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포털 ‘다음’서 중국 응원이 91%?…총선 앞두고 ‘차이나 게이트’ 우려 제기

전경웅 객원기자
2023년 10월 4일 오전 10:17 업데이트: 2023년 10월 4일 오전 10:17

카카오의 포털 ‘다음’이 또 논란의 중심에 섰다. 항저우 아시안게임 축구 경기와 관련해 우리나라보다 중국을 응원한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게 나와서다.

여당은 2020년 3월 우리 사회를 뜨겁게 달궜던 ‘차이나 게이트’의 실체가 드러났다며 내년 총선 때 중국의 개입을 우려했다.

지난 1일 항저우 아시안게임 축구 8강전에서 우리나라는 중국을 2대0으로 꺾었다.

이때 다음은 ‘클릭 응원’이라는 코너를 마련해 네티즌들의 응원을 유도했다. 그런데 한국을 응원한 클릭 수는 210만 회인 반면 중국을 응원한 클릭 수는 2200만 회가 넘어 전체의 91%를 차지했다.

지난달 30일 우리나라와 북한 간의 여자 축구 8강전 경기 때도 한국 응원 클릭은 22만 회였던 반면 북한 응원 클릭은 65만 회였다.

지난달 28일 여자 축구 우리나라와 홍콩의 경기 때도 한국 응원은 11만 회에 불과한 반면 홍콩 응원은 117만 회로 전체의 91%를 차지했다.

중국에서 열린 제19회 항저우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8강전 ‘한국 대 중국’ 경기가 진행되던 10월 1일, 국내 포털사이트 다음의 ‘클릭응원’ 서비스에서 중국 응원이 2200만 건을 넘어 대한민국 응원을 10배 상회해 중국발 여론조작 논란이 일었다. | 화면캡처

이는 같은 기간 네이버에서 나온 클릭과도 크게 달랐다.

남자 축구 한중 전 때 한국은 565만 회로 94%, 중국은 37만 회로 6%였고, 여자 축구 8강전 때도 한국 156만 회, 북한 67만 회로 각각 70%와 30%였다. 한국-홍콩 경기도 한국 43만 회와 홍콩 6만 회로 나왔다.

카카오 측은 논란이 커지자 ‘클릭 응원’ 코너를 폐쇄했으며 “클릭 응원은 로그인이나 횟수 제한 없이도 가능해서 이런 일이 일어난 일 같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왜 한국 응원보다 중국 응원이 많았는지는 언급하지 않았다.

다국적 보안업체들 “中·北, 우크라 전쟁 관련 여론조작”

카카오 측은 중국발 여론 조작 가능성을 외면했지만, 지난해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직후 다국적 보안업체들은 중국과 북한이 러시아·이란과 함께 온라인 여론 조작은 물론 범죄까지 저지르고 있는 것으로 의심된다는 보고서를 내놓은 바 있다.

세계적인 보안업체 ‘맨디언트’는 지난 5월 19일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사이버 여론전에 러시아뿐만 아니라 중국, 이란, 북한 등도 가세한 것으로 보인다는 보고서를 내놨다.

보고서 작성자 가운데 한 명인 알덴 월스트롬 맨디언트 수석 애널리스트는 “새롭게 확인된 정보작전(여론전)을 벌인 중국과 이란의 공격자를 찾아냈다”고 밝혔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러시아와 중국 등이 벌인 여론 조작 작전은 ‘세컨더리 인펙션(2차 감염)’이라는 러시아의 영향력 확대 여론전과 ‘드래곤 브릿지’라는 친중 여론 조작 작전이다.

또한 이란 정부를 배후로 하는 ‘로밍 메이플라이’와 ‘엔드리스 메이플라이’ 등의 해킹 조직들이 온라인 여론 조작으로 러시아와 중국을 도왔다.

특히 친중 여론을 조성하는 ‘드래곤 브릿지’ 작전과 관련해 보고서는 “이들은 수많은 SNS 플랫폼과 웹사이트, 포럼에 수천 개의 가짜 계정을 이용해 여론전을 펼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작전을 중국 공산당이 이미 알고 있다는 정황 증거도 있다. 지난해 3월 8일 중국 외교부 정례브리핑 당시 자오리젠 대변인은 “우크라이나에 미군 생물학 무기 실험실이 있다”는 ‘드래곤 브릿지’ 작전의 가짜뉴스를 언급했다.

자오리젠 대변인은 “미국은 그 실험실에 어떤 바이러스가 저장돼 있는지, 어떤 연구를 했는지 구체적인 상황을 밝혀야 한다”면서 “우크라이나와 주변 지역, 전 세계인의 건강을 위해 (우크라이나에 있는 생물학) 실험실의 안전을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중국 공산당 관영매체 ‘글로벌 타임스’ 등이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대규모 자본을 지원해 각종 바이러스 실험을 자행했다”고 주장하기 시작했다.

맨디언트 보고서는 북한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관련 정황에 대해 주의를 당부했다.

북·중·러 해커들의 위험성은 구글도 인정한 바다. 지난해 3월 30일 구글 위협분석그룹(TAG)은 “러시아와 중국, 이란, 북한 해커들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해킹에 악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러시아, 중국, 이란, 북한 당국의 지원을 받는 해커들과 소속이 모호한 해커 집단이 피싱 사기나 악성코드, 바이러스 유포 등의 사이버 공격을 위해 우크라이나 전쟁을 미끼로 삼고 있다”고 지적했다.

더불어 “이 해커들은 전쟁 관련 정보나 동영상 등을 제공한다며 메일 첨부파일 또는 링크를 보내 악성 프로그램을 몰래 설치하고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2020년 ‘차이나 게이트’ 떠올라…내년 총선 대비해야”

국민의힘은 이번 사건을 두고 중국 공산당에 의한 온라인 여론조작 공작 가능성을 제기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민의힘 간사 박성중 의원은 지난 2일 보도자료를 내고 “한국 포털에 중국 세력이 개입하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고 북한 개입까지 의심된다”며 “조작세력은 반드시 색출해서 법의 심판을 받게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여당 간사인 국민의힘 박성중 의원이 3일 국회 소통관에서 포털 다음 여론조작 의혹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3.10.3 | 연합뉴스

일부 언론은 다음의 ‘클릭 응원’을 두고 “중국 측의 조직적인 여론 조작이라고 의심할 만한 증거가 없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으나, 국민의힘 안팎에서는 2020년 4월 총선을 앞두고 불거진 ‘차이나 게이트’를 거론하고 있다.

‘차이나 게이트’는 조선족을 포함한 중국인들이 국내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조직적으로 여론 조작을 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당시 경찰이 해당 사건을 수사한다고 알려졌지만, 일각의 ‘음모론’ 비난 속에 흐지부지됐다.

김정식 국민의힘 청년대변인은 지난 2일 논평을 내고 “우리는 불과 몇 년 전 8800만 건의 여론이 조작됐던 사건을 기억한다”며 “19대 대선 당시 킹크랩 등의 프로그램을 이용해 네이버 등 포털 검색 순위와 인터넷 기사를 조작해 당시 문재인 후보와 더불어민주당에 유리하도록 한 ‘드루킹 사건’”이라고 했다.

김 대변인은 이어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만 보고도 놀라는 것일 수 있겠지만 현대 사회에서 인터넷 여론과 민심은 불가분의 관계”라며 “특정 의도를 가지고 여론을 조작해 국민을 선동하는 세력이 대한민국을 흔들게 놔둘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전여옥 전 의원도 같은 날 블로그에 글을 올려 “내년 총선이 다가온다”며 “다음과 네이버를 저들(중국 공산당)의 광란의 놀이터로 만들 수는 없다. 이번 일을 계기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 공산당이 제한 없는 전쟁인 이른바 ‘초한전’ 전략의 일환으로 우리나라 여론을 조작한다는 지적은 지난 수년간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 때문에 올해 1월 27일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포털 뉴스 댓글 작성 시 국적을 표기하도록 하는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법안 발의가 알려진 뒤 2월 20일 여론조사업체 리얼리서치코리아가 설문조사를 한 결과 국민 68.5%가 “특정세력이나 부적절한 목적으로 행해지는 여론조작을 막기 위해 인터넷 댓글 국적 표기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표현의 자유 침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반대 응답은 21.3%였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과 일부 진보성향 좌파언론은 “중국발 댓글은 전체의 0.2%에 불과하다”며 강력히 반발했고, 이 법안은 지금까지 국회에서 제대로 심사조차 못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