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유엔서 中에 ‘탈북민 인권 보호’ 첫 권고…“국제규범 준수해야”

황효정
2024년 01월 24일 오후 8:00 업데이트: 2024년 01월 24일 오후 8:37

한국 정부가 중국의 인권 상황을 심의하는보편적 인권 정례검토(UPR)’에서탈북민을 보호하고 국제 인권 규정을 준수할 것’을 권고했다. 우리나라가 중국을 대상으로 탈북민 인권 문제를 거론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23일(현지 시간) 유엔(UN) 스위스 제네바사무소에서 열린 중국의 ‘보편적 인권 정례검토(이하 UPR)’ 절차에서 윤성덕 주(駐)제네바 한국대표부 대사는 중국에 “탈북민을 포함한 해외 출신 이탈자들에 대한 적절한 보호를 제공하길 권고한다”고 밝혔다.

유엔의 UPR은 유엔 회원국 193개국이 돌아가면서 정기적으로 권고 이행 여부 및 자국 인권 상황 등을 점검받는 제도다. 다만 법적 구속력은 없다.

중국의 인권 상황을 심의하는 UPR 절차에서 한국 정부가 탈북민 인권 문제를 직접 거론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문재인 정부 때인 2018 3차 중국 UPR에선 탈북민 관련 질의조차 하지 않았고,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3 2 UPR에서는 강제송환금지 원칙 준수 등 난민 보호 문제를 거론했지만, 북한 탈북민을 명시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다.

한국 정부는 이번 중국 UPR을 앞두고 처음으로 사전 서면질의를 보내는 등 중국의 입장 표명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면 질의에는북한을 비롯해 해외 출신 이탈자가 접근 가능한 난민신청 절차인신매매 강제 결혼 및 각종 착취에 노출된 북한을 포함한 해외 출신 여성이탈자 보호 및 지원방안 등을 포함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윤성덕 한국대표부 대사는 “중국 정부가 시민적,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 규약 비준을 위한 조치를 취하길 바란다”면서 중국이 국제규범을 존중할 것을 촉구했다.

유엔 내 주요 인권 기구들을 비롯, 최근 국제사회는 중국 내 탈북민 인권 문제에 대해 점점 더 관심을 기울이는 추세다. 현재 중국 내 탈북민들은 사회보호 체계와 국제법상 보호 절차에 접근하지 못한 채 강제 북송되는 현실에 처해 있다.

아울러 중국이 유엔 ‘난민 협약’에 의거해 난민법을 제정하는 방안도 검토해 볼 것을 권고하기도 했다. 중국이 탈북민을 난민이 아닌불법 체류자로 간주하며 강제 북송을 정당화하고 있는 점을 지적한 것으로 보인다.

이 속에서 북한은 중국의 인권 상황을 추켜세우는 요지의 발언을 했다. 방광혁 주제네바 북한대표부 차석대사는 회의에서 “중국은 현대화를 통해 평등한 인권의 향유와 번영을 이뤘다”며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중국이 계속해서 인권보호 수준을 높이고 인민의 발전을 촉진하며 위대한 부흥을 촉진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주장했다.

북한, 우간다 비동맹운동 정상회의에 정부대표단 파견|조선중앙통신 홈페이지 캡처

북한은 앞서 지난 21~22일, 아프리카 우간다에서 개최된 제3차 개발도상국 정상회의에 참석해 중국 고위 인사들을 만나 활발한 대면 외교를 진행하기도 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 보도에 따르면, 제3차 개발도상국 정상회의에서 북한 특사인 김선경 외무성 부상과 중국 측 대표인 류궈중 국무원 부총리가 만났다. 김 부상은 우간다 방문 기간에 이른바 ‘반제(반제국주의적) 자주’ 국가들과 협력을 강화하는 외교 행보를 보였다.

이와 관련 지난해 말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반제 자주’ 나라들과의 전략적 협조 관계를 발전시키고 국제적 규모에서 반제 공동행동, 공동투쟁을 과감히 전개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이렇듯 한국과 북한이 중국에 대해 각기 다른 입장을 취한 가운데, 중국은 “(유엔 UPR에서) 세계 다수 국가로부터 지지를 얻어냈다”고 자평했다. 천쉬 주제네바 중국대표부 대사는 UPR을 마친 뒤 “인권 촉진·보호 방면에서 중국이 한, 쉼 없는 노력을 120여 개 국가가 충분히 긍정했다”며 “중국은 중국의 국가 상황(國情)에 적합한 인권 발전의 길을 걸음으로써 국제 인권 사업 발전에 전범(모델)을 제공했다”고 말했다. 다만 중국 내 탈북민 문제에 관해서는 구체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북한과 중국의 주장과 달리 회의에서는 표현의 자유와 신장·티벳 등 소수 민족 권리 보호, 홍콩 정치적 자유 제한 문제 등이 폭넓게 제기됐으며 서방 국가들이 중국의 인권 상황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낸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