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재무부 바이든 취임 후 첫 대북제재…中 AI기업 제재로 홍콩증시 상장 취소

이진백
2021년 12월 13일 오후 8:53 업데이트: 2021년 12월 14일 오후 10:13

바이든 행정부, 중앙검찰소·리영길 국방상 등 제재 명단에 올려
재무부 센스타임, 안면 인식 프로그램신장 위구르 인권 탄압에 사용
블랙리스트에 오른 센스타임 76700만 달러 조달 계획 무산

미국 재무부는 12월 10일, ‘세계 인권의 날(International Human Rights Day)’을 맞이하여 북한, 중국, 미얀마 국적의 개인 15명, 기업·단체 10곳의 제재 대상 명단을 공개했다. 해당 개인과 기업, 단체의 심각한 인권 침해에 대한 제재에 대한 상응 조치로 풀이된다. 대상 리스트에 오르면 미국 내 자산 동결, 미국인·미국 국적 기업과 거래 금지, 비자 발급 제한 등의 제재가 가해진다.

이날 공개된 명단에서 주안점은 북한 중앙검찰소(대검찰청 해당)와 리영길 국방상도 포함됐다는 점이다. 미국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첫 대북 제재 조치이다. 미국 재무부는 대북 제재의 배경에 대해 ‘북한의 불공정한 사법 제도’ ‘인권 문제’를 꼽았다. 구체적으로 해외 북한 노동자들 열악한 노동 환경에 노출돼 있고 북한 내 노동자들도 강제 노동, 지속적인 감시, 자유와 인권에 대한 엄격한 제약 등 열악한 환경에 놓여있기는 마찬 가지기 때문이다. 이어 북한 중앙검찰소를 포함한 사법시스템은 전반적으로 불공정한 재판을 하고 있고, 법과 제도를 정치범들을 기소하고 처벌하는 데 악용하고 있으며, 불공정한 재판을 통해 많은 정치범들이 국가안전보위부나 사회안전성이 운영하는 북한의 악명 높은 수용소에 수감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개인 자격으로 제재 대상에 오른 리영길 북한 내각 국방상은 2021년 7월까지 북한의 치안 유지 및 강제수용소 운영을 담당하는 사회안전성 책임자였던 이력이 문제시됐다. 앞서 북한 중앙검찰소와 리영길 국방상은 3월 22일 유럽연합(EU)으로부터 제재 조치를 받은 적도 있다. 유럽연합은 제재 사유로 “북한 내 사법 절차에 의하지 않은 고문과 처벌, 수감자의 비인간적 대우 등 심각한 인권 유린에 책임이 있다고 판단해 제재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한편 미국의 중국 군수 업체뿐만 아니라 인권 침해 혐의를 받는 기업에 대한 추가 제재도 이어질 전망이다. 6월 3일, 바이든 행정부는 중국 3대 통신 사업자인 차이나모바일 그룹, 반도체 파운드리 업체 SMIC(Semiconductor Manufacturing International Corp), 통신 장비 업체 화웨이(Huawei) 등 중국 군수·산업 복합체 59개 사를 대상으로 미국의 투자 일체를 금지하는 행정 명령을 내렸다. 백악관은 해당 행정 명령 발동 배경에 대해 “미국 자본시장에 진입하는 중국의 군수·산업복합체를 차단함으로써 중국 공산당의 군사적 확장을 막기 위한 조치다”고 말했다.

이와는 별도로 미국 재무부 산하 해외자산통제실(OFAC)은 중국 대표적인 인공지능(AI) 회사인 ‘센스타임 그룹(SenseTime Group Limited)’이 인권 침해 기술을 지원했다는 혐의로 투자 제한 ‘블랙리스트’에 올랐다고 밝혔다. 센스타임이 보유한 안면 인식 기술은 중국 내 소수 민족 위구르족 감시에 사용되는 등 인권 침해 문제가 대두되어 새롭게 투자 제한 제재 대상이 됐다. 미 재무부는 “센스타임은 특정 민족을 판별할 수 있는 안면 인식 프로그램을 개발했으며 이는 위구르족을 식별하는 데 주로 사용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센스타임은 해당 프로그램의 특허 출원을 신청하면서 수염, 선글라스, 마스크 등을 착용한 위구르족을 식별하는 능력을 강조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센스타임은 12월 17일 예정된 홍콩 증권거래소 상장도 취소됐다. 센스타임 측은 “신장 위구르 자치구 지역 인권 문제와 관련하여 우리 제품이 사용되는 것은 사실무근이다”고 반박했다. 더하여 조만간 다시 기업 공개를 시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홍콩 현지 매체들은 센스타임은 홍콩 증시에서 기업 공개(IPO)를 통해 약 7억 6700만 달러(한화 약 9063억 원)의 자금을 조달할 계획이었으나 무산됐다고 12월 13일 보도했다.

미 재무부는 지난 6월에도 신장 위구르 지역의 인권 유린 및 탄압에 연루된 폐쇄회로 TV(CCTV) 제작업체 ‘하이크비전(Hangzhou Hikvision Digital Technology Co.)’를 제재 대상 기업에 포함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미 재무부는 “기술은 전 세계적으로 다른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사용되는 핵심 도구이다. 하지만 독재 국가는 인권을 유리하고 억압을 용이하게 하며 특정 인종과 소수 민족을 목표 대상으로 삼거나, 정보 조작 및 허위 정보를 전파하기 위해 기술을 악용한다”고 지적했다. 보안용 데이터 악용과 같은 기술 남용이 증가하고 있으며 이는 모든 사람의 보안을 위협하고 있다고도 우려했다. 덧붙여 미국과 전 세계 다른 민주주의 국가들이 이러한 억압적인 활동에 대해 단호한 입장을 취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윌리 아데예모(Wally Adeyemo) 미 재무부 부(副)장관은 제재 명단 공개에 대해 “미국 재무부는 세계 인권의 날에 심각한 인권 침해를 자행하는 ‘가해자(perpetrators)’들을 공개하고 그들에게 책임을 묻기 위해 우리가 가진 수단(제재)을 사용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오늘 우리의 행동들, 특히 영국과 캐나다가  동참한 행동들은 전 세계 민주주의 국가들이 고통과 억압을 가하기 위해 국가 권력을 악용하는 사람들에 맞서 행동하겠다는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