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스탠퍼드대 선임연구원, ‘중국 경제 발전 3가지 허상’ 분석

정향매
2023년 08월 10일 오후 8:46 업데이트: 2023년 08월 11일 오전 8:31

“중국이 1980년대 체제 개혁 및 대외 개방(개혁개방) 정책으로 이룬 이른바 경제 발전 기적, 1998년 세계 경제위기 속 경제 성장 신화, 4차 산업혁명 핵심 기술 인공지능(AI) 기술 발전 등은 모두 허상에 불과하다. 중국 공산당이 평화적인 민주화 전환을 거부하는 한 중국 경제위기는 해결될 수 없다.”

지난 7월 15일(이하 현지 시간) 발간된 미국 뉴저지주(州) 소재 싱크탱크 ‘중국민주화이행연구소(Institute for China’s Democratic Transition)’의 올해 3분기 정기 간행물에 실린 쉬청강(許成鋼) 미국 스탠퍼드대 중국 경제·제도 연구센터 선임연구원의 분석이다. 홍콩대 명예교수인 그는 2012년 중국 최고 경제학자상을 받았다. 

쉬 교수는 중국민주화이행연구소와의 대담에서 중국 경제 발전과 침체의 원인, 4차 산업혁명 시대 중국 경제의 경쟁력과 향후 발전 방향 등에 대한 견해를 밝혔다. 다음은 그의 분석이다.  

“中, 개혁개방 통해 이룬 경제 발전은 기적이 아니다”  

1980년대 초부터 시작된 중국 경제의 급속한 부상은 ‘기적’으로 알려졌지만, 쉬 교수는 그렇지 않다고 주장했다. 중국은 1950~1953년 6·25 전쟁에 참전하고 1950년 후반과 1960~1970년에는 4천만 명이 아사한 대기근과 문화대혁명을 겪었다. 1978년에 체제 개혁을 시작할 당시 중국은 세계 최빈국 중 하나로 꼽혔다. 쉬 교수는 “중국 경제 성장의 전반기는 재난 후 복구에서 비롯됐다. 모든 국가가 재난 후 복구 기간에는 경제가 비교적 빨리 성장한다”고 말했다. 

1990년대부터 2007년까지는 중국 경제 급속 성장의 후반기다. 이 기간 중국 정부는 민간 기업의 발전을 허락했고 중국은 2001년 세계무역기구(WHO)에 가입해 세계화에 동참했다. 쉬 교수는 “이는  옛 소련 및 동유럽 공산국가들의 경제 개혁과 다른 두 가지 특징”이라며 “이런 이유로 중국의 경제 개혁은 기타 공산국가보다 성공적”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중국의 경제 발전은 한국, 일본, 대만, 싱가포르보다는 못하다. 이들 국가는 이미 선진국 반열에 올랐지만, 중국은 여전히 선진국과는 거리가 멀다. 중국의 경제 발전은 기적이라 할 수 없다”고 쉬 교수는 말했다. 

“中, 2007년부터 경기 침체 조짐…공산당 정책 때문” 

중국은 2008년 세계 금융위기 때 인프라 구축, 부동산 개발 등을 통해 경제 발전을 유지했다. 2010년 일본을 제치고 세계 제2위 경제체가 됐으며 2012년까지 매년 두 자릿수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했다. 그러나 쉬 교수는 “중국 경제는 1990년대 말부터 발전하기 시작했으며 금융위기 발생 전인 2007년부터 침체하기 시작했다. 중국 당국은 이듬해 발생한 세계 금융위기를 이용해 이 사실을 은폐했다”고 말했다. 

쉬 교수에 의하면 1990년대 말, 중국 국영 기업들은 심각한 부채 위기에 직면했다. 중국 당국은 국가 재산으로 국영 기업의 부채를 해결할 수 없는 상황에서 민영경제를 허락했다. 민간 기업의 발전은 중국 경제 발전의 가장 큰 원동력으로 작용했다. 이후 2001년, 중국이 WTO에 가입하면서 중국 경제는 세계화 시스템에 빠른 속도로 융합했다. 경제가 급성장하면서 중국 당국은 민간 기업 발전이 공산당의 통치를 위협할까 봐 우려했고, 2003년부터 각종 방법으로 국유 경제 발전을 추진하는 동시에 다양한 방식으로 민간 경제를 억제하기 시작했다. 

중국 정부의 이러한 정책은 국영 기업의 ‘연성예산제약(soft budget constraint)’ 문제와 부동산 시장의 거품을 키웠다고 쉬 교수는 지적했다. 

연성예산제약은 헝가리 경제학자 야노시 코르너가 처음 제시한 개념으로 사회주의 국가에서 중앙정부가 기업의 적자를 메워주는 구조를 가리킨다. 중국 국영 기업은 주어진 예산을 소진하더라도 정부로부터 추가예산을 받을 수 있어 파산을 두려워하지 않고 대출도 서슴없이 신청한다. 국영 기업들이 성장함에 따라 이들 기업의 연성예산제약 문제도 두드러졌고 중국 경제는 2007년부터 침체하기 시작했다. 

쉬 교수에 의하면 중국 당국이 부동산 개발 정책을 시행하기 시작한 시점은 2008년 세계 금융위기 발생 때가 아니라 1990년 중후반이다. 당시 주룽지 총리는 ‘세금은 대부분 중앙정부가 가져가지만 지출은 대부분 지방정부가 부담하는’ 세금 개혁을 단행했다. 중국 당국은 세금 개혁으로 인한 지방정부의 재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토지 시장을 개방했다. 국가가 토지를 소유하는 전제로 지방정부는 토지 사용권, 거래권을 민간에 빌려줄 수 있는 유일한 ‘대지주’가 된 것이다. 쉬 교수는 “이런 토지 정책이 중국의 거대한 부동산 거품을 키웠다”고 말했다.  

중국 당국은 2008년 발생한 세계 금융위기를 이용해 공공연하게 더 공격적인 부동산 정책을 시행했다. 중국 경제는 2012년까지 쾌속 성장을 이뤘지만, 문제는 점점 악화했다. 연성예산제약 문제는 국가 기업에서 지방정부로 확산했고 부동산 거품은 부동산 시장뿐만 아니라 중국의 전체 금융업계를 위협하고 있다. 

“中, 4차 산업혁명에서 미국에 우위를 선점할 수 없다” 

쉬 교수는 ‘중국은 다수 AI 분야에서 이미 미국을 추월했고 중국의 전체주의 사회제도는 4차 산업혁명 경쟁에 유리하다’는 진단에도 동의하지 않는다고 했다. 

쉬 교수에 의하면 ChatGPT가 등장하기 전, AI 기술은 여러 좁은 영역으로 나뉘어 있었고 중국은 일부 영역에서 미국을 앞섰다. 예를 들어 중국은 대중 감시에 대한 수요로 인해 안면·음성인식 기술 분야에서 세계적인 선두 주자가 됐다. 그러나 다수 AI 핵심 분야에서 중국은 미국보다 뒤처져 있다. ChatGPT의 등장으로 중국과 선진국 간의 격차는 명백하게 드러났다. 

AI의 세 가지 핵심 요소는 알고리즘, 컴퓨팅 파워, 데이터다. 중국은 주요 알고리즘을 발명하지 못했으며 주로 서구 기술에 의존하고 있다. 컴퓨팅 파워 측면에서도 서구 칩에 의존하고 있다. 머지않아 중국은 첨단 칩 확보 문제로 최신 AI 개발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이 세계에서 가장 많은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다’는 것도 오해라고 쉬 교수는 말했다. 그에 따르면 과학기술 데이터는 대부분 영어로 쓰여 있기 때문에 중국어 데이터를 보유한 중국은 양적 측면에서 미국을 앞지를 수 없다.

데이터 품질도 매우 중요한 요소인데 이는 사회의 자유도와 직결된다. 자유롭지 않은 사회에선  데이터 품질은 떨어지고 노이즈가 가득하며 조작된 허위 정보도 다수 섞여 있다. AI는 기본적으로 기계 학습이기 때문에 기계는 사람의 행동을 학습한다. 사회가 거짓말로 가득 차면 AI는 거짓말을 학습하고 거짓말쟁이처럼 거짓말을 늘어놓기 마련이다. 

쉬 교수는 “인류 역사상 1·2·3차 산업혁명과 마찬가지로 AI로 대표되는 4차 산업혁명은 여전히 미국, 영국, 캐나다, 호주 등 관습법(Common law) 입법체계를 가진 자본주의 국가에 뿌리를 둘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사회에서 사적 소유권, 민주주의, 자유를 바탕으로 발달한 금융 체계는 산업혁명이 자본에 대한 막대한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 사회는 자유가 없을 뿐 아니라 선진국은커녕 정상적인 금융 시장조차 존재하지 않는다. 이런 사회에서는 산업 혁명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며 산업 혁명에서 경쟁 우위를 확보하는 것도 불가능하다는 게 쉬 교수의 설명이다. 

“中 전랑외교, 공산당 목표 달성 위한 것” 

쉬 교수에 의하면 중국 공산당은 경제 발전이 아니라 중국 공산당의 정치권력을 보존하기 위해 개혁 정책을 시행했다. 경제 발전 과정에서 중국 공산당은 항상 ‘평화적인 체제 전환’과 ‘색깔 혁명(color revolution)’이 발생할까 봐 걱정해 왔다. 색깔 혁명은 중앙유럽과 중앙아시아의 옛 소련 국가에서 공산주의가 붕괴하면서 일어난 일련의 움직임을 가리킨다. 

쉬 교수는 “평화적인 체제 전환의 주체는 민간 기업가, 중국 내 반체제 인사들이고 색깔 혁명은 선진국의 영향에 의해 일어난다. 중국 공산당의 걱정이 일정 수준까지 커지면 이른바 ‘도광양회(韜光養晦)’ 전략은 수행할 수 없다”고 말했다. 도광양회는 국제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국력이 생기기 전까지 몸을 낮추는 전략을 취했던 1980년대 중국의 외교정책이다. 

쉬 교수는 “중국 공산당은 ‘적국(敵國)’인 선진국이 중국에서 색깔 혁명을 일으키려 한다고 믿을 때는 더 이상 자신의 의도를 숨기지 않는다. 공산당 ‘늑대 전사’의 강인함을 보여 줘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며 “중국 외교관들의 ‘전랑 외교’ 행태는 개인적인 어리석음이나 광기의 표현이 아니다. 그들은 중국 공산당의 핵심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그렇게 행동할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쉬 교수는 “인류 역사를 살펴보면 사회 발전의 유일한 방법은 평화로운 체제 전환이다. 이러한 전환 과정은 누가 설계한 것이 아니라 모든 사람이 타인과 자신의 이익을 위해 끊임없이 촉진해 온 것이다. 중국 공산당이 평화적인 체제 전환과 색깔 혁명에 반대하는 데 열중하는 것은 중국이 더 나은 방향으로 변화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차단하는 것이다. 이것이 가장 큰 문제다”라고 말했다. 

중국에서 활동하는 쟝치성(江棋生) 작가는 7월 31일 미국 자유아시아방송 중문판에 발표한 논평에서 쉬 교수의 분석을 두고 “마르크스와 엥겔스의 <공산당 선언>에 따르면 공산당 이론의 핵심은 ‘사유제 소멸’이다. 평화적인 체제 전환의 필수 조건은 ‘사유 재산 소유권 보호’이며 이는 기본 인권 중 하나다”라며 “공산당이 ‘초심’을 잃지 않는 한 평화적인 체제 전환은 불가능하다”고 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