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최측근의 반란’…러시아 사태가 시진핑에 남긴 교훈

웨산(岳山)
2023년 06월 28일 오전 9:20 업데이트: 2024년 02월 19일 오후 3:08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최측근이었던 예브게니 프리고진 바그너그룹 수장이 일으킨 반란이 하루 만에 일단락됐다. 하지만 이번 사태로 23년간 유지해온 푸틴 체제가 종말을 맞을 수도 있다는 전문가들의 관측이 잇따르고 있다.

이번 사태는 시진핑에게 생생한 교훈이 될 것이다.

중국 차이신왕(財新網)은 24일 푸틴의 최측근이었던 프리고진이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최대 군사적 변수로 떠올랐다고 보도했다.

중국 네티즌들은 러시아 반란 사태를 중국의 역사적 사건들과 연결 지었다.

웨이보에는 “안녹산(安祿山)의 반란 같은 느낌이 든다. (러시아 국방장관) 쇼이구는 양국충(楊國忠), 셰프는 안녹산, 푸틴은 당현종이고 대본도 거의 똑같다는 느낌이 든다”는 네티즌들의 글이 올라왔다. 이 사건을 중국 당나라 때 현종의 신임을 받던 무장 안녹산이 일으킨 반란에 빗댄 것이다.

네티즌들은 북송을 세운 ‘진교병변(陳橋兵變)’과 명나라 말기에 명나라 무장 오삼계(吳三桂)가 청나라 군을 관내로 끌어들인 사건도 언급했다. 그러나 수나라도 군사 반란으로 망했다는 사실은 미처 언급하지 못했다.

트위터의 발언은 더 직설적이다. 민주운동가 왕단(王丹)은 “시진핑이 (대만 통일) 전쟁을 일으키면 러시아에서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이 중국에서도 일어나지 않을까?”라고 했고, “절대적으로 가능하다”는 답글이 달렸다.

현재 중국 정세를 읽는 키워드는 ‘반란’, ‘시진핑’, ‘측근’ 등 세 가지다.

5월 25일 러시아 용병기업 바그너 그룹 수장인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우크라이나 전쟁의 격전지인 바흐무트에서 화상 연설을 하고 있다. | Handout / TELEGRAM/ @concordgroup_official / AFP / 연합

시진핑, 군에 심복 심었으나 여전히 불안

중국 공산당은 총대에 의존해 정권을 세웠다. 또 시진핑은 군에 의지해 권력을 굳히고 반대 세력을 견제하고 있다. 중국 공산당은 군에 대한 정치적 세뇌를 중시해왔지만 실제 효과는 알 수 없다.

역대 공산당 지도자들은 선심 공세로 군심, 특히 장성들의 마음을 샀다. 장성을 진급시키는 것이 상투적인 수법이다. 장쩌민은 64명, 후진타오는 60명, 시진핑은 69명을 상장으로 진급시켰고, 이를 통해 각각 10년 동안 군권을 장악했다.

또 다른 수법은 군에 자기 사람을 심어놓는 것이다. 지난해 10월 열린 중국 공산당 20차 당대회에서 군 수뇌부가 물갈이됐다. 시진핑은 군권 안정을 위해 최측근인 칠순을 넘긴 태자당 출신 장유샤(張又俠)를 군사위 부주석에 유임시켰다.

또 다른 군사위 부주석 허웨이둥(何衛東)은 시진핑이 푸젠(福建)성에 근무할 당시 인연을 맺은 인물이다. 시진핑의 복심인 중사오쥔(鍾紹軍) 중앙군사위 판공청 주임은 군을 감시하는 임무를 맡았다.

하지만 시진핑이 장수들의 마음까지 통제할 수 있을까? 장담하기 어렵다.

지난해 9월 8일, 시진핑 군사위 주석은 북부전구 사령관 왕창(王強) 한 사람을 위한 상장 진급식을 거행했다. 북부전구 전(前) 사령관 리차오밍(李橋銘)은 행방이 묘연한 상태로, 그가 노선 투쟁에 휘말렸고 ‘반란’에 연루됐다는 소문이 무성했다. 왕창은 올해 초 육군사령관에 부임한 것으로 확인됐다.

시진핑은 집권 1기 5년 동안 반부패를 내세워 200명에 가까운 고위 장성을 척결했다. 하지만 장쩌민 집권 시기에 만연했던 군 내부의 매관매직 메커니즘은 여전히 남아있고, 이른바 ‘민주적 평가’, ‘예비 간부’ 제도 등도 그대로 운영되고 있다.

중공군에서 현재 실권을 쥐고 있는 사람은 여전히 전 정권인 장쩌민 시기에 발탁한 사람들이다. 시진핑의 군 개혁은 표면적인 구조만 바꿨을 뿐, 지금도 부패한 운영체제는 바뀌지 않았고 부패에 물든 군심도 여전하다.

2022년 10월 22일, 중공군 대표가 20차 당대회 회의장을 떠나고 있다. | Kevin Frayer/Getty Images

대만해협에서 전쟁 벌인다면 재앙 될 것

2019년 19차 당대회 이후 시진핑의 반부패 척결 수위는 눈에 띄게 낮아졌다. 이는 그가 18차 당대회 이후 5년 동안 200명에 가까운 부군급 이상의 군관을 부패 혐의로 척결한 것과 대조적이다. 2018년 초 팡펑후이(房峰輝) 상장이 실각한 이후, 문제의 장성들에 대한 처리는 인민대표대회 대표를 해임하고 직급을 강등하는 데 그쳤다.

홍콩 언론의 지난 5월 보도에 따르면, 장전중(張振中)·류광빈(劉光斌) 두 로켓군 부사령관이 4월에 갑자기 연행돼 조사를 받았다. 하지만 공식 통보는 없었다.

중공군 전략지원군 부사령관 상훙(尚宏) 중장은 지난해 군이 선정한 20차 당대회 대표 명단에 올랐다가 공식 발표에서 제외됐는데 이유는 알 수 없다.

이는 군이 지속적으로 부패한 장성들을 척결하고 있지만 비공개적으로, 온화한 방식으로 하고 있고 감옥에 보내지도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 시진핑은  전쟁 준비를 하기 위해 군심을 안정시키는 쪽으로 전략을 바꾼 것이다.

2021년 말 상장으로 퇴역한 태자당 상장 류야저우(劉亞洲)가 체포됐다는 소문이 돌았고, 올해 들어 홍콩 언론들이 이 사건을 보도했지만 지금까지 공식 소식은 없다.

이처럼 류야저우 사건을 은밀히 처리한 것도 군심 동요를 피하기 위해서다.

중공군 군부는 최근 ‘군 지도간부’의 사회적 교류 행위에 관한 문서를 발행해 군 지도간부들에게 “사교권(社交圈), 생활권, 친구권을 지속적으로 정화하라”고 촉구했다. 이 같은 조치는 전례가 없는 것으로, 군에 대한 불안감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푸틴이 오랜 측근으로부터 배신당한 사태는 시진핑에게는 생생한 교훈이 될 것이다. 오랜 세월 자신을 따르고 있는 당과 정부의 부하들도 믿을 수 없는데 최대 정적인 장쩌민 시기에 승진시킨 장성들을 믿을 수 있을까. 대만 침공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처럼 시진핑에게 부메랑이 될 수 있다.

*이 기사는 저자의 견해를 나타내며 에포크타임스의 편집 방향성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