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1인 독재·종신집권 노리는 시진핑이 내세운 2가지 수단

탕징위안(唐靖遠)
2021년 4월 1일
업데이트: 2021년 4월 2일

최근 한국에서는 한 드라마 속 역사왜곡이 논란이 됐습니다. 해당 드라마 제작사는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한국 대표부와 밀접한 관련이 있음이 드러났습니다.

신문 기사로만 보던 공산당의 역사왜곡을 어느 순간 안방극장에서 접하게 된 한국 시청자들은 당황하고 분노했습니다. 해당 드라마는 2회만에 끝났지만, 해외에서는 여전히 외국 시청자들을 향해 방영되고 있습니다.

대중문화를 통한 이념 선전과 역사 다시쓰기는 졸렬해 보이지만, 그 위험성은 작지 않습니다. 최근 3연임을 노리는 시진핑 정권이 그 달성을 위해 ‘공산당 역사 교육’과 ‘혁명모범극’ 공연을 내세웠다는 소식을 분석한 중화권 전문가 칼럼을 한국 독자들에게도 소개합니다. – 편집부

오는 7월 창당 100주년을 맞는 중국 공산당이 예상 밖 기념식을 준비 중이다.

중국 공산당 중앙선전부는 지난달 23일 기자회견을 통해 “공산당 창당 100주년 기념행사를 성대하게 개최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먼저 올해 한해 동안 공산당에 대한 역사 교육을 강화하고 경축대회, 우수당원 선정, 대형 문화예술 공연 등 8가지 프로그램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또한 열병식은 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흥미로운 점은 세 가지다. 첫째, 공산당에 대한 역사 교육 캠페인이 창당 100주년의 기념행사의 최우선 항목이 됐다는 점이다. 다음은 대규모 군사력과 신형무기를 과시하는 열병식이 없다는 것, 마지막으로 대형 문화예술 공연을 한다는 점이다.

군사력 과시를 탈피한 창당 100주년 기념식은 당연하게도 시진핑의 의중이 십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지난 2월 20일, 시진핑은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공산당 역사(당사·黨史) 교육원 대회에서 공산당 역사를 잘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공산당 창당 이후 지금까지의 역사를 다루지만, 시진핑이 집권한 2012년 이후 역사를 집중 부각해, 시진핑 성과를 띄우기 위한 작업으로 풀이된다.

이날 중국 공산당은 왕후닝 공산당 중앙위원회 상무위원 주재로 ‘화궈펑 탄생 100주년 기념 좌담회’를 열었다. 중앙위원 다수가 참석한 이 좌담회에서 왕후닝은 “혁명에 공헌한 우수당원”이라며 화궈펑을 추켜세웠다.

중국 공산당은 권력을 강화할 때 개혁·쇄신 운동을 펼쳐, 반대 세력을 ‘부패 청산’이라는 이름으로 제거해왔다. 사회제도를 뒤엎을 때는 역사를 다시쓰기 하는 방식을 즐겨 사용한다.

이는 반대나 다른 의견을 허용하지 않기 위한 수법이다.

마오쩌둥 이후 권력을 승계한 덩샤오핑은 마오쩌둥 시대 독재의 폐해를 절감해 분권·임기를 핵심으로 하는 집단지도체제를 구축했다.

여기서 시진핑의 책사인 왕후닝이 갑자기 화궈펑을 띄우기 한 이유가 드러난다.

화궈펑은 마오쩌둥이 사망한 이후, ‘마오쩌둥이 생전에 내린 결정은 모두 옳다’는 주장을 펼친 인물이다.

화궈펑은 마오쩌둥이 발탁한 후계자로 잠시 권력을 승계했으나, 덩샤오핑에 밀려 사실상 쫓겨났다. 최고 권력자 계보에 그 이름이 빠지며 실패한 지도자로 인식돼 오던 인물이다.

그러한 화궈펑을 ‘혁명에 공헌한 우수당원’이라고 추켜세운 것은, 덩샤오핑의 집단지도체제를 뒤엎고 화궈펑이 옳다고 주장한 마오쩌둥의 1인 독재, 종신 집권으로 돌아가기 위한 밑밥 깔기다.

열병식이 없다는 건 대부분 사람의 예상을 벗어난 일이다. 시진핑 집권 이후 공산당은 열병식으로 군사력 과시하는 것을 선호해왔기 때문이다.

시진핑이 평소와 다르게 열병식을 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는 추측이 분분하다.

바이든 행정부를 자극하지 않기 위해서라는 설이 가장 유력하다.

열병식은 외부의 적대 세력에 보여주기 위한 퍼포먼스가 주된 목적이다.

중국 공산당의 열병식은 대부분 미국에 보여주기 위한 것으로 ‘네가 강하지만 나도 만만치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행사다.

그런데 바이든 행정부가 집권하면서 중국 공산당이 미국의 위협을 걱정할 이유가 사라졌다.

트럼프 행정부 시절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중국 공산당과 중국 국민을 구분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했다. 이는 중국 국민이 들고일어나 민주적 정권으로 교체하라는 암시를 깔고 있었다.

바이든 행정부는 출범 직후 미중 관계를 ‘경쟁’으로 규정했다. 전임 트럼프 행정부가 사실상 중국 공산당을 적으로 보고 압박했던 것에서 갈등을 한단계 격하한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 공산당의 위구르 탄압을 “문화적 차이”라고 옹호했듯 포용적 자세로 접근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외압이 사라진 시진핑 정권은 이제 국내문제에 더 집중할 수 있게 됐다. 1인 독재, 장기집권의 초석을 다지는 일이다.

중국 공산당의 군사적 위협에 대한 국제사회의 경계가 전례 없이 강화된 것도 열병식을 하지 않을 또다른 이유다.

신중했던 일본마저도 해상보안청에 무력을 사용할 수 있도록 권한을 부여했다.

따라서 주변국을 지나치게 자극하지 않고 국내로 눈을 돌리는 것 역시 시진핑의 의중일 것이다.

이를 입증할 만한 또 하나의 징후라고 할 수 있는 점은 지난 22일부터 25일까지 시진핑이 푸젠성(福建省) 시찰에 나서면서 기존 관례대로 현지에 주둔하던 73사단을 시찰하는 대신, 무장 경찰 제2기동대로 향했다는 점이다.

관영매체는 매체는 이 소식을 실시간으로 전하지 않고 시진핑이 푸젠성을 떠난 뒤에야 보도했다. 기사에 공개된 동행자 명단에는 군 수뇌부가 포함돼 있지 않았다.

이는 분명한 대외적 신호다. 군대는 대외적 위협에 대처하기 위한 것이고, 무장경찰은 대내적 위협에 대응하는 조직이다.

푸젠성은 대만과 가깝다. 푸젠성 시찰에서 군대를 제외한 것은 대만에 대한 유화적 제스처다. 무장경찰을 시찰한 것은 대내 여론을 다지기 위한 행보다.

표면적으로 볼 때, 시진핑 정권은 외교적 고립이 심화되는 모습이다. 그러나 실제적인 위협은 그리 크지 않다.

공산당 역사에 대한 교육 강화로 1인 집권, 종신 집권을 준비하고 열병식을 생략해 군사적 위협을 늦추며 대외적으로 유화 메시지를 보낸 시진핑의 시선은 이제 국내로 향한다.

여기에 이번 공산당 창당 100주년 기념행사의 세 번째 포인트, 문화예술 공연이 놓여 있다.

‘혁명모범극’ 재조명에 담긴 시진핑의 의도

중공 중앙선전부가 기자회견에서 발표한 소식에 따르면 이번 창당 100주년 기념행사의 대형 문화예술 공연 프로그램은 오페라 ‘백모녀(白毛女)’, 발레극 ‘홍색낭자군(紅色娘子軍)’, 오케스트라 음악회 ‘장정조곡(長征組)’ 등이다.

모두 사회주의 혁명을 선전하는 공산당의 혁명모범극들이다.

그외에 장르별 소재별 무대예술작품 100편이 소개됐는데, 오페라 ‘홍선(紅船)’, ‘은몽산(沂蒙山)’, 경극 ‘홍군고사(紅軍故事)’, 무용극 ‘영불소서적전파(永不消逝的電波)’ 등 공산당의 역사를 소재로 한 작품들이 대거 포함됐다.

공산당의 역사를 잘 아는 인물이라면, 작품 목록에서 덩샤오핑이나 장쩌민, 후진타오 시대에 꼭 포함시켰던 중요 주제인 ‘개혁개방’ 등을 그린 작품은 하나도 없다는 것을 눈치챌 수 있다.

이는 지난 2007년께 충칭시 서기로 취임했던 장쩌민 파벌의 후계자 보시라이가 일으켰던 ‘창훙(唱紅·혁명가요 부르기)’을 떠올리게 한다.

심복 왕리쥔의 배신으로 낙마해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복역 중인 보시라이는 마오쩌둥 시절의 극좌주의를 조장하기 위해 창훙 운동을 일으켰다.

시진핑은 내년 20차 당대회를 앞두고 3연임을 노리고 있다. 마오쩌둥의 부활은 덩샤오핑의 폐지다. 덩샤오핑이 구축한 파벌 간 번갈아 권력 잡기를 끝내려는 의도다.

자기 차례를 기다리던 ‘차기’ 권력자와 그에게 빌붙어 큰 꿈을 꾸고 있던 세력에게는 마른하늘에 날벼락 같은 소리다. 시진핑이 얼마나 많은 내부의 적과 원한 서린 시선을 마주하고 있는지 짐작게 하는 부분이다.

보시라이의 ‘창훙’은 마오쩌둥 시대의 한 대목을 내세우는 데 그쳤지만, 시진핑이 기획 중인 100주년 기념행사에서의 ‘혁명모범극’ 공연은 마오쩌둥 시대의 전부를 들고나온 셈이다.

문화대혁명을 경험하지 못한 많은 중국의 젊은 세대에게 ‘혁명모범극’은 촌스러운 스타일의 다당 선전물로 보일 것이다.

그러나 마오쩌둥 시대에 ‘혁명모범극’은 마오쩌둥의 4번째 부인이자 연극배우 겸 작가였던 장칭(江青)이 직접 책임지고 있었던 중요한 혁명과제였다.

공산당 문화부에서 공작 분야에 몸담았던 장칭은 ‘혁명모범극’으로 문화예술계를 숙청했다.

배우들이 무대 위에서 대사 한 마디를 틀리거나 동작을 놓치거나 의상을 잘못 입거나, 음악가가 연주에서 실수하면 ‘혁명 반대 현행법’으로 몰려 가혹행위를 당하거나 패가망신했다.

‘혁명모범극’을 반대하거나 비판한 문화예술계 종사자, 학자나 교수는 종종 직접적인 박해를 받았고 심하면 사형당하기도 했다.

지금 많은 중국의 청년들은 문화대혁명 당시의 상황을 우스꽝스럽게 여기지만, 비웃음을 보내던 문화대혁명이 현재 중국 사회 곳곳에 스며들어 자신도 모르게 참여하고 있음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있다.

다만 방식이 과거처럼 강경하고 사나운 혁명이 아니라 부드러울 뿐이다.

공산당 100주년을 맞아 ‘혁명모범극’을 재조명하겠다는 시진핑의 발상은 그가 대망의 3연임 달성의 수단으로 문화예술계 숙청과 사상 단속을 틀어쥐었음을 보여준다.

문화는 그 사회와 구성원들의 사상과 행위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

시진핑이 들고나온 100여편의 ‘혁명모범극’이 인터넷과 해외여행을 통해 자유세계 문물을 접하고 공산당의 사상 통제에서 조금씩 벗어나기 시작한 중국 청년들을 다시 옭아맬 그물이 될 것이다.

마침 미국에서는 정치적 올바름과 인종차별 문제, 양성평등 등 혼란한 사상이 사회의 기강을 무너뜨리고 세계 최강대국을 내부로부터 무너뜨리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의 중국과 미국은 누가 더 강한지가 아니라 누가 더 빨리 썩어가느냐의 경쟁을 펼치고 있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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