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미엄 리포트] 美 새 하원의장 마이크 존슨, 당선 비결은 ‘정치’ 아닌 ‘기도’였다

마크 탭스콧
2023년 10월 27일 오후 3:54 업데이트: 2023년 10월 27일 오후 5:02

미국 권력 서열 3위 직책인 ‘넘버3’ 하원의장에 공화당 소속 마이크 존슨 하원의원(51)이 선출됐다. 존슨 신임 하원의장은 취임 연설에서 “성경의 하나님이 의원 한 사람 한 사람을 일으켜 세우신 목적이 있다”고 상기시켰다.

지난 25일(현지 시간) 미국 하원은 본회의를 열고 의장 투표에서 공화당 소속 마이크 존슨 의원을 신임 하원의장으로 선출했다.

이날 과반 득표에 성공한 존슨 신임 의장은 첫 연설에서 “나는 성경이 매우 분명하다고 믿는다. 권위 있는 사람들을 세우시는 분은 하나님”이라고 밝혔다. 존슨 의장은 보수적 기독교인으로 알려져 있다.

존슨 의장은 의원들을 향해 “하나님은 여러분 각자를 일으켜 세우셨다”며 “나는 우연은 없다고 믿는다. 하나님께서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이 이 특별한 순간에 이 특별한 자리에 있도록 허락하시고 준비하셨다고 믿는다”고 발언했다.

이어 “오늘 우리는 하나님이 주신 은사를 사용해 이 위대한 나라(미국)의 국민을 위해 봉사해야 할 막중한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 뒤에는 미 의사당 계단에서 연설하면서 로마서 5장 3~4절 “환난은 인내를, 인내는 연단을, 연단은 소망을 이루느니라”라는 성경 구절을 언급하기도 했다.

지난 25일(현지 시간) 마이크 존슨 신임 하원의장이 의사당 밖으로 나서고 있다.|Chip Somodevilla/Getty Images/연합뉴스

마이크 존슨은? ‘부끄러워하지 않는’ 인물

헌법 전문 변호사 출신인 존슨 신임 의장은 2015년 루이지애나주 하원의원으로 당선돼 정계에 입문했다. 이후 2017년부터 연방 하원의원을 지내왔다. 특히 하원 내 강경 보수성향 의원들의 정당 모임으로 “의회 내 보수주의의 지적 무기고”라고 불리는 ‘공화당 연구위원회’ 위원장을 맡기도 했다.

지난 25년간 존슨 의장을 알고 지내온 토니 퍼킨스 가족연구협의회 위원장은 존슨 의장이 취임 연설에서 ‘하나님의 역할’을 언급한 것과 관련, 에포크타임스의 질문에 “존슨은 부끄러워하지 않는 남자”라고 답했다.

퍼킨스 위원장은 “존슨의 하원의장 당선 과정은 정치가 아닌 기도를 통해 이뤄졌다”고 표현했다.

앞서 케빈 매카시 전임 하원의장이 해임된 후 공화당은 첫 번째 하원의장 후보로 스티브 스컬리스 원내대표를 선출했으나 당내 반대 세력의 저항에 부딪혔다. 이에 두 번째 후보로 짐 조던 법사위원장이 나섰으나 반대표에 굴복, 결국 낙마했다. 세 번째 후보였던 톰 에머 원내수석부대표도 공화당 내부 반대를 극복하지 못했다.

이렇듯 공화당이 혼란에 빠진 상황에서 혜성처럼 등장한 존슨 의장은 그간 무명에 가까웠음에도 의장이 되기 위한 표를 충분히 확보하는 데 성공, 더욱더 이변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 25일(현지 시간) 미국 의사당 앞에서 마이크 존슨 신임 하원의장이 기자회견을 가지고 있다.|Madalina Vasiliu/에포크타임스

존슨 의장은 기존 매카시 전 의장의 축출에 반대했던 인물이다. 매카시 전 의장이 축출된 뒤로는 하원의장 후보로 먼저 나섰던 스컬리스 원내대표, 조던 법사위원장, 에머 원내부대표를 지지했다.

아울러 하원 본회의 전날인 24일 공화당 회의를 앞두고는 바이런 도널즈 의원이 유력한 하원의장 후보로 부상할 것으로 관측됐으며, 그때까지도 존슨 의장은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다.

그러나 회의에 참석했던 정통한 의회 소식통에 따르면, 당시 회의에서 존슨 의장은 까다로운 질문들을 실질적이고 합리적인 답변들로 대응하며 진정성을 보여 크게 주목을 받았다.

해당 소식통은 에포크타임스에 “다른 의원들이 개인적이고 원론적인 답변만 내놓은 반면 존슨은 상대적으로 실질적인 답변을 했다”고 전했다.

소식통은 또 “질문에 대한 존슨의 답변 중 3분의 1은 성경 구절을 인용한 것이었다”고 귀띔했다. 그러면서 “존슨은 정적이 없다. 이는 존슨의 성격 때문이기도 하고, 의원으로서의 경력이 아직 짧기 때문이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익명을 요구한 또 다른 의회 고위 소식통 역시 존슨 의장의 당선 비결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적이 없다”는 두 어절로 답변했다.

마이크 존슨 신임 하원의장 가족|사진=마이크 존슨 공식 홈페이지 제공

이와 관련, 퍼킨스 위원장은 “존슨은 원칙적이지만 정책 및 정치적 목적이 다른 쪽들과도 관계를 맺고 있다. 존슨은 정치적 성향이 다른 사람들과도 함께 기도하고 대화를 나눈다”고 설명했다.

그런 존슨 의장은 힘에 의한 평화를 추구하는 레이건 보수주의자로 알려져 있다. 존슨 의장의 공식 웹사이트에는 인간의 존엄성, 개인의 자유, 작은 정부, 법치, 힘을 통한 평화, 자유시장 등 보수주의의 핵심 원칙이 게재돼 있다.

존슨 의장은 “모든 인간은 하나님의 형상 안에서 평등하게 창조됐다. 모든 인간의 생명은 헤아릴 수 없는 존엄과 가치를 지니고 있다. 정의로운 정부는 생명을 보호하고, 건강한 사회의 주요 기관으로서 기본 제도인 결혼과 가족을 존중하며, 종교와 도덕이 주는 중요한 문화적 영향을 포용한다”는 입장이다.

나아가 “공공 지원 프로그램은 진정으로 도움이 필요한 이들에게 제공돼야 한다. 미국에서는 규칙을 준수하는 사람에게 공정한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며 “이러한 이상을 보존함으로써 우리는 미국을 위대하게 만들었던 미국의 선(善)을 지킬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지난 25일(현지 시간) 미국 의사당 하원의장실에 마이크 존슨 신임 하원의장의 명패가 새로 설치되고 있다.|Justin Sullivan/Getty Images/연합뉴스

전임 의장의 자신감

미 하원이 22일 만에 마침내 정상화된 가운데, 적을 두지 않고 임기를 시작하는 존슨 하원의장에 대해 하원 관계자들은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분위기다.

공화당 출신 뉴트 깅리치 전 하원의장은 에포크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존슨 신임 하원의장을 가리켜 “매우 보수적이지만 동시에 매우 온건하고 성품도 좋기 때문에 온건파가 받아들일 수 있는 인물이자 동시에 보수주의자들이 매우 신뢰할 수 있는 인물”이라고 평했다.

깅리치 전 의장은 다수당인 공화당과 소수당인 민주당의 의석 격차가 크지 않은 현 상황에서도 존슨 의장이 하원을 이끌 능력이 충분하다며 “적을 만들지 않고 침착하고 조용하게 승리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이 같은 주변 인사들의 평가에도 불구, 존슨 의장의 앞길은 마냥 밝지만은 않을 전망이다.

지난 18일(현지 시간) 이스라엘 텔아비브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이스라엘 방문을 환영하는 디지털 광고판이 걸려 있다.|Leon Neal/Getty Images/연합뉴스

당장 존슨 의장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이스라엘과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지원 등을 목적으로 1050억 달러 규모의 긴급 안보 예산 추가 승인을 요청한 안건에 대해 심의, 처리해야 한다.

우크라이나 지원에 부정적인 입장인 존슨 의장은 취임 직후 이스라엘에 대한 미국의 초당적 지지를 재확인한 결의안만 통과시켰다. 하원 공화당은 이스라엘만 지원하는 별도 예산법안을 제출해 별도 표결에 부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우크라이나 지원을 두고 공화당과 민주당 간 공방이 거세질 것으로 점쳐진다.

존슨 의장은 무엇보다도 임시 예산안 기한이 종료되는 오는 11월 17일까지 2024회계연도 예산안 문제를 매듭지어야 한다. 그때까지 예산안을 통과시키지 못할 경우 미 연방정부가 셧다운(업무정지)되는 상황이 닥칠 위험이 있다.

깅리치 전 의장은 “조만간 이 같은 여러 가지 안건에 대해 협의가 이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존슨 의장은 결국 민주당 의원의 표를 확보해야 할 것이다. 문제는 사람들이 ‘합리적인 과정으로 얻을 수 있는 최선의 결과’라고 반응할지 여부다. 그 순간이 존슨 의장의 리더십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황효정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정리에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