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주룽지 비판까지 터져나온 시진핑 ‘공동부유’

석산(石山·스산)
2022년 03월 22일 오전 10:05 업데이트: 2022년 03월 22일 오전 11:09

‘더불어 잘살자’ 듣긴 좋지만 실제론 ‘같이 못살자’로
자본주의 혜택 버리고 사회주의 회귀하는 퇴행 정책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지난 15일(현지시각), 중국 공산당 내부 소식통을 인용해, 주룽지 전 총리 등 당 원로들이 시진핑의 3연임을 비판했다며 시진핑의 권력에 미세한 균열이 나타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시진핑이 공산주의 이념 실현을 위해 탈(脫)자본주의 정책을 추진하면서 중국 경제시스템을 세계 시장경제에서 떨어져나오게 만들고, 대형 IT기업 등 민간기업을 규제해 경제를 급속하게 냉각시킴으로써 정책을 만드는 관료들과 원로들의 비난을 사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WSJ는 경제 문제를 언급했지만 중국 공산당 내부의 갈등은 주로 정치권력을 둘러싸고 벌어진다. 얼마 전 미국의 한 어린이가 필자에게 “왜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도시가 베이징이냐”고 물었다. 아마 구글링을 하다가 그런 내용을 접한 것 같았다. 필자가 “베이징에 억만장자가 많기 때문”이라고 답하자, 아이는 “베이징에 유명한 대기업이 어떤 게 있냐”고 물었다.

부유함은 곧 기업의 경제적 활동에 따른 것이라는 미국 어린이다운 생각이었다. 하지만, 중국 공산당과 같은 전체주의 체제하에서 부는 권력과 연결돼 있다.

자본주의 국가에서 국가와 사회 운영의 중심은 자본이고, 자본은 그냥 돈이 아니라 돈을 벌 수 있는 돈이다. 그래서 미국은 월가에 부자가 가장 많고, 홍콩은 센트럴에 부자가 가장 많다.

그러나 전체주의 국가들은 국가와 사회 운영이 권력을 둘러싸고 돌아가기 때문에 중국에서 부자가 가장 많은 곳은 권력자들이 즐비한 베이징이다. 대기업이 많은 선전이나 상하이가 아니다.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WSJ는 경제를 이야기했지만 실제로 중국은 정치를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다.

시진핑은 집권 이후, 특히 집권 2기에 들어서서는 정치적 충성심을 강조해왔는데, 이미 문화대혁명 시기에 맞먹는 수준이다. 이는 중국 공산당 내부의 정치적 갈등도 문화대혁명 시기만큼 치열하다는 얘기다.

전체주의 체제의 특징은 역대 중국 황제의 권력 변화에서 볼 수 있다. 한 왕조의 첫 황제는 구(舊) 왕조를 뒤엎었기 때문에 관료 시스템 전체를 통제할 수 있었다. 그러나 황제의 권력은 시간이 지날수록 쇠퇴했다. 말기에 이르자 황제는 관료 시스템을 완전히 통제하지 못했고, 오히려 관료 시스템이 역으로 황제를 통제할 때도 많았다.

황권과 관료 체계 사이에 묵계가 이뤄진다면, 이 왕조는 당나라와 송나라처럼 오래갈 수 있을 것이다. 그들 간의 합의가 영국의 대헌장 수준에 이른다면 또 다른 체제로 발전할 수도 있다.

그러나 황제가 관료 집단이나 백성들과 나눈 통제 권력을 도로 빼앗는다면 상황은 훨씬 더 나빠질 것이다. 명나라 숭정제(崇禎帝)가 그 실례(實例)가 아닐까 싶다.

지금 중국 공산당이 처한 상황은 명나라 말기와 매우 흡사하다. 중요한 것은 황제와 관료 시스템 사이에 큰 갈등이 생겼다는 점이다. 이는 지난 몇 년 동안 목도해온 사실이다.

예를 들어 베이징 당국은 당원 90만 명을 출당(出黨)시켰다고 했다. 이 중에는 고위 간부가 수만 명이나 되는데, 이 같은 공산당 내부의 숙청 작업은 지금도 멈추지 않고 있다. 하급 관료계는 공포에 질려 쥐죽은 듯 조용한데, 이는 결코 정상이 아니다. 이는 온갖 원한과 불만이 응집되고 있다는 의미다.

독제 체제는 법치사회가 아니라 인치사회다. 인치사회에서는 거의 모든 일이 암묵적인 규칙에 의해 진행된다. 암묵적인 규칙이란 엘리트 내부의 약속이다. 이는 법률이 있지만 실제 운영상에서는 그들 간의 절충이 법률을 대신한다는 것이다.

이런 절충들은 사실은 부패를 통해 이뤄진다. 그래서 독재 체제는 부패하지 않고서는 사실상 작동하지 않는다. 개혁개방 초기 중국 공산당 내부 엘리트들이 이 문제를 논의한 바 있다. 관리들이 이익 없이 개혁을 추진하겠는가? 그래서 중앙은 지방에 권한을 할애했다. 이렇게 해서 중앙과 지방이 이익을 나누는 것은, 엄격히 말하면, 모두 부정부패다.

시진핑은 집권한 이후 1950년대, 이른바 ‘신민주주의 혁명 시대’의 상태로 회귀하려 했다. 그래서 그는 반부패에 전력을 기울이며 20~30년 전까지 거슬러 올라가 조사하겠다고 했다. 지난 수십 년은 중국 공산당 관리들이 ‘부패’에 의존해 사회를 관리해온 시기다.

지금 관료들은 과거의 암묵적인 규칙은 더 이상 통하지 않고 정상 규칙으로는 사회를 움직일 수 없기 때문에 ‘탕핑(躺平·드러눕다)’하는 것을 가장 ‘현명’한 처세술로 여긴다. 상부에서 시키는 대로만 하고, 무슨 일이든 상부의 지시를 기다린다. 최악의 경우에는 이들이 직접 반대 세력을 결집할 수도 있다.

시진핑은 진정으로 관료계를 정화(淨化)하고 기풍을 바로잡으려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는 체제의 속성에 반하는 것이어서 관료 시스템과 큰 갈등을 빚을 수밖에 없다.

시진핑이 직면한 상황은 숭정제보다 더 나쁘다. 숭정제는 그래도 황제이기 때문에 후금(後金)의 침입과 이자성(李自成)이 이끄는 농민반란군이 없었다면 자살하지 않았을 것이다. 즉 내부 관료 시스템에 의해서는 그의 합법적 기반이 뒤집혀지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현대의 독재 체제는 다르다. 독재자는 황제가 아니기 때문에 언제든지 물러날 수 있고, 언제든지 누군가에 의해 청산될 수 있다. 따라서 권력으로 인한 갈등과 투쟁이 더욱 치열하고 살벌하며, 또 이 때문에 더욱 권력을 지키려 한다.

미국의 저명한 국제정치학자 프랜시스 후쿠야마(Francis Fukuyama) 스탠퍼드대 교수가 최근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해 분석한 결과가 매우 흥미롭다. 그는 러시아의 이번 군사작전이 실패하면 푸틴은 정치적으로 살아남지 못할 것으로 예측했다. 푸틴이 러시아 국민의 지지를 받는 것은 그가 스트롱맨으로 여겨지기 때문인데, 이번 전쟁으로 그렇지 못함이 확인되면 절대 권력을 빼앗기게 된다는 것이다.

이는 현대 전제주의 정치 지도자들이 직면한 난제다.

중국 공산당도 러시아와 마찬가지로 공산주의 이데올로기가 무너졌기 때문에 가치관의 빈자리를 민족주의와 국가주의로 채워야 한다. 그런 면에서 중국은 러시아보다 훨씬 더 심각하다.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가 없어지면 이 세상이 무슨 필요가 있겠는가”라고 말한 바 있다. 중국 대륙에서 샤오펀훙(小粉紅·작은 붉은 팬덤)과 펀칭(憤青·분노한 청년)들의 극찬을 받은 이 말은 민족주의와 국가주의의 기본 기조가 무엇인지를 보여준다.

푸틴의 이 이 말은 ‘핵 위협’ 전략과 관련이 있다. 즉 ‘우리가 실패하면 러시아는 3류 국가가 되는데, 그럼 아무런 의미가 없다. 그러니 아예 같이 죽자’고 위협하는 것이다. 러시아와 서방이 충돌해 핵전쟁이 일어나 모두가 함께 죽게 되면 중국인인들 무사할 수 있겠는가?

후쿠야마 교수가 말한, 푸틴이 처한 이 곤경은 지금 중국 공산당도 똑같이 직면해 있다.

중국 공산당은 소련 공산당보다 합법성이 더 결여돼 있다. 소련 공산당은 어쨌든 나치 독일에 대적해 이겼다. 이에 반해 중국 공산당은 8년 동안의 항일전쟁에서 전쟁다운 전쟁 한번 치르지 않고 정권을 잡았다. 그것은 소련 공산당의 원조에 힘입어 무장폭동으로 정권을 탈취한 것이지 정상적으로 탄생한 정권이 아니다. 천하를 호령하던 공산주의 이데올로기도 이제 무너졌고, 중국 공산당이 지탱할 수 있는 것은 “모두가 잘살게 한다”고 환상을 심어주는 것과 민족주의에 호소하는 것뿐이다.

이 때문에 지난 20년간 중국 공산당이 집권 합법성으로 내세운 것이 바로 ‘경제 성장’이다. 모두가 돈을 많이 벌게 한다는 것이다. 덩샤오핑(鄧小平)의 ‘흑묘백묘론’과 ‘돌을 더듬으며 강을 건넌다(摸着石頭過河)’는 이론, 장쩌민(江澤民)의 3개대표론, 후진타오(胡錦濤)의 과학발전관, 시진핑의 공동부유론 등은 모두 경제적으로 잘사는 것과 직결된다.

그다음은 민족주의로 대만을 통일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일종의 정서적인 선동이다.

지금 중국 공산당은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해 그야말로 찬물을 뒤집어쓴 기분일 것이다.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는 것이 대만을 침공하는 것보다 훨씬 쉬운데도 러시아가 고전하고 있고, 미국을 비롯한 서방이 원팀으로 뭉쳐 강도 높은 제재를 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른 건 몰라도 우리는 외환보유액이 3조 달러나 되고, 미국 국채를 매각하면 문제 없을 것”이라고 주장하는 중국 공산당 어용 전문가들도 러시아에 가해진 서방의 제재 강도와 속도에 놀랐을 것이다. 러시아의 외환보유액이 6400억 달러에 이르나 미국 등의 제재로 동결돼 이 중 3000억 달러는 사용할 수 없게 됐다. 그렇다면 베이징 당국이 보유하고 있는 3조 달러의 외환보유액은 무기가 되기는커녕 볼모를 잡힐 가능성이 크다.

그다음이 경제다. 바로 WSJ 기사가 중점적으로 다룬 부분이다. 중국 공산당은 경제 침체로 내부적인 정치 투쟁이 더욱 격화하고 있다. 중국 대륙의 경제가 계속해서 하락하고, 인플레이션이 심해지고, 주민 소득이 줄어들면 중국 공산당의 합법성이 도마에 오르게 된다. 지금은 ‘공동부유’를 떠벌릴 게 아니라 공동 빈곤을 걱정해야 하고, 전면적인 ‘샤오캉(小康)’을 부르짖을 게 아니라 전면적인 궁핍에 대비해야 할 때다.

주룽지 전 총리가 시진핑의 3연임을 반대하는 것도 이 때문이고, 이에 동의하는 목소리가 내부에서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올가을에 열릴 중국 공산당 제20차 당대회를 앞두고 예상치 못한 일들이 많이 있어 날 것으로 보인다. 모두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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