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시간은 우리 편”이라던 시진핑…코로나 기원 조사, 신장 탄압 비판 ‘첩첩산중’

2021년 6월 12일
업데이트: 2021년 6월 12일

시진핑 중국 공산당 총서기는 올해 초 중앙당교(黨校) 연설에서 강력한 자신감을 나타냈다.

“세계는 지금, 지난 100년간 없었던 대변화를 겪고 있다. 하지만 시간과 형세는 우리 편이다. 이는 우리가 정력과 저력이 있으며, 결심과 자신감을 지닌 이유다.”

시간과 형세는 우리 편이라던 시진핑의 선언이 불과 반년도 지나기 전에 중국 공산당은 코로나19(중공 바이러스 감염증) 기원 조사 요구, 인권탄압에 대한 비판, 외교적 고립 등 전방위 압박을 받고 있다.

코로나19 기원을 조사하라는 국제사회의 높아진 목소리는 책임 추궁과 피해 보상 요구로 이어질 수 있어 중국 지도부로서는 진땀 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특히 최근 코로나19 사태의 중심에 우한바이러스연구소가 놓여 있음을 시사하는 보도가 이어지면서 압박의 예리함은 어느 때보다 날카로워졌다.

먼저 중국 당국이 코로나19 발생을 공식 인정하기 전인 2019년 11월 우한바이러스연구소 연구원 3명이 유사 증상의 폐렴에 감염됐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이어 한 트위터 계정을 통해 우한바이러스연구소에서 벌인 박쥐 코로나바이러스의 인간 감염에 관해 연구한 미발표 논문 3건이 공개됐다.

5월에는 중국 군사전문가 저우위썬(周育森)의 사망 소식과 함께, 생전에 우한바이러스연구소와 긴밀하게 협력한 그가 작년 2월 코로나19 백신 특허를 출원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석연치 않은 뒷맛을 남겼다.

그런가 하면 태평양 건너 미국에서는 백악관 보건 수석자문인 앤서니 파우치 미 국가알레르기·감염병연구소 소장의 개인 이메일 수백 건이 공개돼 CNN 등을 통해 그 내용이 자세히 보도되기도 했다.

이메일에서는 파우치와 미 보건 당국자들이 코로나19 확산 초기 우한바이러스연구소 유출설을 진화하기 위해 긴밀하게 움직인 정황이 담겨 논란이 됐다.

우한바이러스연구소를 겨냥한 뉴스들이 쏟아지는 가운데 실험실 유출설을 대하는 미국의 달라진 태도가 두드러졌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지난달 26일 정보당국에 90일 안에 코로나19 기원을 추가 조사해 보고서를 제출하라고 지시했고,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언론 인터뷰에서 “미국은 중국에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5월 말에는 미시시피주 법원이 지난해 제기된 손해배상청구소송에 따라 중국 정부와 우한바이러스연구소에 소환장을 발부했다는 현지 언론 보도가 나왔다.

5월 초까지만 해도 실험실 유출설을 “비과학적”이라고 일축하던 파우치 소장은 같은 달 말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조사가 필요하다”며 말을 바꿨다.

이달 5일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공화당 집회에서 “전 세계가 중국에 10조 달러의 손해배상을 청구해야 하며, 미국 정부는 중국 상품에 100% 관세를 부과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코로나19 사태에서 늘 중국 편이었던 세계보건기구(WHO)에서도 변화가 감지된다. 제이미 메츨 WHO 자문위원은 “우한바이러스연구소의 유출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중국은 엄청난 지정학적 타격을 입을 것이고 시진핑 정권도 살아남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장 대량학살에 쏟아지는 비난의 화살

중국 공산당의 취약점인 인권탄압과 대량학살에 대한 비판도 거세지고 있다.

마이크 폼페이오 당시 미 국무장관은 지난 1월 19일 “중국 공산당이 신장에서 위구르 무슬림과 여타 종교, 소수민족을 상대로 집단학살과 반인류 범죄를 저질렀다”며 “반드시 중국 공산당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공산당을 향한 폼페이오의 강경한 정책은 후임자인 블링컨 장관이 그대로 이어받아 바이든 행정부에서도 추진하고 있다.

캐나다 하원, 네덜란드 의회, 영국 하원, 리투아니아 의회는 각각 2월 22일과 25일, 4월 22일, 5월 20일 중국 정부가 신장에서 집단학살을 저지르고 있음을 확인하는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더 강도 높은 대응도 점쳐진다. 지난 3월 워싱턴DC 싱크탱크인 ‘뉴라인 전략정책 연구소’(NISP)는 중국 정부가 유엔(UN) ‘집단학살죄 방지와 처벌에 관한 협약’을 위반하고 신장 위구르족을 상대로 집단학살을 벌인다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런 보고서는 흔히 다음 행동을 위한 디딤돌 구실을 한다. 집단학살은 국제사회에서 가장 무겁게 다스려지는 범죄다. 나치 정권 등이 이 범죄로 심판을 받았다.

유엔 ‘집단학살죄 방지와 처벌에 관한 협약’에 따르면, 집단학살이 발생한 국가는 유엔과 함께 집단학살에 연루된 범죄자를 체포해 국제형사재판소에서 재판을 받도록 해야 한다.

일례로 르완다 집단학살의 주범인 장 캄반다 르완다 전 총리는 지난 1998년 9월 국제형사재판소에서 종신형을 선고받았다.

외교적 고립이라는 부메랑된 늑대전사 외교

거친 발언으로 상대국을 자극하는 ‘전랑(戰狼·늑대전사) 외교’도 실패하면서 중국의 외교적 고립을 앞당기고 있다.

중국의 외교를 이끄는 중국 공산당 외교담당 정치국원 양제츠(楊潔 ), 왕이(王毅) 외교부장(장관), 자오리젠(趙立堅) 외교부 대변인, 루사예(盧沙野) 주프랑스 대사 등은 막말과 내로남불 논리를 내세우다가 세계를 적으로 돌려놓았다.

지난 3월 바이든 행정부 출범 후 첫 미·중 고위급 만남인 알래스카 회담에서 양제츠는 “미국은 중국을 내려다보며 말할 자격이 없다”, “세계 대다수 국가가 미국이 주창하는 보편적 가치를 인정하지 않을 것이다”며 미국을 훈계했다.

하루 전 자오리젠 대변인은 “미국과 일본이 결탁해 한통속이 됐다”며 미국과 일본을 싸잡아 비난했다. 그는 일본을 향해 “신의를 저버렸다”, “기꺼이 미국의 전략적 종속물이 되려 한다”는 등 욕설에 가까운 말을 퍼부었다.

회담 하루 뒤인 같은 달 19일 주프랑스 중국 대사관은 트위터에 프랑스 전략연구재단(FRS) 소속 동북아시아 전문가 앙투안 봉다즈 박사를 향해 “어린 불량배”, “미친 하이에나”라고 폭언했다.

전랑외교는 ‘중국의 이익’을 관철하기 위한 거친 발언권 행사로 풀이된다. 그러나 중국은 물론 집권 공산당에도 과연 이익이 됐는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전랑외교를 펼치는 사이 중국은 미국·일본·호주·유럽연합(EU)과의 관계가 급속히 악화됐고 이는 중국에 대한 불이익으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지난 7년간 35차례 협상을 거쳐 지난해 12월 EU와 포괄적 투자협정(CAI)을 체결하고 유럽의회 비준만 남겨두고 있었다.

그러나 EU가 신장 위구르 탄압에 연루된 중국 관리를 제재하자, 중국은 유럽 측 인사 10명과 단체 4곳을 보복 제재했다. 분노한 유럽의회는 지난달 20일 찬성 599표, 반대 30표, 기권 58표의 압도적 지지로 EU-중국 포괄적 투자협정 비준을 동결했다.

유럽의회의 비준 동결 결정에는 전랑외교로 평소 누적한 중국에 대한 반감이 적잖게 작용했으리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 밖에도 중국 공산당은 내부적 불안 요소를 품고 있다.

코로나19 확산, 마오쩌둥 시대로 회귀하는 이념적 퇴행, 덩샤오핑의 개혁개방 노선 유지를 원하는 원로세력의 반발, 권위주의적 통치를 거부하는 청년층의 확대 등이다.

“지난 100년간 없었던 대변화를 겪고 있다. 하지만 시간과 형세는 우리 편이다”라는 시진핑의 말은 앞쪽 반만 맞았다. 시간과 형세가 공산당에 유리해 보이지 않는다.

사람은 한 치 앞을 알기 어렵고 하늘의 계획은 엉성해 보이지만 놓치는 법이 없다. 현인들이 겸손을 가르친 이유다.

/왕요췬(王友群)·중국 전문 기고가
왕요췬(王友群·왕우군)은 중국인민대학 법학박사로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 웨이젠싱(尉健行)의 전직 비서다. 현재 에포크타임스와 NTD 등에서 중국 전문 기고가로 활동하고 있다.

 

이 기사는 저자의 견해를 나타내며 에포크타임스의 편집 방향성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