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향후 10년간 아프리카 관계 더욱 강화할것”…EIU 보고서

조영이
2022년 08월 4일 오후 8:51 업데이트: 2022년 08월 5일 오전 11:07

중국이 향후 10년간 아프리카와의 관계를 더욱 강화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lU)은 지난 3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중국은 향후 10년간 무역에 초점을 맞춰 아프리카와의 관계를 더욱 강화할 것”이며 “ 아프리카의 천연자원에 계속 투자하고 아프리카를 식량 공급원으로 보고 농업 관련 지출을 늘릴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한 “미국과 유럽연합(EU)이 아프리카 대륙과 교역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지만 쉽지는 않을 것”이라며 “중국은 2030년까지 유럽연합(EU)을 제치고 아프리카의 가장 큰 무역 상대국이 될 계획”이라고 EIU는 덧붙였다.

중국은 2021년까지 12년간 아프리카의 최대 교역국이었다. 향후 10년간 최대 무역 상대국 지위를 지킬 뿐만 아니라 최근 아프리카 지역에 대한 서방의 손길을 차단하고 영향력을 더욱 강화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주요 7개국(G7)·유럽연합(EU) 등 서방 국들은 아프리카, 중동 지역에서 커지는 중국의 영향력을 견제하기 위해 중국의 일대일로에 맞서는 인프라 투자 계획을 내놓고 있다.

中, 일대일로 프로젝트 통해 아프리카에 영향력 행사

중국 정부가 주도하는 광역경제권 구상인 일대일로(一帯一路)는 중앙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육상 실크로드와 동남아시아와 유럽, 아프리카를 연결하는 해상 실크로드를 포함한다.

중국은 아프리카를 해상 실크로드의 핵심 지역으로 삼고 아프리카 국가에 인프라 건설을 본격적으로 추진하며 무역 영향력을 넓혀왔다. 2019년 기준으로 아프리카 지역 내 중국 자본이 개입한 항구는 47개에 달한다. 중국이 아프리카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아프리카 지리적 위치로 유럽을 포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일대일로 사업을 통해 아프리카에 항만, 철도와 같은 거대 인프라 프로젝트는 물론 군사기지까지 건설하고 있다.

또한 중국은 2018년 이후 아프리카 국가들에 약 193조원 이상을 빌려준 가장 큰 대출국이다. 주요 인프라가 부족했던 아프리카 국가들에 중국의 자금 대출은 거절하기 힘든 제안이었다. 우간다, 에티오피아, 잠비아 등 아프리카 39개 국가가 일대일로 사업에 참여하게 되면서 중국은 아프리카 대륙에서 영향력을 키워왔다.

막대한 차이나머니 대출, ‘채무의 덫’ 비판

문제는 이미 많은 부채가 있고 경제적 빈곤국이 많은 아프리카 국가들이 채무불이행에 빠질 위험이 크다는 점이다.

일례로 일대일로에 참여한 잠비아는 국가 부채의 3분의 1을 중국에 빚지며 지난 6월 결국 디폴트(채무불이행)를 선언했다. 이어 스리랑카가 지난 7월 디폴트를 선언했으며 중동의 레바논, 남아시아 파키스탄 등도 비슷한 처지다.

일대일로 계약의 공정성에도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10월 우간다가 중국에 빌린 돈을 갚지 못해 대출금으로 지은 공항이 중국에 넘어갈 위기에 처하게 되면서 일대일로의 불공정 계약 조항도 드러났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건설 자금 대출 계약에 대출금을 상환하지 못하면 주요 인프라 운영권을 중국에 넘긴다는 조항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이 개발도상국을 빚더미에 앉게 해 주요 자산을 빼앗아 간다는 비판이 나오는 배경이다.

앞서 2017년 스리랑카 항만공사는 99년간 함반토타 항만 운영권을 중국 국영 항만기업 자오상쥐(招商局)에 넘겨줬다. 항만 건설에 들어간 건설비용 11억2천만 달러(약 1조5천억원)을 갚지 못한 결과였다.

당시 중국 언론은 함반토타 항구의 지정학적 중요성을 강조하며 인민해방군이 함반토타 항구에 항공모함을 배치하면 중국의 군사적 영향력을 인도양 전역으로 확대해 에너지 수송 안보를 더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유럽연합(EU), 미국 등 서방 국가들은 중국의 일대일로가 참여국에 잉여 시설과 고금리 채무만 고스란히 남는 부채 함정에 빠뜨리고 있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세계 무대에서 주도적인 강국이 되기 위해 일대일로를 패권 장악 수단으로 활용하려는 의도가 내포돼 있다는 지적이다.

G7·EU 등 서방국가, 일대일로 겨냥해 아프리카에 인프라 투자

유럽연합(EU)은 지난해 말 2027년까지 개발도상국 인프라 사업 등에 최대 406조 원 규모의 자금을 투입하겠다고 발표했다.

중국 일대일로의 ‘진정한 대안’을 선언한 이 프로젝트는 ‘글로벌 게이트웨이’로 명명됐으며 EU와 세계 각국 사이에 연결된 공급망을 안정화하고 무역을 촉진하기 위해 창설됐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각국은 (중국의 제안보다) 더 나은 다른 제안, 진정한 대안”이 필요하다며 중국 일대일로에 대한 견제 의사를 분명히 했다.

이어 EU는 지난 2월 아프리카연합(AU)과의 정상회의를 통해 ‘글로벌 게이트웨이’를 통한 아프리카와의 교류·투자 확대를 시사했다.

G7 국가들은 지난 6월 독일에서 열린 정상회의에서 중국의 일대일로에 대응하기 위해 아프리카 등 저소득·저개발 국가를 대상으로 777조 원 규모의 인프라 투자를 결정했다.

앞서 G7은 올해 초 공동선언문에서 전염병 극복, 경제 활성화, 탄소중립 달성과 함께 글로벌 파트너십을 주요 의제로 내세워 아프리카를 비롯해 중국이 세를 뻗고 있는 지역에 인프라를 구축하는 ‘더 나은 세계 재건’을 천명했다.

더 나은 세계 재건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주도하고 있다. 당시 바이든 대통령은 “G7의 더 나은 세계 재건 프로젝트는 일대일로보다 공정할 것”이라며 일대일로를 직접 겨냥했다.

이와 관련해 미국 국무부와 상무부 고위 관리들이 잇달아 아프리카를 찾았으며 올해 하반기에는 2차 미국-아프리카 정상회의가 개최될 예정이다.

한편 중국도 이에 맞서 최근 아프리카 대륙에 고위 관리들을 잇달아 파견하면서 아프리카 국가들과의 관계를 다지는 데 주력하고 있다. 서방이 중국의 일대일로 사업에 맞서 해당 지역에서 외교 공세를 펼치는 것에 대응해 아프리카에 대한 주도권을 공고히 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EIU는 미국과 유럽연합의 이러한 조치가 “아프리카 대륙에서 중국의 영향력을 저지하는 데 어느 정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