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후…‘신중 모드’ 들어선 정부, ‘전열’ 가다듬는 의료계

황효정
2024년 04월 12일 오후 2:10 업데이트: 2024년 04월 12일 오후 2:18

집권 여당이 총선에서 참패하면서 정부의 ‘의대 증원 2000명’ 고수 입장에도 깜빡이가 켜졌다. 의정(醫政) 모두 지금 당장은 숨을 고르는 모양새지만, 향후 의대 증원 관련 정부의 동력은 사그라들 가능성이 큰 것으로 예측되는 반면 의사들은 대(對)정부 공세를 더욱더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12일 정부와 의료계에 따르면 정부는 이날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브리핑을 열지 않았다. 그간 매일 개최하던 중수본 브리핑을 지난 8일부터 이날까지 나흘째 하지 않은 것이다. 병원 이탈 전공의에 대한 면허정지 행정처분에 관해서도 정지 절차를 잠시 멈추고 강경 대응을 중단한 모습이다.

이와 달리 앞서 총선 전 사분오열하는 양상을 보였던 의료계는 여당이 참패한 총선을 계기로 다시 전열을 가다듬고 있다. 당장 이날 오후 총선 결과에 대한 대한의사협회(의협)의 입장 발표가 예고된 상태다. 전국의대교수 비대위 또한 오늘(12일) 회의를 열고 앞으로의 대응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총선에 당선된 의사 출신 의원들이 의정 갈등에 있어 중재자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결과 의사 출신 국회의원은 범여권과 범야권에서 각각 4명씩, 총 8명이 탄생했다. 의사 출신 국회의원이 2명에 불과했던 지난 21대 국회와 비교하면 크게 늘어난 숫자다.

제22대 국회의원선거 분당갑에 출마한 국민의힘 안철수 후보가 지난 11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선거사무소에서 당선이 확실해지자 기뻐하고 있다.|연합뉴스

이번 22대 국회에 입성하는 의료계 출신 의원들은 모두 국내 의료시스템의 개편과 전공의 집단행동으로 인한 의료 공백을 해결해야 한다는 데 공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총선 결과 야당의 압승이 의사들에게 호재로만 해석되기는 어렵다는 평가다. 더불어민주당의 경우 “(정부의) 2000명 증원은 과도하다”면서도 의대 증원 자체는 찬성하는 입장이다. 야당의 지지 기반인 노동·시민단체도 의대 증원을 적극적으로 주장하고 있다.

의사들의 입장에서 달갑지 않은 법안들이 추진될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민주당은 지난해 12월 정부와 국민의힘의 반대에도 공공의대 설립 및 지역의사제 도입 법안을 단독으로 통과시킨 바 있다.

이에 의사들은 이번 총선 결과가 ‘국민 심판’이라면서도 신중한 태도를 견지하는 중이다. 임현택 차기 의협 회장은 전날 자신의 SNS에 “마음이 참 복잡합니다”라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