 3월, 메이터스는 전 캐나다 국무장관이자 인권 운동가였던 고(故) 데이비드 킬고어와 함께 중국공산당의 강제 장기적출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당시 워싱턴 D.C.에 거주하는 한 중국인 여성은 “전 남편이 중국 랴오닝성 선양시의 쑤자툰 병원에서 파룬궁 수련자의 각막을 적출했다”고 증언했다.

그해 7월, 메이터스와 킬고어는 첫 번째 보고서 ‘피의 수확(Bloody Harvest)’을 발표했다. 이들은 보고서를 통해 “중국에서 2000년부터 2005년까지 4만 1500건에 달하는 각막 이식 수술이 진행됐는데, 기증자에 대한 정보는 전혀 파악할 수 없었다”고 결론지었다. 이는 국제연합(UN)과 탐사 저널리스트 에단 구트만 등에 의해 사실임이 밝혀졌다.

이 조사에 협조한 중국의 인권 변호사 가오즈성은 2006년 말 체포돼 50일간 고문을 당했다. 이후 몇 년간 석방과 수감 생활을 반복하다가 2017년에 실종됐다.

메이터스는 “비정상적인 각막 이식 수술에 대한 중국 정부의 공식 입장은 ‘모든 것이 기증을 통해 이뤄졌다’는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하지만 중국에는 장기 기증 관련 시스템이 존재하지 않았다. 이런 점을 지적하자 ‘모든 것은 사형수에게서 나온다’고 말을 바꿨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메이터스는 “사형수를 포함한 수감자들은 대부분 간염 및 기타 질병을 앓고 있기 때문에 장기 기증에 부적합하다”고 반박했다.

국제사회의 압력에 따라 중국은 장기 이식 관련 법률을 개정했고, 중국에서 범죄자에게 사형을 선고하는 사례도 크게 줄어들었다. 그런데도 중국의 장기 이식 건수는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또 다른 희생양

메이터스는 “파룬궁 수련자 외에도 위구르족, 티베트인 등도 장기적출의 표적이 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중국 내 장기 이식 산업의 규모는 수십억 달러 수준”이라며 “장기 이식으로 인한 수익의 일부는 군 병원을 통해 중국의 공중보건 부문에 전달된다”고 설명했다.

또 “중국 군 병원은 국가 권력 구조의 일부로서 교도소 시스템에 쉽게 접근할 수 있다. 이런 점을 통해 군 병원이 ‘이식 관광 사업’을 주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인식 제고

“라트비아를 비롯한 서방 국가들이 현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메이터스는 “현재 얼마나 많은 라트비아인들이 장기 이식을 목적으로 중국에 가는지 파악할 수 없으므로, 의료 기관과 전문가들이 ‘이식 관광’에 관련된 자료를 의무적으로 보고하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 2013년과 2022년에 유럽 의회에서 채택된 ‘중국공산당의 강제 장기적출에 대한 전면 조사를 촉구하는 긴급 결의안’과 관련된 질문도 이어졌다.

이런 결의안의 유용성을 묻는 질문에 메이터스는 “가장 중요한 점은 대중의 인식을 제고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예를 들어, 중국의 ‘이식 관광’에 관심을 가졌던 사람이 중국 안에서 벌어지는 끔찍한 행위에 대해 알게 되면 마음을 바꿔 다른 방법을 찾을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런 결의안의 효과와 중요성을 과소평가하지 않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연진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정리에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