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일 정상회담 일정 불투명”…中왕이는 신년축사서 한국만 쏙 빼

황효정
2024년 02월 2일 오후 4:07 업데이트: 2024년 02월 2일 오후 4:44

한중일 3국 정상회담 개최가 중국의 비협조 때문에 빨라도 5월 이후로 늦춰질 가능성이 커졌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보도가 나오기 전날에는 중국 외교사령탑인 왕이 외교부장이 신년축사에서 한국만 빼놓고 언급해 국내 외교계가 그 배경에 주목하고 있다.

지난 1일(현지 시간) 교도통신은 복수의 외교 관계자를 인용해 이같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한중일 외교장관들은 앞서 지난해 11월 3국 정상회의에 속도를 내기로 했으나 실제 일정 조율은 진행되고 있지 않다. 작년 11월 당시 박진 한국 외교부 장관은 왕이 중국 외교부장, 가미카와 요코 일본 외무상과 3국 외교장관 회의를 갖고 한중일 정상회의에 필요한 준비에 속도를 가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이에 따라 한중일 정상회담 개최 시기는 불투명해진 상태다.

교도통신은 “중국이 4월에 있을 한국 총선과 일본의 기시다 후미오 총리 내각 지지율이 부진한 점을 염두에 두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이와 관련 한 외교 소식통은 “중국 측은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가 안정적인 정권 기반을 유지할 수 있을지를 지켜보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은 정상회담 일정 타진에는 답변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2월 20일 헝가리 부다페스트에 방문한 왕이 중국공산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외교부장 겸임) 모습|연합뉴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해당 보도가 나오기 전날인 지난달 31일 베이징에서 2024년 신년 리셉션을 개최했다.

이날 왕 부장은 우방국인 러시아는 물론 미국, 일본, 유럽, 호주, 중앙아시아,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등 주요·주변국과의 관계를 일일이 거론했으나 한국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이미 개최하기로 합의된 한중일 정상회의 등도 언급에서 빠졌다.

이를 두고 근래 다소 소원해진 한중 관계 때문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해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때 마주쳐 악수하고 3분가량 대화를 나눴지만 양자 정상회담은 조율 끝에 불발됐다. 새 외교장관이 임명되면 관례적으로 이뤄지는 양국 간 전화 통화도 소식이 없다.

지난달 10일 임명된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임명 다음 날부터 미국, 일본, 호주, 베트남 외교 수장들과 연이어 전화 통화로 인사를 나눴다. 그러나 3주가 지난 이날까지 한중 외교장관 간 통화가 있었다는 소식은 발표된 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