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공산당의 무제한 전쟁 ‘초한전’…“한국도 안전지대 아니다”

[인터뷰] 이지용 계명대 국제학부 교수

추봉기, 이윤정
2020년 12월 6일 오후 7:17 업데이트: 2022년 05월 31일 오후 2:42

“나는 개인이오.” 지난 2월 말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한참 이슈가 됐던 댓글이다.

한국인이 썼다고 보기에는 어색한 이 문장이 등장한 후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서 ‘차이나 게이트’가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오르며 중국인을 동원한 여론 조작 논란이 가열되기도 했다.

국제외교 전문가인 이지용 계명대 국제학부 교수는 “이런 것이 중국 공산당이 전개하고 있는 ‘초한전(超限戰)’의 한 예”라며 “한국 사회도 여기에 주목해야 한다”고 운을 뗐다.

그는 “중국 공산당 중심의 세계 질서를 공고히 구축해 전 세계를 제패하는 것이 중국 공산당의 대전략”이라며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초한전을 전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초한전이란 ‘모든 경계와 한계를 초월하는 극한의 전쟁’이라는 의미로 ‘무제한 전쟁’으로 번역하기도 한다. 초한전이란 용어는 지난 1999년 두 중공군 장성이 쓴 군사 관련 책에서 처음 제시됐고, 이후 줄곧 중국 공산당의 군사행동을 이끄는 기본 개념이 되어왔다.

이 교수는 초한전이란 개념은 “평시와 전시의 구분이 없고, 군대와 민간의 구분도 없으며, 군사 무기와 민간의 기술 구분도 없앤다”며 “전쟁을 하기 위해 모든 제한과 규범, 법까지 없애버린다”고 덧붙였다.

초한전은 말 그대로 한계가 없으며 상대 국가를 파괴하기 위해 모든 수단과 방법을 총동원한다. 과거 ‘총력전’으로 대표되던 전쟁의 개념이 현대로 오면서 다양한 형태로 변화했다는 게 이 교수의 설명이다.

하이브리드전(정규전·비정규전·사이버전의 결합), 제4세대전, 심리전, 여론전, 기술전, 경제전, 테러전 등 고정된 형태 없이 전쟁이 전개된다.

그는 “중국 공산당이 초한전에 기반하고 있다는 공식적인 증거는 없다”면서도 “그들의 해외통일전선전술 행태와 결과를 보면 초한전을 전개하고 있다는 것을 확신할 수 있다”고 했다.

“중국 공산당 해외통일전선, 한국도 포함”

‘통일전선’은 강한 적을 상대하기 위해 반대 세력 중 일부 약한 적들과 연대해 전선을 하나로 통일해 점차 세력을 확장해간다는 의미다. 이를 해외로 확대한 개념이 해외통일전선이다.

각종 가짜 정보를 유포하고 중공에 편향된 여론을 유도한다. 해당 사회의 좌파 시민단체들과의 통일전선을 구축해 사회를 교란하고 대학에 침투해 학문의 자유를 제한하며 사상과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등 다양한 전략·전술을 구사한다.

이 교수는 “가장 중점적으로 사용되는 방법이 그람시의 ‘진지론’에 기반해 한 사회의 인식, 개념, 이념을 어지럽히고 무너뜨리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탈리아 좌파 사상가인 안토니오 그람시는 사회 각계각층에 좌파 이데올로기를 확대 전파하는 진지를 구축해야 사회혁명에 성공할 수 있다고 설파한 바 있다.

이 교수는 호주를 대표적 사례로 꼽았다.

중국 공산당은 호주에 대한 영향력을 강화하기 위해 1990년대 말부터 초한전에 기반한 전략을 본격화하기 시작했다. 경제 협력과 민간 교류를 확대해 호주 사회에 중국 공산당의 경제적·사회적 영향력을 확장하는 방식이다.

그는 “중국 공산당 인민해방군 출신을 호주에 계획적으로 이민 보내 호주 사회의 주류로 성장하게 한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국 공산당이 호주의 대학을 비롯해 여론전·심리전 전개에 유리한 미디어, 소셜미디어를 점차 장악했고 현재 매우 광범위하게 이뤄진 상황”이라며 “호주는 2010년대 들어서야 중국 공산당의 전략과 영향력이 호주의 자유 세계를 어떻게 파괴하는지 비로소 인식하기 시작했다”고 진단했다.

호주에서는 중국 공산당의 통일전선 전술을 분석하고 그들이 광범위한 영역에서 벌이는 침투와 잠입, 영향력의 심각성을 폭로하는 연구 보고서와 책들이 많이 발간되고 있다.

이지용 계명대 국제학부 교수 | 에포크타임스

이 교수는 “중국 공산당은 전 세계를 공산화하려는 목적을 가지고 있지만, 미국 등 서방 세계 중심 국가에는 직접적으로 도전할 힘이 없다. 따라서 중심 국가와 연대하고 있는 주변국 중에서 호주처럼 취약한 곳을 먼저 공략하는 전술을 쓴다”고 분석했다.

이 교수는 한국도 예외가 아니라며 사드 배치 후 경제보복에 대해 언급했다.

당시 중국의 경제보복 협박은 전형적인 심리전, 여론전이었으며 한국은 여기에 매우 취약하고 잘못된 반응을 보였다고 일침을 가했다.

그는 “한중 경제교류 구조는 97%가 자본재·기술재·중간재”라며 “만일 경제보복을 한다면 오히려 중국 경제가 치명타를 입어 중국의 자충수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기술 초한전, 산업스파이 행위로 서방 경제 파괴

이 교수는 “중국 공산당의 초한전 양상은 우리가 알고 있는 것보다 훨씬 더 복잡하고 다양하며 파상적”이라며 또 다른 전술의 예로 ‘기술 초한전’을 들었다.

그는 기술 초한전을 “선진국의 기술을 최대한 중국의 목적에 맞게 이용하는 것”으로 풀이하고 “이는 미국을 비롯한 서방 경제를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고 전했다.

기술 초한전을 진행하는 방식 중 하나는 해외 첨단 기업을 인수해 핵심 기술을 이전하는 것이다.

미국 등 서방 선진국 핵심 기술 분야에 중국인 특히 중국 인민해방군 출신을 유학 보내 기술을 탈취하는 방식도 있다.

사이버 해킹을 통해서 기술 도면 같은 것을 해킹하거나 중국에 들어와 있는 기술 선진국, 해외 다국적 기업의 기술을 공공연하게 탈취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기술 초한전을 펼치고 있다.

중국 공산당은 지난 2008년부터 ‘천인계획’ 정책을 실시해 불법적 수법을 동원한 기술 절도와 해외 고급 인재 빼내기에도 혈안이 돼 있다.

기술을 훔쳐낸 중국 기업에 금융지원, 세금·제도 혜택을 주는 등 국가 차원에서 집중적으로 지원하고, 중국 내 저가의 노동력을 바탕으로 대량생산해 덤핑 판매를 함으로써 서방 기업과 경제를 무너뜨리고자 하는 것이다.

이 교수는 “중국 공산당은 절취한 기술 분야의 산업 생태계를 장악함으로써 경제적 영향력뿐 아니라 정치적 영향력까지 행사할 수 있게 된다”고 우려했다.

미국은 이러한 중국의 기술 절도를 일종의 전쟁으로 여기며 강력 대응에 나서고 있다.

그는 “한국 사회도 이미 중국 공산당의 광범위한 초한전 전략에 많이 노출돼 있다”며 “이에 대한 주의 깊은 인식과 관찰, 조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렇지 않으면 우리가 지켜야 하는 자유의 가치, 번영의 기반을 잃어버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