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축구교실 그만…中 학부모들, 경제난에 자녀 교육비 축소

강우찬
2024년 03월 14일 오후 3:38 업데이트: 2024년 03월 14일 오후 4:38

학원 보내게 일찍 끝내달라던 학교 수업…이젠 방과후수업 요구

중국의 경제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지갑이 얇아진 중국 학부모들이 씀씀이 줄이기에 나섰다.

헝따 등 대형 부동산 개발업체 부도로 촉발된 부동산 위기는 소비 부진으로 이어졌다. 직장인의 주된 부가 소득원이었던 중국·홍콩 증시는 시가총액이 9천조 원 증발하며 폭락했다.

이에 베이징의 중산층 맞벌이 부모들이 피아노, 축구, 무용, 수영 등 자녀의 예체능 분야 학원 수강을 중단하면서 중국의 사교육 시장 역시 된서리를 맞고 있다.

중국도 한국 못지 않게 자녀 교육열이 뜨거운 나라지만, 경제 전망이 어두워지자 ‘소황제’라고 떠받들던 아이의 교육비마저 아끼기 시작한 것이다.

로이터통신은 최근 중국 베이징의 몇몇 학부모와 학원 관계자들을 인터뷰해 중국의 교육시장 변화상을 전했다.

지난해 8월 중국의 한 IT 기업에서 해고된 장자오린(41)은 아들이 좋아하는 축구교실 등록을 중단했다. 장씨는 그동안 저축해 둔 돈으로 당분간은 걱정이 없지만, 이전 수준의 급여를 주는 직장을 구할 수 있을지 확신이 없다.

함께 근무하던 동료 수십 명이 함께 구조조정을 당할 정도로 업계는 불황에 처해 있다. 장씨는 “새 직장을 구할 수 있을지도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게다가 매월 3만 위안(약 549만원)씩 갚아나가야 하는 주택 대출금도 남아 있다.

중국은 과거 높은 경제성장률을 구가하며 물가 상승을 억제해야 했지만 이제는 디플레이션에 대비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중국과 서방 간 무역 긴장으로 많은 기업이 거래처를 잃었다고 통신은 전했다.

베이징에서 6년간 음악학원을 운영해 온 피아노 교사 류훙위는 “현재 학생 수가 이전의 절반 이하”라고 말했다.

중국 경제가 호황이던 지난 2018년 류씨의 학원에는 70여 명의 수강생이 등록했고 전일제 교사 2명과 시간제 교사 2명을 근무했다.

그러나 중공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학생 수가 급감한 이후로 좀처럼 회복되지 않고 있다. 전일제 교사 2명은 해고했고, 학원도 더 작은 건물로 옮겼다. 이제는 수업료를 회당으로 받는 것도 허용하게 됐다.

류훙위는 “지금 있는 30명도 학기가 끝나면 계속 연장할지 모르겠다”며 주변 학원들이 파산하면서 장기 레슨을 신청했다가 학원비를 돌려받지 못할까 봐 학부모들도 꺼리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통신에 따르면, 학원 폐업이 잇따르면서 중국 내 여러 지역 학교에 학부모들이 방과후교실 등 수업 시간을 연장해달라는 요청이 증가하고 있다.

이전에는 학부모들이 자녀를 학원에 보내야 한다며 학교 수업을 일찍 끝내달라고 했지만, 지금은 따로 수업을 하지 않아도 되니 교실에 남아 숙제라도 할 수 있게 해달라고 한다는 것이다.

베이징의 한 수영학원 관계자는 “예전에는 오후 3시 30분이면 학교가 끝났지만 지금은 5시 30분까지 하교시키지 않는 학교가 많아졌다”며 “학생들이 예체능 과외를 받을 시간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