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사의 사탑 실험’, 위성 실험으로 재차 입증…1천조분의 1 정밀도

한동훈
2022년 09월 16일 오전 11:43 업데이트: 2022년 09월 16일 오전 11:43

진공 상태에서 깃털과 쇠구슬은 같은 속도로 떨어질까?

상식적으로는 무거운 물체가 더 빨리 떨어질 것 같지만, 진공 상태에서는 질량이 서로 다른 두 물체에 같은 가속도가 적용돼 같은 속도로 떨어진다.

이처럼 직관적으로는 이해하기 가장 힘든 물리학적 사건 중 하나가 고도의 정밀성을 갖춘 실험을 통해 다시 한번 입증됐다고 미국물리학회(ASP)가 14일(현지시간) 학회 홈페이지를 통해 밝혔다.

ASP에 따르면, 국제연구팀은 마이크로스코프 인공위성을 위성궤도에 올려 수행한 실험에서 서로 다른 질량의 두 물체, 플래티넘 합금(402g)과 티타늄 합금(300g)이 정확히 같은 가속도로 떨어지는 것이 확인됐다.

연구팀은 가속도 차이가 발생할 때 나타나는 정전기력 변화를 1천조(10의 15승)분의 1 차이까지 감지할 수 있는 실험장치를 고안해 실험했으나 차이를 감지하지 못했다.

질량이 다른 두 물체가 진공상태에서 자유낙하 할 때, 같은 속도로 떨어지는 현상은 관성력과 중력이 같다는 ‘등가 원리'(Equivalence Principle)’로 설명된다.

등가 원리는 17세기 갈릴레오 갈릴레이와 요하네스 케플러가 논의하기 시작했으며, 갈릴레오가 피사의 사탑에서 서로 다른 무게의 공을 떨어뜨려 입증한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피사의 사탑 실험은 중력으로 인한 가속도가 물체의 질량과 무관함을 입증하기 위한 실험이었다. 그러나 실제로는 갈릴레오가 집에서 실험했다는 설, 다른 사람이 실험했다는 설도 있다.

등가 원리를 입증하는 일은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의 ‘일반 상대성 이론’을 검증할 수 있는 수단으로 여겨진다.

이번 마이크로스코프 위성실험은 등가 원리를 지금까지 행한 실험 중에 가장 정밀한 수준으로 입증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즉 일반 상대성 이론을 가장 정밀하게 검증한 것이다.

과학자들은 지금까지 등가 원리를 입증하기 위해 여러 가지 노력을 기울여왔다.

16세기 네덜란드의 수학자 시몬 스테빈이 질량이 10배 차이 나는 납으로 된 2개의 공을 떨어뜨리는 실험을 한 것으로 기록됐다.

지난 1971년 아폴로 15호 우주비행사 데이브 스콧이 달 표면에서 망치와 깃털을 같은 높이에서 동시에 떨어뜨렸다. 공기 저항이 없는 진공상태에서 망치와 깃털은 같은 속도로 떨어졌다.

이는 과학 실험이라기보다는 일종의 과학 쇼로 여겨졌지만, 방송을 통해 이 장면을 본 시청자들에게 매우 깊은 인상을 남겨줬다.

당시 아폴로 우주선은 과학 쇼 외에 진지한 실험도 수행했는데, 달에 설치한 거울을 이용해 10조분의 1의 정밀도로 지구와 달이 동일한 가속도에 따라 태양을 돌고 있음을 밝혀냈다.

2014년 BBC가 보도한 진공상태에서 볼링공, 깃털 낙하실험. | BBC 유튜브 채널

2014년에는 영국 BBC가 미국 오하이오에 설치된 미 항공우주국(NASA)의 세계 최대 진공실험실에서 볼링공과 깃털을 떨어뜨리는 실험을 하기도 했다.

한편, 이번 위성실험을 진행한 국제 연구팀은 앞으로 정밀도를 10경(10의 17승)분의 1의 수준으로 높여 등가원리를 입증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