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베이징 동계올림픽과 한국 대선 그리고 미중 대결

석산(石山·스산)
2022년 02월 21일 오후 5:59 업데이트: 2022년 03월 11일 오후 4:23

베이징 올림픽으로 전세계 반중 감정 고조…미국에 유리
3월 대선 결과로 美-中 대결 국면 속에서 한국 ‘역할’ 결정
여당 후보는 대북·대중 유화책, 야당 후보는 강경한 노선
정당 차원의 다툼 아냐…한국 미래 달린 건곤일척 大결전

다음 달 치러지는 한국의 대선은 미·중 대결 구도에서 한국의 역할을 결정한다. 미·중 양국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가운데 베이징 동계올림픽이 미국을 돕는 역할을 했다.

지금 베이징 동계올림픽과 우크라이나 사태가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그러나 이보다 훨씬 더 중요한 이슈가 있다. 이 이슈는 특히 중국 공산당(중공) 정권과 미국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

바로 한국 대선이다.

한국은 오는 3월 9일 대선을 치른다. 한국은 대통령 5년 단임제를 채택하고 있어 문재인 대통령은 재선에 도전할 수 없다. 현재 대선 판세는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야당인 국민의힘 후보가 치열한 대결 양상을 보이고 있다.

외부에서 볼 때 이번 대선도 5년마다 이뤄지는 정권 교체 과정의 하나로 여길 수 있지만, 중국·미국·일본 등 아시아·태평양 대국으로서는 이번 대선이 미·중 대결 구도의 지정학적 지형을 결정짓는 의미가 있다.

한국도 여느 국가들처럼 좌파와 우파가 있지만 한국의 상황은 좀 더 복잡하다. 한국은 1980년대 말 민주화 과정을 거친 이후 총 7명의 대통령을 배출했다.

대외 관계만 놓고 보면 노태우·김영삼·김대중·노무현·문재인 대통령은 미국·일본·중국 사이에서 균형외교를 펼쳤다. 이 중 김대중·노무현 대통령은 햇볕정책을 펴면서 북한과의 관계를 적극 발전시켰고 많은 자금과 식량을 지원했다.

반면, 이명박·박근혜 대통령은 대북 강경 정책을 폈고 대중국 정책도 상대적으로 강경했다.

문 대통령은 사실상 김대중·노무현 대통령의 노선을 계승하고 있어 북한에 유화적이었고, 중국 공산당에는 거의 굴종에 가까운 행보를 보였다.

문 대통령은 2017년 취임 직후 중국을 방문했을 때 베이징대에서 연설을 하면서 “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발전한 나라였고, 중국이 이끄는 동양문명은 서양문명보다 앞섰다”고 했다. 그는 또 “중국은 단지 중국이 아니라, 주변국들과 어울려 있을 때 그 존재가 빛나는 국가다. 높은 산봉우리가 주변의 많은 산봉우리와 어울리면서 더 높아지는 것과 같다”며 “한국은 작은 나라지만 책임 있는 중견국가로서 그 꿈에 함께할 것”이라고 했다.

문재인 정부는 2017년 10월 31일 이른바 ‘3불(不)’ 입장을 표명했다. △사드 추가 배치를 하지 않고 △미국의 MD(미사일방어 체계) 참여하지 않고 △한·미·일 군사동맹’을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또한 문 대통령이 임명한 노영민 주중대사는 2017년 12월 5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신임장 제정식에서 자신의 신임장을 시진핑에게 전달하고 방명록에 ‘만절필동’(萬折必東)이라는 글을 남겼다.

‘만절필동’은 ‘(황하의) 강물이 일만 번을 굽이쳐 흐르더라도 반드시 동쪽으로 흘러간다’는 말이다. 조선일보는 이에 대해 “‘만절필동’이란 천자를 향한 제후들의 충성을 말한다”며 이 같은 행동은 한국의 국격을 무너뜨린 것이라고 평했다.

문 대통령이 한국에 추가로 배치하지 않겠다고 밝힌 사드는 미국의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미사일방어체계의 핵심으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3000~4000km까지 탐지·추적할 수 있다. 따라서 중공은 자국의 ICBM을 무력화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 사드가 동북아의 전체 전략적 평형상태를 깼다고 주장했다.

중공은 이에 대한 보복으로 한한령(限韓令)을 발동해 한국을 전방위적으로 압박했다. 당시는 박근혜 대통령 때였다. 문 대통령은 중공에 ‘3불’이란 선물을 안기며 중공과 “모든 분야의 교류 협력을 정상적인 발전 궤도로 조속히 회복시켜 나가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한한령은 지금까지도 온전히 풀리지 않고 있다. 이것은 어떻게 보면 필연적인 결과일 수도 있다.

과거 한국의 대통령들은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균형외교’를 펼쳐 많은 이득을 챙겼다. 하지만 그런 시대는 이미 저물었고 국제적 환경도 크게 달라졌다. 과거에는 미·중 글로벌 협력 시대였지만, 7~8년 전부터, 특히 2017년 이후 미·중은 대결, 심지어 충돌하는 시기에 들어섰다.

백악관은 우크라이나 사태가 고조되는 와중에도 ‘미국 인도·태평양 전략’ 문건을 발간했다. 이 문건에 따르면 미군은 여전히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중점을 두고 있고, 여전히 첨단산업 공급망 재편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미국으로서는 미·중 간의 전방위적이고 장기적인 충돌과 비교하면 우크라이나 위기는 지역 갈등에 불과하다.

미국 입장에서 동아시아 전략은 인도·태평양 전략의 일환으로, 여기에는 군사뿐 아니라 첨단기술 문제도 포함된다. 미국은 동북아에 미·일 군사동맹과 한·미 군사동맹이 있고, 한국과 일본에 미군을 주둔시키고 있다. 이를 북한에 대응하기 위한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한·미·일 삼각동맹은 사실 중공과 러시아를 견제하기 위한 것이다. 미·중이 전면 대결 양상으로 치닫고 있는 지금은 한국은 더 이상 과거와 같이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균형외교를 지속할 수 없게 됐다. 문 대통령은 이 점을 보지 못했거나 외면하려는 듯하다.

이번 대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의 이재명 후보는 기본적으로 문 대통령의 노선을 이어가고 있다. 그의 주 상대는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다.

윤석열 후보는 최근 미국 외교전문 <포린 어페어스> 기고문에서 “문재인 정부 시절 한국은 오랜 동맹국인 미국으로부터 멀어지고 중국 쪽으로 기운다는 인상을 주었다”고 지적했다.

윤 후보는 또, 문 대통령이 그동안 이른바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면서 상황이 더 어려워졌다고 주장했다.

한국은 미·중 간 주요 이슈에 대해 분명한 입장을 밝힐 수 있는 문제에 대해서도 침묵하고 모호한 태도를 보이며 사실상 미국 편이 아니라 중국 편에 섰다. 미국을 비롯한 자유민주주의 국가들이 홍콩의 인권을 침해한 중공을 일제히 비판할 때도 문재인 정부는 나서지 않았다.

윤 후보는 “현재 국제정치는 급변의 시기로 분명함과 당당함, 그리고 원칙에 대한 확고한 입장을 요구하고 있다”면서 “한국은 더는 한반도에 갇히지 않고, 자유민주주의 가치와 실질적인 협력을 통해 자유와 평화 그리고 번영을 증진시키는 ‘세계 중심축 국가’(global pivotal state)로 도약하는 도전을 해야 한다”고 했다.

한국의 이번 대선은 국제 지정학적으로 볼 때, 정당 간의 다툼 차원을 넘어 한국의 미래를 선택하는 선거다.

미국은 최근 ‘인도·태평양의 약속’이라는 전략 문건을 공개했다. 이 문건에서 미국은 중국을 견제하고 인도·태평양에서 영향력의 균형을 구축하기 위한 전략적 환경을 형성해야 한다며 “미국의 동맹과 파트너, 특히 일본과 한국의 긴밀한 협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나 한·일 관계는 줄곧 좋지 않은 데다 문재인 정부는 한 걸음 더 나아가 한·일 관계의 기반을 철저히 파괴했다.

따라서 미국이 주도하는 한·미·일 삼각 군사동맹 중 한·일 간의 협력이 가장 취약하다. 문재인 정부의 외교적 행보는 중공에 치우쳤다. 중공은 2017년 이후 국제적으로 많은 좌절을 겪었지만 한국과의 관계에서는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뒀다. 이는 중공의 지정학적 승리로 볼 수 있다.

한국은 또 산업 부문에서도 한·미·일 동맹의 효과를 떨어뜨리는 작용을 하고 있다. 미국은 산업 부문에서 중공을 견제하는 수단의 하나로 첨단산업 공급망 재편을 주도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은 이 첨단산업 봉쇄망의 ‘뚫린 구멍’이 됐다.

한국 제조업이 중국 대륙에서 기술 표절과 인재 스카우트에 시달리고 있다는 것은 더 이상 뉴스가 아니다. 미국은 중공의 첨단기술 절도를 막기 위해 앞으로 한국과의 기술 협력을 축소할 수도 있다. 이는 향후 한국의 경제성장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칠 것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8월 한국 업계의 거센 압박 속에 삼성그룹 이재용 회장을 조기 석방했다. 그가 미국을 방문해 활동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이 부회장은 미국을 방문한 자리에서 170억 달러(약 20조원)를 투자해 첨단 반도체 공장을 세우겠다고 밝힌 뒤 개인적인 관계를 통해 한국을 계속 첨단산업 공급망에 포함해달라고 요청했다.

삼성만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 아니다. 조선일보에 따르면, 향후 6년간 미국에 신설되는 전기차 배터리 공장 14곳 중 11곳이 한국 배터리 업체와 합작하거나 직접 짓는 공장으로 집계됐다. 전체 투자 규모는 230억 달러에 육박한다. 미국 완성차 ‘빅3(GM·포드·스텔란티스)’의 배터리 공장 9곳은 모두 한국 기업이 지분 50%를 갖는다. 기사는 “핵심 소재 대부분을 중국에 의존하는 한국 배터리 업계가 미국과 함께 자원·소재 개발에 나서면 ‘중국 리스크’를 근본적으로 낮출 수 있다”고 했다.

안보 차원이든 첨단산업 공급망 차원이든 미·중이 전면 대결하는 환경에서 한국은 반드시 한쪽을 선택해야 한다. 중간 회색지대는 없다. 어느 쪽을 선택할지는 이번 대선에서 결정될 것이다. 따라서 3월 9일 대선은 한국 내부의 좌·우 간의 게임일 뿐 아니라 미·중 간의 게임이기도 하다.

따라서 미국과 중국도 한국 대선에 촉각을 곤두세우지 않을 수 없고, 이미 한국 대선에 다각도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이 결정적인 순간에 중공 당국은 소탐대실의 큰 실수를 했다. 동계올림픽 개막식 때 조선족을 대표해 한복을 입힌 여성을 내세움으로써 ‘한복 공정’ 여론을 불러일으킨 데 이어 한국의 몇몇 스케이트 선수가 편파 판정으로 금메달을 잃으면서 한국인, 특히 젊은층의 반중공 정서가 극도로 고조됐다.

이런 분위기는 최근 조선일보가 칸타코리아에 의뢰해 세계 국가별 호감도를 조사한 결과에서도 나타났다.

이 여론조사에서 중국에 대한 호감도는 극히 낮았다. 중국에 대한 한국인의 비호감도는 일본보다 높았고, 젊을수록 높았다. 또 한국인의 반중(反中) 감정은 이념이나 지지 정당을 가리지 않고 보편적으로 형성돼 있었다.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은 베이징 올림픽 때문만은 아니지만 기본적으로 형성돼 있던 한국인들의 중공 혐오 정서에 부채질을 한 건 사실이다. 물론 이런 분위기가 대선 결과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미·중의 극한 대립 상황에서 한미일 동맹을 강화하려는 미국에는, 그리고 대중국 굴종 외교에 종지부를 찍고 싶은 유권자에게는 호재가 아닐 수 없다. 중국에는 ‘사람의 계산은 하늘의 계산만 못하다(人算不如天算)’는 속담이 있다. 어쩌면 베이징 올림픽에서 그들이 보여준 행동은 ‘하늘의 계산’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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