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동료이자 조력자…토머스・사라 콜 남매

밥 커치먼(Bob Kirchman)
2024년 02월 28일 오전 9:26 업데이트: 2024년 02월 28일 오전 9:26

미국 풍경화의 아버지로 불리는 토머스 콜(1801~1848)은 허드슨 리버 화파의 창시자다. 영국 출신의 토머스는 미국으로 이주해 대륙의 웅장하고 장엄한 자연 풍광에서 받은 영감을 풍경화로 그려냈다. 뛰어난 재능과 열정으로 미국 미술사에 큰 변화를 가져다준 그의 곁에는 항상 여동생 사라 콜(1805~1857)이 있었다.

자연을 사랑한 남매

‘토머스 콜의 초상’(1841), 다니엘 헌팅턴. 캔버스에 오일 | 공개 도메인

토머스는 어린 시절부터 자연의 모습을 화폭에 즐겨 담았다. 영국 랭커셔주 작은 마을에서 성장한 그는 자연의 매력에 흠뻑 빠졌다. 아득히 펼쳐진 초원의 싱그러움과 시시각각 변하는 하늘의 모습을 관찰하는 것은 그의 취미 중 하나였다. 또 다른 취미는 막내 여동생 사라와 함께 아름다운 풍경을 찾아 여행을 떠나는 것이었다. 그림 같은 풍경을 마주하면 발걸음을 멈춰 그 아름다움을 만끽했다. 그리고 토머스는 사라의 노랫소리에 맞춰 플루트를 연주했다. 사라는 그의 가족이자 평생을 함께한 친구로 성장해 그림에 대한 재능과 열정을 함께 키웠다.

토머스가 살았던 19세기 초는 여성 예술가가 많지 않았다. 특히 여성이 남성에게 미술을 배우는 일은 더욱 흔치 않았다. 토머스는 남성과 여성 모두에게 미술 기법을 전수한 몇 안 되는 예술가 중 한 명이었다. 사라는 토머스와 함께 미술 활동을 펼쳤지만, 그녀의 작품은 당대에는 빛을 보지 못했다. 20세기에 들어서야 제대로 알려지게 됐다.

새로운 세계를 그리다

남매의 아버지인 제임스 콜은 직물 제직업자였다. 아내와의 사이에 8명의 자녀를 둔 그는 재정적 어려움에 시달리다 1818년 미국으로 이주했다.

‘교회가 있는 풍경’(1846), 사라 콜. 켄버스에 유채 | 공개 도메인

사라는 미국에 빠르게 적응했지만, 마음 한 켠엔 유년기를 보낸 고향에 대한 향수가 항상 자리했다. 1846년 작 ‘교회가 있는 풍경’은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녹여낸 작품이다. 녹음이 우거진 풍경 가운데 교회가 그려진 이 작품은 영국 더필드 지역의 모습으로, 저녁 무렵 어스름한 빛에 잠긴 풍경이 희미하게 묘사돼 그리움의 정서가 물씬 느껴진다.

사라와 가족들은 미국 뉴욕에 정착했다. 그러나 토머스는 뉴욕주 외곽의 캐츠킬 지역에 보금자리를 마련했다. 사라는 오빠를 자주 방문해 함께 시간을 보냈다. 둘은 캐츠킬 산맥을 자주 오르며 계곡과 숲을 탐험했다. 그들은 자연 속 거대하고 장엄한 풍경에 압도돼 많은 작품을 그렸고, 그 과정에서 서로에게 큰 의지가 됐다.

‘캐츠킬 풍경’(1830), 토머스 콜. 캔버스에 오일 | 공개 도메인

토머스는 미국에서 자생한 최초의 미술 유파인 허드슨 리버파의 창시자다. 뉴욕주를 가로지르는 허드슨강을 중심으로 미 대륙 자연을 탐구해 웅대한 자연 경관을 화폭에 담았다. 그는 자연을 사실적으로 묘사하면서도 낭만과 서정성을 강조한 작품을 그렸고, 당시 예술계의 긍정적 반응을 끌어냈다.

그는 예술계의 찬사를 받으며 자신만의 예술세계를 완성해 갔다. 그러나 간혹 자신에 대한 의구심에 예술에 대한 깊은 고민에 빠지기도 했다. 그때마다 사라는 오빠에게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사라는 그에게 편지를 써 “조금 있으면 예술이 오빠에게 돌아올 것이며, 오빠는 새로운 기쁨으로 환호하게 될 것”이라며 “삶에 있어 빛과 그림자가 있듯 그림에도 빛과 그림자가 있다. 하나는 다른 하나를 더 아름답게 만든다”라고 위로했다.

‘캐츠킬 마운틴 하우스의 풍경’(1848), 사라 콜. 캔버스에 오일 | 공개 도메인

사라는 1837년에야 본격적으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녀는 오빠에게 “다시 그림 그리기 시작했다. 혼자서 그림을 그리는 게 꽤 어려운 일임을 이제야 알았다. 오빠의 격려가 필요하다”라고 편지를 보냈다. 이처럼 두 사람은 서로에게 힘이 되는 격려자이자 최고의 동료였다.

학계는 사라가 오랜 기간 그림을 그리며 많은 작품을 남겼을 것으로 추측하지만, 현재 알려진 그녀의 작품은 30여 점뿐이다. 그녀는 토머스가 사망할 때까지 자기 작품을 공개적으로 전시하지 않았다. 이는 토머스와의 경쟁을 피하고자 한 것으로 보인다.

‘애트나 산’(1846), 사라 콜. 캔버스에 오일 | 공개 도메인

지금까지 밝혀진 사라의 작품은 토머스의 작품과 조금 다른 성격을 보인다. 그녀의 작품은 대부분 루미니즘(Luminism·19세기 중엽 미국에서 풍경화에 사용된 기법)이 도입돼 하늘이 그림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후기 허드슨 리버파의 화가들은 이 기법을 자주 사용했지만, 토머스의 작품에는 거의 반영되지 않았다. 루미니즘의 발전에 사라가 미친 영향은 계속 밝혀지고 있다.

자연을 사랑한 예술가

자연에 대한 경이를 그림으로 표현한 토머스의 작품은 미국인들의 애국심과 자부심을 고취했다. 또한 그는 아름다움에 대한 깊은 탐닉으로 미국 최초 국립미술학교 설립에도 크게 기여했다. 미국 미술계에 큰 획을 그은 토머스 곁에는 최고의 동료인 사라가 있었고, 그들은 서로에게 진정한 조력자가 되어 아름다운 작품을 탄생시켰다.

밥 커치먼은 미국 버지니아주에 거주 중인 건축 일러스트레이터입니다. 그는 오거스타 기독교 교육자 홈스쿨에서 스튜디오 미술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류시화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기사화에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