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보고서 “화석연료 발전 중단하면 비참한 결말 맞을 것”

톰 오지메크
2023년 08월 30일 오후 7:31 업데이트: 2023년 08월 30일 오후 8:23

미국 정부가 ‘탄소 중립’ 정책을 추진하며 석탄, 석유, 천연가스 등 화석연료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겠다고 천명한 가운데, 대책 마련 없이 화석연료 발전을 중단하면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보고서가 나왔다.

미국의 글로벌 석유화학기업 엑슨모빌은 향후 30년간의 경제 발전과 에너지 전망을 예측하는 ‘엑슨모빌 전망 보고서’ 최신 호에서 “저렴하고 안정적인 에너지에 대한 접근은 인류 전체의 삶의 질을 측정하는 핵심 척도”라고 강조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탄소 중립의 목표 시점인 2050년에도 석유와 천연가스가 전 세계 에너지 공급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친환경 에너지’로 불리는 풍력, 태양광 등이 2050년 전 세계 에너지 공급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1%에 그칠 것으로 예측됐다.

보고서는 “전 세계의 에너지 수요를 충족하는 데 있어 석유, 천연가스 등 화석연료의 유용성은 단연 압도적”이라며 “(화석연료는) 에너지 밀도가 높고 생산 비용이 저렴하며, 접근하기 쉬울 뿐만 아니라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많은 제품의 필수 원료 역할까지 한다”고 전했다.

현재 미국을 포함한 세계 각국은 화석 연료를 ‘기후 변화’의 주범으로 여기고 2050년까지 넷제로(Net Zero·탄소 순배출량 제로화)를 실현하겠다는 친환경 정책을 경쟁적으로 내세우고 있다.

그런데 최근 미국 공화당 대선 경선 주자인 비벡 라마스와미가 기후 관련 정책에 대한 소신을 밝혔다.

그는 “기후 변화 의제는 사기라고 생각한다”며 “오히려 잘못된 기후 정책으로 인해 더 많은 사람이 피해를 입거나 목숨을 잃고 있다”고 역설했다.

에너지믹스의 변화

에너지믹스란, 다양한 에너지원을 활용해 에너지 공급의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것을 뜻한다. 전 세계 전력 사용량이 점점 증가함에 따라 에너지를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해 에너지믹스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2050년 에너지믹스의 가장 큰 특징은 풍력, 태양광 등의 비중이 늘어나고 석탄의 비중이 크게 줄어든다는 점이다.

보고서는 “2050년까지 전 세계 전력 사용량이 급증할 것으로 보인다”며 “전기 자동차의 보급으로 개인 교통수단에서는 석유 사용량이 크게 감소할 수 있지만 물류, 해운, 항공 산업은 석유 의존도를 줄이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했다.

또 “천연가스는 발전, 수소 생산, 산업 공정 및 건물 난방 등을 위한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원으로서 그 중요성이 더욱 커질 것”이라며 “앞으로 천연가스 사용량이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50년에는 전 세계의 1인당 GDP가 현재보다 약 85% 증가함에 따라 전력 사용량도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서 중요한 문제는 늘어난 에너지 수요를 어떻게 감당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보고서는 “에너지 수요를 충족하지 못하면 개발도상국은 경제 발전 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것이며, 국민들의 삶은 더욱 비참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글로벌 복지 발전을 위한 싱크탱크 코펜하겐 컨센서스의 대표인 비욘 롬보르도 화석연료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최근 뉴욕포스트에 기고한 글에서 “전 세계에서 온열 사망과 한랭 사망을 모두 줄이고 삶의 질을 높이려면 저렴한 에너지에 대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미국에서는 값싼 가스 덕분에 수백만 명이 겨울철에도 따뜻하게 지낼 수 있었고, 그렇게 매년 1만 2천여 명이 혹독한 추위로부터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또 “필연적으로 에너지 비용을 올리는 친환경 발전 및 기후 정책은 끔찍한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역설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의 한 대학교에 설치된 태양광 전지판 | 연합뉴스

인구 증가와 에너지 수요 증가

전문가들은 향후 30년 안에 전 세계 인구가 97억 명에 이를 것이며, 그에 따라 경제 규모도 비약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대해 보고서는 “인구 증가와 경제 발전으로 인해 2050년 전 세계 에너지 수요는 2021년 대비 약 15%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며 “이를 어떤 방식으로 충족하는지가 현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탄소 저배출과 에너지 생산 효율성을 동시에 충족하는 수소, 원자력 발전 등이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보고서는 “2050년까지 지구 기온 상승 폭을 산업화 대비 2도 이하로 제한하자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의 목표에 어느 정도 동의한다”면서도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더 큰 투자와 노력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또 “2050년경에는 석유와 천연가스가 전 세계 에너지믹스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예상되므로, 생산량 감소를 상쇄하기 위해 상당한 투자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석유와 천연가스에 대한 투자를 중단하면 글로벌 에너지 수요를 충족하지 못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지난해 12월 엑슨모빌 측은 글로벌 에너지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2023년에 약 250억 달러를 투자하고, 2027년까지 매년 비슷한 수준의 투자를 지속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기후 비상사태?

롬보르는 “지구의 기온 상승으로 인해 경기 침체와 맞먹는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도 “이는 현실적인 문제이긴 하나, ‘종말론적 재앙’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또 “기후를 잘 이해하고 그것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막연하게 공포를 조장하는 기후 종말론을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사무총장은 “지구온난화의 시대가 끝나고 ‘끓는 지구’의 시대가 시작됐다”며 “기후 위기에 대처하기 위해 즉각적인 행동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기후 위기는 현재 진행 중이며, 매우 두려운 상황”이라며 “이는 단지 시작에 불과하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한편, 미국의 일부 에너지 그룹은 바이든 행정부가 ‘기후 비상사태’를 선포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미국 석유 및 가스 협회의 회장인 팀 스튜어트는 “현 정부에 기후 비상사태를 선포할 수 있는 권한이 주어진다면, 코로나19 팬데믹 당시와 같은 일이 벌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는 통신에서 인프라에 이르기까지 사실상 미국 사회의 모든 것을 통제할 수 있는 권한을 대통령에게 주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에포크타임스는 백악관 공보실에 관련 논평을 요청했지만 보도 시점까지 답변을 받지 못했다.

*김연진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정리에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