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한전’ 전문가의 경고…“동남아 마약조직 배후에 中 공산당 의심해야”

전경웅 객원기자
2023년 11월 24일 오전 11:52 업데이트: 2023년 11월 24일 오전 11:52

국내에서 갈수록 늘어나고 있는 동남아 마약조직의 배후에 중국 공산당이 있는지 의심해야 한다는 전문가 지적이 나왔다. 방첩기관 관계자 또한 중국 공산당의 ‘초한전’ 가운데 ‘마약전’의 위험성에 대해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당부했다.

◇매일마다 나오는 동남아 마약조직 검거 소식…유통 규모도 kg 단위

지난 20일 춘천지검 영월지청과 평창경찰서가 태국 마약을 국내 클럽 등에 유통한 조직과 투약자 32명을 붙잡았다. 안산 출신 선후배인 이들 마약조직은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7월까지 30여 차례에 걸쳐 태국에서 60만 명이 동시에 투약할 수 있는 케타민·코카인 30kg을 들여왔다. 시가로 600억 원 상당이었다. 들여온 마약은 주로 서울 강남의 클럽 등 유흥업소에 뿌린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9일 오전 6시 20분에는 인천 계양구의 한 노래클럽에서 마약을 투약하던 베트남인 13명이 경찰에 붙잡혔다. 모두 20~30대 베트남인이었다 이들 가운데 7명은 불법체류자였다. 이들이 복용한 마약은 ‘클럽마약’으로 불리는 케타민이었다. 앞서 10월 말에는 제주공항 세관이 1kg 단위로 포장한 필로폰 12kg을 적발했다. 시가 400억 원 상당이다. 이를 중국 유명 차(茶)로 위장해 들여온 것은 말레이시아인이었다.

이처럼 동남아를 통해 들어오는 마약이 갈수록 많아지자 정부는 내년부터 마약 반입이 많은 나라에서 입국하는 사람에 대해서 마약 반입 여부 전수조사를 실시하기로 했다. 정부는 지난 22일 오후 2시 정부서울청사에서 마약류대책협의회 회의를 열었다. 대검찰청, 경찰청, 관세청, 해양경찰청, 국립과학수사연구소, 국가정보원, 교육부, 외교부 등이 참여한 회의에서는 내년부터 태국, 라오스, 베트남에서 국내로 입국하는 사람들에 대해 마약류 반입 여부를 검사한다고 밝혔다. 이들 세 나라가 국내 마약 반입을 가장 많이 하는 나라들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현재 정부의 동남아 마약 유통·확산 대책은 해당 국가에 한정돼 있다. 하지만 ‘초한전’ 전문가의 의견은 달랐다. 과거 사례로 볼 때 중국 공산당이 우리나라를 상대로 ‘초한전’ 중 ‘마약전’을 펼치면서 제3국을 우회할 가능성도 생각해야 한다는 충고였다.

◇“中 공산당, 과거 밴쿠버 공략할 때 제3국 국적자 앞세워 ‘마약전’ 시행”

지난 20일 오후 ‘에포크타임스’ 한글판 창간 20주년 세미나에 앞서 ‘초한전’의 저자 이지용 계명대 교수와 만났다. 방첩당국 관계자도 동석했다. 이 자리에서 화제는 동남아 마약 유통·확산이었다. 태국, 베트남, 라오스 등에서 들어오는 마약이 갈수록 규모가 커지고, 마약 조직원도 점점 증가한다는 것이 우려되는 점이었다.

최근 마약 확산 실태를 전해들은 이지용 교수는 “중국 공산당이 펼친 ‘초한전’의 성공 사례 중 하나가 ‘밴쿠버 모델’인데 지금 국내 마약 확산이 그와 비슷하다”고 지적했다. 미국에서 문제가 커진 펜타닐을 유통할 때와 달리 중국 공산당이 과거 캐나다에서 ‘마약전’을 벌일 때 조직폭력배가 고용한 제3국 사람을 내세워 우회 유통을 했다는 지적이었다. 이지용 교수는 “현재 국내에서 활동하는 태국, 미얀마, 베트남, 캄보디아 등의 마약 조직 배후에 중국 공산당을 등에 업은 범죄 조직이 도사리고 있을 가능성을 배제하면 안 된다”고 경고했다.

제3국 국적자를 내세운 ‘마약전’은 중국 공산당의 마수가 쉽게 드러나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대상이 되는 나라의 사법 당국이 마약 유통·확산 문제를 제기해도 제3국 정부와의 갈등이기 때문에 중국은 의혹 대상에서 빠진다는 것이다. 이지용 교수는 그러면서 국내에 마약을 들여오는 나라들의 마약 조직이나 범죄 조직과 중국 공산당 간의 관계를 예의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의 지적처럼 국내에 마약 유통을 많이 하는 동남아 국가들은 중국 ‘일대일로’에 참여하고 있다. 태국은 2015년 초부터 고속철 사업을 필두로 ‘일대일로’ 사업에 적극 참여하고 있고, 캄보디아와 라오스는 위안화를 사용할 정도로 중국에 동화된 상태다. ‘일대일로’ 참여를 주저하던 베트남은 올해 보반트엉 국가주석이 관련 포럼에 참석하는 등 태도를 바꾸고 있다.

최근 제주공항으로 1kg 필로폰 뭉치를 들여온 말레이시아의 경우 화교 자본이 오래전부터 국가 경제를 장악하고 있다. 태국발 마약을 단속하자 말레이시아에서 들어오는 마약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 검찰의 설명이다. 검찰은 말레이시아발 마약 유입의 배후에 중국계 화교 마약조직이 있을 가능성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