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日·호주 ‘하나의 중국’ 원칙에 문구 추가…中 반발

강우찬
2022년 08월 15일 오전 11:05 업데이트: 2022년 08월 15일 오전 11:36

미국, 일본, 호주 정부가 ‘하나의 중국’ 정책에 관해 미묘한 입장 변화를 나타냈다.

미·일·호주 외무장관은 최근 동남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외교장관회의에서 3국 전략대화 후 발표한 공동성명에서 ‘하나의 중국’ 정책 문구에 “적용될 경우(where applicable)”라는 표현을 추가했다.

‘하나의 중국’을 항상 존중하는 것이 아니라 상황에 따라 조건부 적용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중국 공산당(중공) 산하 중국 외교부는 “하나의 중국 원칙을 유명무실화하는 것은 불법적이고 무효한 조치”라고 반발했다.

‘하나의 중국’은 중국 대륙과 대만 섬, 홍콩, 마카오는 절대 나눠질 수 없는 하나의 영토이며, 합법적인 중국 정부는 오로지 하나라는 원칙이다. 이 원칙을 구체적으로 실행하는 정책도 함께 가리킨다.

이 원칙은 중화민국(대만)과 중공이 모두 채택하고 있는 정책이지만, 사실상 대만이 중국을 통일한다는 것은 현 상황에서 거의 불가능한 일이므로 대만 측에서는 실효성이 없다.

하지만, 중공은 대만을 외교적으로 고립시키기 위해 국제사회가 이 원칙에 따라야 한다고 강조한다. 중공과 수교를 맺는 모든 국가에도 이 원칙의 수용을 요구해왔다.

이에 따라 세계 각국은 ‘하나의 중국’ 원칙을 존중해왔으나,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중공의 정치·경제·외교적 영향력이 커지고 군사적 위협이 고조되자 이 원칙에 대한 입장을 재검토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외교통상부 장관 격), 페니 웡 호주 외무장관,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무상은 이달 초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열린 아세안 외교장관회의 후 발표한 공동성명에서 확인됐다.

3국 장관은 성명에서 중공이 대만을 둘러싸고 실시 중인 군사 훈련에 대해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하고 “‘하나의 중국’ 정책에 관한 존중에는 변화가 없다”면서도 뒤에 “적용될 경우”라는 문구를 추가했다.

대만 중앙통신에 따르면, 앞서 주요 7개국(G7) 외교장관과 유럽연합(EU) 외교정책 고위대표가 대만해협의 안정을 촉구하며 발표한 공동성명에도 하나의 중국 원칙 뒤에 “적용될 경우”라는 문구가 붙었다.

<사진> 미국, 일본, 호주 외무장관은 이달 초 동남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외교장관회의 직후 공동성명을 내고 ‘하나의 중국’을 존중한다는 문구 뒤에 “적용될 경우(where applicable)”라는 표현을 추가해 특정 상황에서만 적용하기로 했다. | 미 국무부 홈페이지 캡처

왕원빈 중공 산하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개별 국가가 ‘하나의 중국 원칙’에 각종 접두사나 접미사를 붙여 이를 왜곡하고 유명무실화하고 있다”며 이는 “불법적이고 무효한 일”라고 비판했다.

왕 대변인은 “이들의 행태는 사실상 하나의 중국 원칙에 대한 왜곡된 해석”이라며 “본질적으로 국제법 기본원칙과 국제관계 기본원칙, 그리고 제2차 세계대전 이후의 국제 질서에 도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장멍런 대만 푸런대 외교·국제사무학과정 학과장은 RFA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의 계속된 군사훈련에 미국, 일본, 호주와 유럽연합(EU) 외교 수장들은 공동성명을 내고 ‘하나의 중국’ 정책에 변화를 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중공이 군사훈련을 벌이는 목적은 대만 통일이라는 커다란 과제를 달성하기 위해 과제를 세분화해 하나씩 처리하는 ‘살라미 전술’이라며, 이에 일본은 미국과 함께 ‘하나의 중국’ 정책의 표면을 유지하면서 그 내실을 변경시키는 방법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장 교수는 ‘하나의 중국’ 원칙이 향후 전 세계에서 자유민주주의적 대만과 전체주의적 독재국가 중공을 뚜렷하게 대비시키는 효과를 낼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