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국영기업 디폴트 악화에 대만 은행업계 ‘지뢰밭’ 위기

청무란
2019년 12월 8일 오후 7:32 업데이트: 2019년 12월 13일 오후 7:43

(타이베이=에포크타임스) 중국의 디폴트(채무불이행) 상황이 점점 빠르게 악화되는 가운데 대만 금융 시스템이 광범위한 위기를 맞고 있다.

대만 금융감독관리위원회(금감위) 는 대만의 11개 은행이 연합해 중국 기업에 제공한 국제대출이 51억 대만달러(약 1976억원) 규모의 리스크에 노출됐다고 지난 6일 발표했다. 대만 은행업계 전반에 걸쳐 중국 관련 리스크에 노출된 자금 규모 4천억 위안(약 67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국영 에너지 기업인 ‘상하이 국저에너지(상하이 CERCG, 上海國儲能源)’는 연합대출 4억 달러(약 4688억원)를 받았지만, 10월과 11월에 상환하지 못했다. 현재 잔존 채무는 90%에 달한다.

이번 연합대출에 참여한 민영은행 6곳과 공영은행 5곳 중에는 대형 금융지주회사 산하의 은행도 적지 않다. 내년 1월이면 이 디폴트가 만 3개월이 되므로 연체대출비율(Non-Performing Loans Ratio, NPL)과 손실 등이 산출돼야 한다.

홍콩‧마카오‧중국 은행, 유럽의 23개 은행, 대만의 11개 은행이 ‘상하이 CERCG’의 연합대출에 참여했으며, 이 은행들이 회수하지 못한 대출금은 총 대출의 30~40%에 달한다.

상하이 국가저장에너지 신용대출의 보증인은 모회사인 ‘중국국저에너지화공집단(CERCG)’인데, 이 회사도 2018년 달러화 채무 위약으로 인해 채무 위기가 발생한 적이 있다. 두 회사의 경영 책임자는 주닝(朱寧) 한 사람이다. 금융 업계는 주닝의 다른 연합대출 위약 리스크를 철저히 조사하고 있다.

CERCG는 국영기업이라는 후광을 업고 있다. 그러나 2018년 5월 11일, 채무 원금 3억 5천만 달러를 상환하지 못했다. 그 연쇄효과로 2021년과 2022년에 채무 6억 5,500만 달러가 만기 도래하게 되는데, 이를 합치면 총 채무 규모는 10억 달러에 이른다.

대만 금감위 발표 데이터에 따르면, 올해 9월 말 기준, 대만 은행업계 전체가 짊어지는 대중국 리스크 금액은 565억 5,500만 달러다. 이는 인민폐 4천억 위안이 넘는 금액이며 순가치의 49%를 점한다. 만약 보험업과 증권선물업계에 노출된 640억 위안의 리스크를 더하면 대만 금융업계가 감당할 본토발 리스크 총액은 약 4,640억 위안이 된다. 여기에서 홍콩발 리스크 노출액 2,340억 위안은 빠져있다.

소위 ‘대중국 리스크 노출’은 대만 은행의 중국 분점과 국제금융기구의 중국 분점(OBU) 등이 중국에 제공한 대출, 투자, 금융기관 간 단기 대부 등의 총액을 말한다. 개별 은행을 살펴보면, 푸방(富邦)은행의 중국 대출의 리스크 순가치 비율은 72%(리스크 노출액은 약 300억 위안)이고, 중국신탁은행 역시 71%(리스크 노출액 약 454억 위안)에 달한다. 나머지 은행은 카이지(凱基)은행 68%, 상하이은행 67%, 융펑(永豐)은행 64%, 자오펑(兆豐)은행 62%, 가오슝(高雄)은행 62% 등이다.

대만에는 궈타이(國泰) 금융지주, 중신(中信)금융지주, 푸방금융지주 등 3대 금융지주 그룹이 있다. ‘징저우칸(鏡週刊)’ 보도에 따르면, 푸방금융지주가 가장 최초로 등기했으며, 대만 금융지주회사그룹이 중국 시장에 가장 집중적으로 투자했다. 화이(華一)은행, 샤먼(廈門)은행, 강지(港基)은행(후에 홍콩푸방은행으로 개명) 및 하얼빈은행 등 네 군데에 투자한 금액만 해도 151억 위안에 이른다.

대만 은행의 대(對)중국 리스크 노출 비율. | NTD

대만 푸방(富邦)그룹이 투자한 중국 본토는 사방이 지뢰밭

중국은 최근 경기가 급격히 하강하고 있으며, 당국은 재벌들을 대대적으로 ‘정리’하고 있다. 샤오젠화(肖建華) 회장이 세운 ‘밍톈(明天)’그룹 산하의 자산도 속속 국영기업에 접수되고 있다. 이는 중국에 적극적으로 판을 깔아온 푸방금융지주에 리스크가 급증하고 있음을 뜻한다.

푸방그룹이 투자한 하얼빈은행과 샤면은행은 원래 ‘밍톈’그룹이 직접 장악하던 곳이다. 푸방은 2008년에 약 28억 위안을 투자해 샤먼은행의 지분 19.95%를 확보했다. 2014년에는 22억 4,000만 위안으로 하얼빈은행 지분 7.03%를 접수했다.

푸방이 2014년에 하얼빈은행의 주식을 구입할 때는 주당 2.9홍콩달러였는데, 지난주 금요일(6일) 종가를 기준으로 주당 가격은 1.51홍콩달러에 불과했다. 5년 만에 48%의 투자 손실이 발생했다.

2017년, 홍콩에 있던 ‘밍톈’그룹 창시자 샤오젠화이 중국 공산당에 의해 본토로 송환돼 조사를 받은 이후, 지금까지 종적이 묘연하다.

공개된 자료들에 따르면, 샤먼은행과 하얼빈은행 외에 푸방이 중국 기업에 투자해서 리스크에 노출된 사례는 다음과 같다.

• 다롄완다(大連萬達)에 2,500만 달러를 투자했고, 현재 이 그룹 주식은 상장폐지됐다.

• 베이다팡정(北大方正)이 이끄는 ‘팡정푸방기금’ 지분을 33.3% 소유하고 있다. 베이다팡정은 얼마 전 20억 위안의 채권을 위약했다. 200억 위안의 해외 채권도 갚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보도에 따르면 베이다팡정이 발행한 채권액은 3천억 위안이고, 이 그룹의 올해 6월 부채율은 82.74%에 달한다.

• 휴대폰게임개발을 하는 란강후둥(藍港互動)에 22억 4,000만 홍콩달러를 투자했다. 이 기업은 올해 3분기에만 16억 위안의 손실을 보았다.

• 샤먼 정부와 합자로 푸방생산물보험을 세워 80% 지분을 소유했다. 9년간 손실액은 7억 6,300만 위안이었다.

• ‘밍톈’그룹과 밀접한 캉젠국제의료에 2억 5,500만 홍콩달러를 투자했다. 또한 캉훙 글로벌금융(康宏環球金融)의 지분 29.98%를 소유했다. 두 기업은 2017년부터 주식거래가 중단됐고 자금도 동결됐다.

‘국진민퇴(國進民退‧국영기업은 약진하고 민영기업은 퇴조하는 현상)’로 인해 하얼빈은행의 많은 지분이 국영기업에 이전된 후, 푸방은 11월 18일 또 알리바바가 홍콩 증시로 돌아와서 상장할 주식을 5억 달러 한도로 구매하겠다고 선언했다. 한 분석가는 이는 푸방이 베이징 당국에 정성을 보임으로써 중국에 쏟아 넣은 방대한 투자를 안전하게 지키려는 고육지책이라고 분석했다.

대만의 한 싱크탱크의 CEO인 라이이중(賴怡忠)은 대만 등록 금융업자가 중국에서 리스크에 노출되는 문제를 말하면서, 양안의 경제무역 연계는 넓고도 깊어서 중국 본토 경제가 계속 심각해지는 상황에서 일단 사건이 발생하면 대만 금융 시스템에 가해지는 충격이 대단히 클 수 있다고 했다. 그는 “특별히 푸방 같은 대형 금융지주 기관이 중국에 분점을 열거나 합작투자로 현지 은행을 사들일 때는 반드시 대만을 주관하는 금융관리위원회가 사전에 개입해 상황을 파악하고 위험을 미연에 방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