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우병 시위 주도자 “광우병·후쿠시마 본질은 대선 불복”

한동훈
2023년 07월 4일 오후 10:05 업데이트: 2023년 07월 5일 오전 10:40

MBC PD수첩의 허위보도 등으로 촉발됐던 2008년 광우병 시위의 주도자 중 한 사람이 후쿠시마 사태에 입을 열었다.

민경우 대안연대 공동대표는 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괴담과 선동의 실체’를 주제로 한 국민의힘 의원총회 강연을 통해 광우병과 후쿠시마 오염수 괴담의 본질은 대선 불복이라고 비판했다.

광우병 시위가 국민의 안전과 건강을 위한 것이 아니었던 것처럼 후쿠시마 오염수 괴담 역시 국민이 방사능에 노출될 위험을 막자는 게 근본 취지가 아니라, 정권을 뒤집기 위한 정치운동일 뿐이라는 것이다.

민경우 대표는 2008년 당시 한미 FTA 반대범국민운동본부 정책팀장으로 광우병 시위를 기획하고 주도했던 인물이다. 그는 후쿠시마 괴담을 이해하려면 먼저 광우병 사태를 돌이켜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광우병 괴담, 이명박 퇴진 투쟁 위한 소재”

광우병 사태의 출발은 2년 전인 2006년 시작된 한미FTA 반대운동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한미FTA 반대운동본부는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6년 9월 발족했다. 운동 초기 영화인들이 줄지어 삭발하고 농민들이 대규모 시위를 벌이며 열렬하게 참여했다.

그러나 민경우 대표에 따르면, 한미 FTA 반대운동은 생각만큼 잘 추진되지 않았다. 노무현 대통령을 뽑은 386은 정권에 부담을 줘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서울 등 도시 중산층 역시 ‘한미 FTA가 체결되면 한국이 식민지가 된다’는 반대운동 측의 주장을 허황한 이야기로 여겼다.

광우병 선동은 그런 상황에서 나왔다. 민경우 대표는 반대운동 측이 “궁지에 몰리니까 자극적인 소재로 문제를 돌파하려는 그런 의도”라고 설명했다.

마침 2008년 초 이명박 정부로 바뀌면서 이명박 퇴진 운동이 진행 중이었다. 민경우 대표는 “이명박 퇴진 탄핵 투쟁이 먼저 있었고, 그 분위기가 충만한 가운데 광우병이 얹힌 것”이라고 했다.

여기에 방송의 힘이 더해졌다. 사회 비리를 파헤치는 보도로 막강한 영향력을 구축한 MBC ‘PD수첩’은 2008년 4월29일 ‘긴급취재 – 미국산 쇠고기, 과연 광우병에서 안전한가’를 내보냈다. 이 보도는 대중의 광우병 공포증을 폭발시키는 기폭제가 됐다.

방송의 여파는 즉각 나타났다. 민경우 대표는 “(20)08년 5월 2일, 여고생들이 시위를 시작했다”고 회고했다. PD수첩 광우병 보도 사흘 뒤였다. 이어 민경우 대표는 “6월달부터 …(중략)… 386 직장인들이 가세하기 시작하면서 규모가 엄청나게 커졌다”고 했다.

그는 당시 시위 분위기를 “좀 비약하자면 프랑스 혁명의 자코뱅당이 할 때, 그때의 어떤 광기, 이런 비슷한 감정을 느끼기도 했다”고 묘사했다. 자코뱅당은 폭력과 공포로 파리를 무정부 상태에 빠뜨린 집단이다.

민경우 대안연대 공동대표가 3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의원총회에서 괴담·선동의 유포 경로와 이에 대한 대응 전략에 대해 강연하고 있다. | 연합

민경우 대표는 이때의 경험이 운동권에 각인됐다고 했다. 그는 “광우병에서 괴담이 한번 먹혔다. 한 달 두 달을 서울을 완전 무정부상태로 몰아갈 수 있다는 학습 효과가 있다”고 했다. 민주당 지도부가 이때의 경험을 떠올리며 후쿠시마 괴담으로 윤석열 정권을 밀어내기 하고 있다는 것이다.

“국민 건강 위한 목적 아닌 정치적 동기”

그는 민주당이 야당 시절에는 광우병에 큰 관심을 보였지만, 정권을 잡은 후에는 무관심했던 것처럼 후쿠시마 오염수에 관해서도 국민의 건강을 위하는 것보다 정치적 동기가 크다고 봤다.

민경우 대표는 “본질적으로 선거 불복이다. 선거 불복, 이게 광우병과 후쿠시마에 흐르는 가장 강력한 정치적 동기라고 생각한다”며 “광우병은 이명박 퇴진, 탄핵을 위한 수단이었잖나. 후쿠시마도 그럴 거라고 생각한다. 후쿠시마 1년 후가 되면 (오염수 문제는) 다 잊힐 거다”라고 했다.

실제로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17년 7월 미국에서 광우병에 걸린 소가 발견됐다. 그러나 농림수산식품부는 수입 중단 조치를 내리지 않았다. 광우병이 발생한 미국 앨라배마주에 한국으로 수출하는 업체가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다만, 현물 검사 비율을 늘려 검역을 강화하는 선에서 그쳤다.

이는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2년에 야당이었던 민주당(당시 민주통합당)의 행동과는 딴판이다. 그때 미국에서 광우병 소가 발견되자, 민주당은 “광우병이 발생한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중단하지 않아 스스로 주권을 저버려 국민들의 자존심과 건강권을 짓밟고 있다”고 정부를 비난했다.

대한민국 휩쓴 광우병 시위, 2023년 후쿠시마는?

한편, PD수첩 제작진은 광우병 보도에 관한 소송에서 최종 무죄판결을 받았다. 대법원은 허위사실이 있다고 확인했지만, 공공성을 근거로 한 보도이기 때문에 왜곡·과장 보도로 당시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고 결론 내렸다.

다만, 대법원은 △’다우너 소'(주저앉은 소)의 광우병 감염 가능성 △미국 여성 아레사 빈슨의 사망원인 △한국인이 유전자 때문에 광우병에 더 잘 걸린다 등 3가지를 허위보도로 판단하고, 정정보도를 명했다. MBC는 2011년 9월5일 공식 사과문을 발표했다.

그러나 대법원 판결이 나오기까지 3년간 이미 대한민국은 광우병의 광풍이 휩쓴 뒤였다. 현재 과학계에서는 후쿠시마 오염수에 관해 의견이 갈린다. 국내 권위 있는 전문가들은 방류에 대한 우려는 당연하지만, 비과학적인 주장에 휘둘리는 것은 경계하고 있다.

한편, 장윤미 민주당 법률위원회 부위원장은 4일 방송된 채널A ‘뉴스A 라이브’에서 민경우 대표에 관해 “국민을 굉장히 좀 폄훼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비판적 견해를 나타냈다.

장 부위원장은 “만에 하나 윤석열 퇴진, 내지는 탄핵이라는 이슈를 관철시키기 위해서 민주당이 국민 건강권을 협상의 도구로 삼는다면 나는 국민들이 (민주당을)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