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미·유럽 “디커플링 아닌 디리스킹”, 중국은 왜 반발하나

프랭크 셰(謝田)
2023년 07월 6일 오전 10:28 업데이트: 2024년 02월 19일 오후 3:08

‘디리스킹’과 ‘디커플링’이 최근 국제사회에서 핫 이슈로 떠올랐다. 필자는 6월 말 미국의소리(VOA) ‘시사대담(時事大家談)’ 프로그램과의 인터뷰에서 미국과 중국 당국의 이른바 ‘디리스킹(de-risking·위험제거)’과 ‘디커플링’에 대해 언급한 바 있다. 중국과 미국·유럽연합(EU) 국가는 기본 개념, 키워드에 대한 해석부터 서로 다르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중국을 방문했지만 결국 아무런 합의를 이뤄내지 못한 것도 이 때문이다. 아마 얻은 것은 주로 미·중 관계에 대한 중국 공산당의 불만일 것이다. 중국 공산당은 오로지 미국을 비난하고 주요 이슈에서 미국과 충돌하고 있어 양국 관계가 개선되고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리창(李强) 중국 국무원 총리는 6월 27일 톈진(天津)에서 열린 하계다보스포럼(세계경제포럼)에서 미국 등이 중국을 상대로 추진하는 ‘디리스킹’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그는 “현재 서방에서 일부 사람들은 소위 ‘의존도 감소, 디리스킹’ 등에 대해 여론몰이를 하는데, 이 두 마디 말은 일정 부분 ‘거짓 명제’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미국과 유럽 국가들이 중국 의존도를 줄이고 위험을 제거한다는 것은 중국 공산당의 정치적 위험을 제거한다는 의미다. 이 명제(proposition)는 그들에게 지극히 절실하고 진실한 명제이다. 하지만 리창 총리는 서방의 입장을 ‘여론몰이’, ‘거짓 명제’라고 비판했다. 이는 서방의 이러한 움직임이 중국이 원하는 바와 다를 뿐만 아니라 결국 중국에 큰 타격이 된다는 판단에서 나온 반응이다.

리창 중국 국무원 총리가 27일 중국 톈진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 연례회의(하계 다보스포럼)에서 개막 연설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리창(李强)은 “‘세계화’로 전 세계 경제는 ‘네 안에 내가 있고, 내 안에 네가 있는’ 공동체를 형성했고, 세계 각국의 경제는 상호 융화하고 서로 의존하며 발전하는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면서 “이는 나쁜 일이 아닌 좋은 일”이라고 했다.

그는 또 경제적 이슈를 정치화하는 것을 단호히 반대한다면서 “기업이 스스로 결정하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리창 총리는 세계화가 이미 3단계에 접어들었다는 사실을 잊고 있는지도 모른다. 세계화의 첫 단계(세계화 1.0)는 몇몇 주요 경제 강국과 집단이 글로벌 확장을 주도하고 미국·유럽·일본이 세계화 과정을 이끌었고, 중국은 그 후기에 약간의 재미를 보고 한몫 챙기는 단계였다.

세계화의 두 번째 단계(세계화 2.0)는 다국적 기업들이 부상하는 단계로, 다국적 기업 거물들이 국경을 초월한 경영을 하고, 자본이 초국가적으로 흐르고, 기업들은 세계 각지의 값싸고 질 좋은 노동력과 높은 생산성이 보장되는 지역을 이용했다. 이 단계에서 중국은 세계의 공장이 됐다.

세계화의 3단계(세계화 3.0)는 주요 소프트웨어 장비와 글로벌 공급망이 업그레이드됨으로써 전 세계의 무수한 사람과 기업이 연결돼 진정한 글로벌 시장을 형성하는 단계다. 그러나 이 세계 시장의 핵심인 각국 경제의 융화, 발전 및 의존은 기본적인 사회적 자유, 법치 메커니즘, 민주주의 정치 체제, 언론 및 정보의 원활한 흐름을 기반으로 한다.

사실 중국 기업, 특히 많은 민간기업은 이 3단계에서 국제사회에 편입돼 세계화 3.0의 혜택을 함께 누릴 수 있었다. 그러나 공산당 통치하의 중국 정부가 경제 이슈를 정치화하고 기업 경영에 개입하면서 중국 공산당 철권통치의 긴 팔은 중국 전역의 모든 기업에 뻗쳤다. 중국 정부는 합자기업, 외국 기업의 무역과 외환결제에까지 개입하고, 외환보유액과 환율을 조작해 공산당의 주머니를 불렸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 총리가 “경제 이슈를 정치화한다” “기업이 스스로 결정하게 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은 어불성설이 아닌가.

VOA의 진행자인 핑장(平章)씨는 ‘디리스킹’이 최근 국제 이슈에서 핫 키워드가 돼 이 개념이 금융 분야에서부터 외교 분야에까지 확대됐다고 말했다. 이 용어는 유럽이 중국과 디커플링을 하지 않기 위해 처음 내놓은 것이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중국과 관계를 끊는 것은 불가능하고 유럽의 이익에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우리의 관계는 흑백이 아니고, 대응 역시 흑백일 수 없다. 이것이 우리가 디커플링이 아니라 디리스킹에 초점을 맞춰야 하는 이유다”라고 말한 바 있다.

그 후 독일·프랑스·아시아 외교관들도 공식 석상에서 ‘디리스킹’이란 표현을 사용하기 시작했고, 제이크 설리번 미 국가안보보좌관도 이 표현을 공식 석상에서 사용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미국이 중국과의 디커플링을 추구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미국과 유럽이 말하는 ‘디리스킹’의 진정한 의미는 중국 공산당의 정치적 위험을 제거하는 것, 즉 중국 공산당의 정치적 개입을 배제하는 것이다. 중국 공산당은 코로나19 대유형 초기 방역 물자를 무기로 삼아 전 세계를 위협했다. 국제사회는 이러한 일이 재발하지 않게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이다.

디리스킹의 본질은 세계 경제와 국제 공급망에 대한 중국 공산당의 통제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중국 공산당은 이 명사의 진정한 의미, 구미의 진정한 의도를 외면하고 억지 주장을 하고 있다.

‘디커플링’에 대한 중국과 미국·유럽의 이해도 다르다. 미국과 유럽이 말하는 디커플링은 디리스킹을 확보하는 전제하의 선택적인 디커플링이다. 그들은 중국의 중저가 제품과 구미에서 생산하지 않거나 생산하기를 꺼리는 제품은 배제하지 않는다.

미국과 유럽은 중국과 모든 경제 분야에서 전면적인 경제 무역 관계를 단절할 의도가 없다. 그들은 단지 군민융합 첨단기술, 군사용 첨단기술 등 첨단 분야에서 중국과 완전히 디커플링하려는 것뿐이다. 그러나 중저가, 군사적 가치가 없는 제품의 경우, 그들은 여전히 중국 제품을 필요로 하며 여전히 ‘커플링’을 유지해야 한다. 하지만 이 제품들의 생산 라인이 지금은 대거, 그리고 빠른 속도로 중국을 떠나 인도, 베트남, 방글라데시 등으로 이동하고 있다.

베이징 당국으로서는 중국이 세계의 저가 제품 생산 공장이 되는 것이 달갑지 않다. 중국 경제가 깊은 불황에 빠진 상황이어서 세계의 고급 기술, 고부가가치 제품, 선진 제조업 및 선도적인 군사 기술 시장이 더욱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중국 당국은 미국과 유럽의 ‘디리스킹’ 움직임이 불안할 수밖에 없다. 중저가 제품으로 작은 돈을 버는 것으로는 경제 회생이 안 되는 상황에서 고급 제품으로 큰돈 벌 기회가 차단되고 최첨단 기술과 장비를 얻을 기회가 막히는 것은 가장 현실적인 ‘디커플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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