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中 반부패 선봉장 왕치산, 측근 잇따라 처벌…“토사구팽”

박숙자
2024년 02월 8일 오후 1:29 업데이트: 2024년 02월 8일 오후 6:02

시진핑 중국공산당 총서기의 집권 초반 중국의 사정 작업을 주도했던 왕치산(王岐山) 국가 부주석의 옛 부하들이 잇따라 낙마해 그 배경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 5일, 후난성 창더시 중급인민법원은 중국초상은행(招商銀行)장을 지낸 톈후이위(田惠宇)에게 사형 집행유예를 선고하고 전 재산을 몰수했다. 뇌물수수, 직권 남용, 미공개 정보 이용, 내부자 거래, 내부 정보 유출 등을 통해 5억 위안(약 925억원)의 부정 축재를 한 혐의가 적용됐다.

사형 집행유예는 사형 집행을 2년간 유예한 뒤 수형 태도 등을 고려해 사형을 집행하거나 무기징역으로 감형해 주는 중국 특유의 사법 제도다.

톈후이위는 시진핑의 오른팔로 불린 왕치산 전 국가부주석이 과거 중국건설은행장으로 일할 당시 비서로 일했던 인물로, ‘왕치산 사람’으로 통한다.

왕치산이 중국건설은행에 재직할 당시 최고재무책임자였던 판이페이(范一飛)도 체포돼 재판을 기다리고 있다. 중국 당국은 앞서 2022년 11월 판이페이가 금융 시스템에 기대 돈으로 돈을 벌고, 직권을 이용해 대출 융자 및 기업 경영 등에 편의를 제공하면서 거액의 금품을 수수했다고 통보한 바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왕치산의 ‘집사’로 불리는, 사정·감찰 기구 중앙순시조 부조장을 지낸 둥훙(董宏·69)도 4억6천만 위안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2022년 1월 사형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전 재산을 몰수당했다.

쑤쯔윈(蘇紫雲) 대만 국방안보연구원 전략자원연구소장은 지난 6일 에포크타임스에 “시진핑이 하는 모든 일은 자신의 안전을 공고히 하기 위한 것”이라며 “토사구팽은 중국공산당의 전통”이라고 했다.

쑤쯔윈은 왕치산의 부하들이 하나둘 숙청되는 것은 중국공산당 파벌 중 하나인 왕치산의 파벌이 해체됐음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왕치산 파벌에 부패 문제가 있는 것은 당연하지만, 이 파벌 중 일부가 왕치산의 명성을 이용해 시진핑을 정치적으로 폄하한 것을 시진핑이 감지한 것이 가장 중요한 원인이다. 그래서 시진핑은 착오로 죄 없는 사람 백 명을 죽이는 한이 있어도 한 사람을 놓치지는 않을 것이다.”

호주에서 활동하는 법학자 위안홍빙(袁紅冰)은 지난 6일 에포크타임스에 “왕치산의 옛 부하들 중 상당수가 금융 시스템에서 핵심적인 권한을 쥐고 있어 시진핑이 금융 시스템에 대한 부패 척결을 강화하면 이들에게 영향을 미칠 것이 분명하다”고 했다. 하지만 그는 왕치산이 지금 실권을 쥐고 있지 않기 때문에 시진핑이 왕치산을 직접 겨냥하지는 않을 것으로 봤다.

위안훙빙은 시진핑이 반부패 사정의 초점을 금융·에너지 분야와 대형 국영기업에 집중하는 이유를 분석했다.

그에 따르면 중국 경제 전체가 빠르게 침체되면서 각급 정부가 재정난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시진핑이 대만해협 전쟁을 준비하고 있는 것과 관련이 있다. 부패 관리를 숙청하고 그들의 재산을 몰수해 군비와 정권 안정 유지 비용으로 쓰고, 일부는 각급 정부의 재정난 해소에 쓰려 한다는 것이다.

* 이 기사는 닝하이중, 뤄야 기자가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