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상무장관 “첨단반도체 수출 통제로 中 ‘질식’시킬 것”

도로시 리(Dorothy Li)
2023년 09월 5일 오후 3:40 업데이트: 2023년 09월 5일 오후 4:21

최근 중국을 방문한 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장관이 “중국에 대응할 채찍을 가지고 있으며, 필요하다면 언제든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3일 러몬도 장관은 미국 NBC의 시사 프로그램 ‘미트 더 프레스(Meet the Press)’에 출연해 첨단 반도체의 대(對)중국 수출 통제에 대한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러몬도 장관은 “제가 이 자리에 있는 한, 중국이 군사력을 강화할 목적으로 사용하려는 미국산 첨단 반도체를 절대 수출하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이어 “우리는 그들(중국)의 군사력을 ‘질식(Choke)’시키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10월 미국 상무부는 첨단 반도체 제조 장비를 중국에 수출하는 것을 엄격히 통제하는 조치를 취했다.

구체적으로 ▲18nm(나노미터) 이하의 D램 ▲128단 이상의 낸드 플래시 ▲핀펫 기술을 적용한 로직칩(16 내지 14nm) 등의 기준을 초과하는 반도체를 생산할 수 있는 기술 및 장비를 중국에 판매할 때 허가를 받도록 했다.

다만 러몬도 장관은 “이런 조치는 첨단 반도체에만 적용되며, 별도의 기준을 초과하지 않는 일반 반도체는 계속 중국에 수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첨단 반도체 관련) 수출 통제는 경제적 이점이 아닌 국가안보에 관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러몬도 장관의 이런 메시지는 그녀가 중국 방문을 마치고 돌아온 지 며칠 뒤에 나온 것이다. 러몬도 장관은 3일간 베이징과 상하이에서 중국 정부의 고위 관료들과 만나 양국 간 통상 현안을 논의했다.

지난달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중국의 반도체 산업 및 기타 민감 기술에 대한 투자를 제한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한 바 있다. 2024년부터 시행될 것으로 보이는 이 행정명령은 미국 사모펀드와 벤처캐피털이 중국으로 유입되는 것을 금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이에 따라 중국이 군사 및 정보 역량을 강화하는 데 미국의 자금이 흘러가는 것이 제한된다.

왕원타오 상무부장, 허리펑 부총리 등 중국의 고위 관료들은 최근 러몬도 장관과 만난 자리에서 미국의 수출 통제 조치에 대한 불만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러몬도 장관은 “국가안보와 관련 있는 문제에 있어서는 타협이나 협상의 여지가 전혀 없다는 뜻을 여러 차례 전달했다”고 말했다.

2023년 8월 29일, 중국 베이징에서 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장관(왼쪽)과 리창 중국 총리가 대화를 나누고 있다. | Andy Wong/AFP via Getty Images

또 미국 공화당으로부터 비판을 받은 미중 간 소통 채널에 대해서는 “서로 정보를 공유해 투명성을 높일 수 있는 기회”라고 설명했다.

러몬도 장관은 NBC와의 인터뷰에서 “10년 후 미국은 세계 최고의 반도체 생태계를 구축할 것”이라며 “우리는 미국에서 첨단 반도체를 제조하는 일에 다시 뛰어들어야 한다. 그러면 10년 뒤, 미국은 세계적인 명성을 되찾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신뢰 구축’

러몬도 장관은 바이든 행정부의 고위 관료로서는 네 번째로 중국을 방문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무역, 투자에서부터 대만 문제에 이르기까지 전방위 긴장 관계를 이어가고 있는 중국과 고위급 소통을 재개하려고 시도하고 있다. 최근 중국 해커들의 이메일 계정 공격에 대해 언급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러몬도 장관은 미국 정부의 고위 인사 및 관련 기관들이 중국 해커들에게 공격을 받은 사건에 대해 중국 측과 ‘대화’를 나눴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녀는 CNN의 정치 토론 프로그램 ‘스테이트 오브 더 유니온(State of the Union)’에 출연해 “그 사건을 언급하며 ‘양국 간의 신뢰를 무너뜨리는 일이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이 어리석지 않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자 했다”며 “미국은 중국이 하는 일에 대해 눈 감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강조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중국 측은 자신들은 이를 전혀 몰랐으며, 고의가 아니라고 해명했다”며 “이 문제를 언급함으로써 이런 일이 반복되면 신뢰를 구축하기 어렵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고 전했다.

또 “대화를 하지 않으면 오해로 이어지며, 이는 국가안보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러몬도 장관은 “나는 이번 대화에서 매우 분명하고 직접적이며 단호했다”며 “중국에 있는 미국 기업들이 거액의 벌금 부과, 압수수색 등 반간첩법 시행으로 인해 인내심이 한계에 도달했다는 점도 분명히 밝혔다. 중국이 이 메시지에 귀를 기울이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김연진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정리에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