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새 국가보안법 추진…“中 공산당 통제 강화”

줄리아 예(Julia Ye)
2024년 02월 5일 오후 3:30 업데이트: 2024년 02월 5일 오후 3:30

홍콩 정부가 자체 국가보안법인 ‘국가안보수호조례’를 제정하기 위해 움직이고 있다. 이에 따라 홍콩에 대한 중국공산당의 통제가 한층 강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존 리 홍콩 행정장관은 지난달 30일 기자회견을 열고 “오는 28일까지 ‘국가안보수호조례’에 대한 의견 수렴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이날 그는 “홍콩 사회가 매우 평온하고 안전해 보이지만 서방 국가의 공격, 내부의 잠재적 폭력 등으로 인해 홍콩의 국가안보가 크게 흔들리고 있다”고 언급했다.

홍콩 기본법 23조는 반역, 분리독립, 폭동, 국가 전복, 국가기밀 절도 등에 대해 최고 30년의 징역형에 처할 수 있도록 하고 이와 관련된 법률을 제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홍콩 정부는 2002년 국가보안법 제정을 추진했지만, 이를 반대하는 홍콩 시민들의 대규모 시위로 인해 무산된 바 있다.

그런데도 홍콩에서는 기본법 23조를 근거로 자체적인 국가보안법을 제정하기 위한 시도가 계속 이어져 왔다.

2019년 홍콩 민주화 시위로 홍콩 시민 수십만 명이 거리로 쏟아져 나온 뒤, 중국은 ‘홍콩 국가보안법’을 제정해 국가 분열, 정권 전복, 테러 활동, 외국 세력과의 결탁 등을 처벌할 수 있도록 했다.

이번에 홍콩 정부가 제정하려는 국가안보수호조례는 홍콩 국가보안법을 보완하고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해당 법안은 반역, 내란, 선동, 간첩 활동, 외세 개입, 국가기밀 절도 등을 국가안보에 대한 ‘중대 위협 행위’로 규정한다. 새로 추가된 ‘외세 개입’ 관련 조례는 외국 세력과 협력해 홍콩의 선거 시스템, 입법부, 사법부에 개입하는 것을 금지한다.

리 장관은 “국가안보에 대한 위협은 현실이다. 우리는 지금까지 이런 위협을 경험했고, 그로 인해 극심한 고통을 받았다. 이를 반복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다. 올해 안에 입법을 완료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더 넓어진 적용 범위

시사평론가 왕안란은 홍콩 정부가 자체 국가보안법 제정에 열을 올리는 이유에 대해 “중국공산당이 2020년 홍콩 통제를 강화하기 위해 제정한 홍콩 국가보안법이 국제사회의 비판을 받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기본법 23조를 근거로 하는 자체 국가보안법을 제정해 이에 정당성을 부여함으로써 서방 국가들의 비판과 우려를 종식시키고자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2023년 2월 6일, 홍콩에서 국가보안법상 국가전복 음모 혐의로 기소된 민주화 운동가들에 대한 공판이 열리는 사이 사람들이 서카우룽 치안법원 밖에서 줄을 서 있다. | Tyrone Siu/Reuters/연합뉴스

기본법 23조에 따른 홍콩의 자체 국가보안법이 제정될 경우 ‘국가기밀’, ‘간첩 활동’ 등의 정의와 적용 범위가 더욱 넓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로 인해 홍콩의 비즈니스 환경이 더욱 악화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홍콩대학교 법학부의 사이먼 영 교수는 “특정 기업이나 단체가 외국 정부와 연관이 있는 경우 국가보안법에 따라 처벌을 받을 수 있다. 이런 위험성은 홍콩 경제를 더 위축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홍콩의 싱크탱크이자 여론조사기관인 홍콩민의연구소(PORI)의 청킴와 부총재는 “홍콩 당국이 국가보안법의 적용 범위를 대폭 확대하려 한다”며 “사실상 모든 것을 범죄화하려는 시도”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홍콩의 자체 국가보안법은 홍콩 시민을 억압하기 위한 더 강력한 무기”라고 전했다.

중국공산당의 통제 강화

중국은 “기본법 23조에 따른 자체 국가보안법을 홍콩이 직접 제정해야 한다”며 홍콩 정부를 압박해 왔다.

이와 관련해 왕안란은 “최근 긴장이 고조된 국제 정세 속에서 중국공산당이 홍콩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고자 한다는 걸 보여준다”고 말했다.

또한 “중국은 일본과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를 둘러싼 영유권 분쟁을 지속하고 있다. 대만해협과 남중국해에서도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중국은 홍콩이 또 다른 불안의 씨앗이 될 수 있음을 우려하고 있다. 이에 따라 새로운 국가보안법을 제정해 홍콩 통제를 강화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2019년 홍콩에서 민주화 시위가 벌어졌을 때, 중국공산당은 홍콩을 중국 본토와 해외를 연결하는 ‘반공(反共) 거점’으로 인식했다”며 “친중파인 리 장관을 내세워 불안 요소를 제거해 홍콩을 완전히 통제하려 한다”고 밝혔다.

*김연진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정리에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