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보안업체 “중국이 미국 내 시위 선동한 정황 포착…자금 지원까지”

앤드루 쏜브룩
2023년 08월 5일 오후 9:33 업데이트: 2023년 08월 7일 오후 4:47

미국의 사이버 보안 기업이자 구글 클라우드 파트너인 맨디언트가 중국이 미국 내에서 벌어진 대규모 시위를 조직하고 선동한 정황을 포착했다고 밝혔다.

이는 중국이 미국 내 친중 여론을 조성하기 위한영향력 공작의 일환이다. (중국이 주도하는) 영향력 캠페인은 그간 주로 온라인에서 미국인의 여론으로 위장해 중국 정부에 유리한 허위 정보를 퍼뜨려 왔다.

그런데 이번에는 실제 시위를 조직하고, 자금까지 지원한 정황이 포착됐다.

최근 맨디언트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정보작전 중 하나인 ‘하이에너지(HaiEnergy)’ 캠페인 측이 지난해 미국 워싱턴 DC에서 진행된 친중 성향의 대규모 시위를 주도한 증거가 발견됐다.

보고서는 “2022년 6월과 9월에 벌어진 두 차례의 시위는 동영상으로 기록됐고, 이후 하이에너지가 활용한 캠페인 홍보 내러티브를 뒷받침하는 자료로 쓰였다”고 설명했다.

두 시위는 다른 언론 매체에서 전혀 다뤄지지 않았으며, 오직 하이에너지를 통해서만 기사화돼 온라인에 유포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를 통해 두 시위가 중국공산당과 연계된 하이에너지 캠페인의 일환이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보고서는 “하이에너지가 직접 주도하거나, 유료 홍보 서비스를 활용한 것 외에는 두 시위를 언급한 외부 출처를 확인하지 못했다”고 강조했다.

중국 홍보회사와 하이에너지

하이에너지가 중국의 정보작전 캠페인이라는 사실은 지난해 맨디언트가 공개한 또 다른 보고서에서 처음으로 확인됐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하이에너지 캠페인은 최소 72개의 가짜 뉴스 사이트를 활용해 중국공산당을 찬양하는 등 친중 성향의 기사를 유포해 왔다.

이후 가짜로 의심되는 소셜미디어 계정을 동원해 친중 콘텐츠를 홍보·확산해 온 것으로 밝혀졌다.

이때만 해도 맨디언트는 뉴스 사이트 및 기타 인프라가 중국공산당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것인지 확신하지 못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맨디언트는 중국 홍보 회사인 상하이 하이쉰 테크놀로지(이하 하이쉰)는 하이에너지에서 제작·배포하는 콘텐츠를 홍보하기 위해 프리랜서 및 소셜미디어 인플루언서를 고용한 사실을 확인했다.

보고서는 “하이쉰이 프리랜서를 고용하는 등의 유료 서비스를 이용해 하이에너지 관련 콘텐츠를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있다는 증거를 발견했다”고 설명했다.

하이에너지는 전 세계 주요 국가의 언론사에 보도자료 및 기사를 배포하는 뉴스와이어 서비스도 이용했다. ‘타임스 뉴스와이어’, ‘월드 뉴스와이어’와 같은 보도자료 배포 서비스 통해 미국의 합법적인 뉴스 매체에 ‘보도자료’라고 속여 친중 콘텐츠를 배포한 것으로 드러났다.

여기에 더해, 미국의 금융정보 제공 기업인 ‘파이낸셜콘텐츠’와 관련된 인프라를 통해 최소 32개의 미국 뉴스 매체를 친중 콘텐츠를 유포하는 데 악용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이런 방식으로 제공된 콘텐츠가 별도의 승인이나 검토 절차 없이 하위 도메인에 게시되는 경우가 많았다.

게다가 하이에너지는 해외 뉴스 사이트에서 반미(反美) 기사를 대량으로 가져와 해당 링크를 모두 삭제한 뒤 가짜 친중 계정의 링크로 대체하는 활동도 펼쳤다.

보고서는 “타임스 뉴스와이어 및 월드 뉴스와이어에 게시된 친중 기사가 하이에너지의 소행으로 의심되는 가짜 뉴스 사이트에도 동일하게 게시되는 것을 여러 차례 목격했다”고 밝혔다.

또한 하이에너지는 실제로는 합법적인 출처가 없는데도 자체 웹사이트를 상호 참조 및 인용해 주요 정보 출처로 위장하는 ‘정보 세탁’에도 관여했다.

차이잉원 미국 방문 반대 시위대 |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시위와의 연관성

보고서는 하이에너지가 2022년 미국 워싱턴 DC에서 벌어진 두 차례의 친중 시위를 주도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폭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첫 번째 시위는 세계 종교자유 문제를 논의하는 국제종교자유 정상회의에 대한 대응으로, 공산주의 중국에 존재하는 ‘종교자유의 제한’에 대한 인식을 높이기 위해 조직됐다.

두 번째 시위는 2022년 6월 미국 정부가 중국 신장 지역에서 생산된 제품을 수입 금지하기로 결정한 것에 대한 항의 차원에서 벌어졌다.

하이에너지 관련 매체들은 두 시위가 벌어진 현장을 동영상으로 기록해 온라인에 배포했다. 이 동영상에서 시위대가 플래카드를 들고 구호를 외치며 인종 차별 및 낙태 등의 미국 내부 문제를 강조하는 한편, 중국의 태양광 산업에 악영향을 미치는 미국 정부의 정책을 비판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보고서는 “앞서 언급한 보도자료 배포 서비스인 타임스 뉴스와이어에서 두 시위를 집중 조명하는 기사를 작성하고 유포한 사실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어 “시위 관련 기사들이 하이에너지가 악용하는 미국 뉴스 매체의 하위 도메인에도 그대로 배포됐다”고 강조했다.

이후 하이쉰의 의뢰를 받은 프리랜서들이 관련 기사 및 콘텐츠를 확산시켰다.

맨디언트는 보고서에서 “이런 정황으로 미루어 봤을 때, 하이쉰이나 하이에너지가 제삼자를 통해 배후에서 시위를 조직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이어 “시위대에게 자금을 지원했다는 직접적인 증거는 없다”면서도 “프리랜서 서비스를 이용했다는 점, 하이에너지 관련 인프라를 활용해 시위 소식을 널리 퍼뜨렸다는 점, 돈을 지불하고 시위를 기획했다는 점 등을 토대로 자금 지원 가능성을 유추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맨디언트가 추적조사한 친중 캠페인들은 대부분 미국 소셜미디어 사용자들의 실질적인 참여를 이끌어내는 데 실패했다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이에 따라 현재 친중 캠페인 운영자들은 미국 내 분열을 조장하고 중국공산당에 대한 지지 여론을 조성하기 위한 더 효과적인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보고서는 “친중 캠페인 운영자들은 이전 전략이 효과적이지 않다고 판단하고, 캠페인 운영의 일부를 아웃소싱해 캠페인의 전반적인 도달 범위를 넓히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소 두 번의 대규모 시위를 조직하고 선동해 캠페인 홍보 자료로 활용했다는 사실은 캠페인의 전략이 크게 확대됐음을 보여준다”고 덧붙였다.

*김연진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정리에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