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실태’ 고발했던 中 변호사 “3년간 박해당해…물러서지 않을 것”

소피아 람(Sophia Lam)
2023년 09월 22일 오후 4:22 업데이트: 2023년 09월 22일 오후 8:23

코로나19 팬데믹 초기였던 2020년 3월, 중국의 한 30대 변호사는 후베이성 우한시에 있었다.

그녀는 그곳에서 자신이 보고, 듣고, 느낀 점들을 글로 작성해 온라인에 공개했다. 코로나19에 감염된 사람들이 쓰러지는 모습, 장례식장에서 유골을 수습하며 슬퍼하는 유족들의 모습 등을 있는 그대로 묘사했다. 또 코로나19 사태의 진실을 은폐하려고 시도하는 공무원들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그 이후 그녀는 모종의 세력으로부터 이유를 알 수 없는 탄압과 박해, 차별을 당했다. 그럼에도 “결코 물러서지 않을 것이며, 끝까지 진실을 위해 싸우겠다”고 당당히 밝혔다.

이번 사건은 중국 허난성 출신의 30대 변호사 류잉잉이 ‘우한 목격담’을 온라인에 공개한 2020년 3월 26일에 시작됐다.

이날 류 씨는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의 한커우 장례식장은 유골을 수습하려는 유족들로 붐볐다”는 내용을 담은 700자 미만의 게시물을 공개했다.

그녀는 이 글에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가 얼마나 많은지 가감 없이 적었다. 이어 “공무원들은 진실을 숨기는 데만 급급한 모습이었다. 당국은 이런 공무원들을 강력히 처벌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류 씨는 우한의 실상을 전하려다 징역형을 받은 시민 기자, 중국 보건당국에 코로나19에 관한 정보를 공개할 것을 요구한 인권 변호사 등도 언급했다.

아울러 그녀는 “이번 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해 불법적인 일을 저지른 모든 사람이 법의 심판을 받고 합당한 처벌을 받기를 바란다”며 글을 마무리했다.

류 씨의 게시물은 곧바로 중국 정부에 의해 삭제됐다. 게다가 우한시 당국이 그녀를 조사하기 시작했다.

2020년 4월 2일, 허난성 정저우시의 지역변호사협회는 류 씨에게 갑작스러운 징계 처분을 내렸다.

정저우변호사협회의 징계위원회 위원장인 우종장은 류 씨의 전 상사이자 멘토이기도 했다. 류 씨는 “내가 로펌에서 인턴으로 근무할 때, 1년 넘게 우종장 밑에서 일하며 많은 것을 배웠다. 가장 신뢰하는 사람 중 한 명이었다”고 고백했다.

이어 “우종장을 믿고 변호사협회의 수사에 협조했다. 징계를 받을 거라고는 전혀 생각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정저우변호사협회는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유포하고, 반정부 발언으로 사회의 혼란을 야기한 혐의로 (류 씨에게) 징계 조치를 내린다”고 밝혔다. 당시 협회의 징계 처분은 ‘경고’에 그쳤지만, 이를 계기로 류 씨에 대한 압박이 점점 커져 갔다.

류 씨는 “내가 근무하던 로펌 측이 퇴사를 종용했다. 동의도 없이 사직서를 준비했고, 거기에 서명하도록 강요하더라”라며 “믿었던 우종장까지 나서서 이곳을 떠나라고 압박했다”고 털어놨다.

결국 그녀는 퇴사한 뒤 정저우시를 떠나야만 했다. 이후 지금까지, 3년간 자리를 잡지 못하고 로펌을 옮겨 다녔다. 새로운 로펌에 들어가도 얼마 지나지 않아 상사로부터 그만두라는 압박을 받기 때문이었다.

2020년 3월 25일,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의 한커우 장례식장에서 유족들이 코로나19 사망자의 유골을 수습하기 위해 줄을 서 있다. | Mao Daqing/Weibo

지난 13일 류 씨는 중문 에포크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로펌에서는 내게 어떤 사건도 맡기지 않는 식으로 자진 퇴사에 대한 압박을 준다”고 고발했다.

그러면서도 “‘경고’ 한 번으로 인해 계속 이렇게 전국을 떠돌아다닐 수는 없다. 내가 왜 피해를 입어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나는 진실을 말했을 뿐이다. 이대로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근 류 씨는 정저우변호사협회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으며, 중국의 전국변호사협회 측에 법적인 도움을 요청했다.

지지의 목소리

2020년 4월 8일 중국인권변호사그룹은 류 씨에 대한 징계 조치와 관련해 “중국 정부는 탄압 행위를 중단하고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라”고 밝혔다.

또 “표현의 자유는 기본적인 인권”이라며 “정저우변호사협회의 징계는 중국 헌법 제35조를 위반하는 것이며, 중국 정부가 1988년 서명한 ‘유엔 변호사의 역할에 관한 기본원칙’에도 위배된다”고 지적했다.

중국 소셜 미디어에서 ‘왕 변호사’라는 닉네임을 쓰는 한 현직 변호사는 “류 씨가 부당한 처벌과 탄압을 받고 있다. 정작 처벌을 받아야 할 대상은 류 씨에게 징계를 내린 조직 및 관계자”라고 소신을 밝혔다.

이어 “나는 류 씨를 지지하며, 앞으로 그녀가 받을 모든 불이익과 추가 처벌에 대해 우려를 표명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과거 류 씨로부터 법률 서비스를 받은 경험이 있는 정저우시의 한 주민은 “그녀는 용기 있고 정의감이 넘치는 변호사다. 많은 분들이 이 일에 관심을 갖고 그녀를 지지해 주길 바란다”고 에포크타임스에 말했다.

지난 13일 에포크타임스는 류 씨가 근무했던 정저우시의 로펌에 연락을 취했다. 로펌 측은 “(류 씨가) 사직서에 서명하고 자진 퇴사했기 때문에 더 이상 우리와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같은 날 정저우변호사협회에도 연락해 류 씨의 징계 처분에 대한 논평을 요청했지만, 협회는 이를 거부했다.

*김연진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정리에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