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룡의 기운을 전하다…‘용, 날아오르다’ 특별전

류시화
2024년 01월 3일 오후 9:38 업데이트: 2024년 02월 5일 오전 11:27
국립민속박물관 ‘용, 날아오르다’ 특별전 전시실 입구 | 류시화/에포크타임스

2024년 갑진년(甲辰年)을 맞아 국립민속박물관에서 특별한 전시가 열리고 있다. 이번 특별전은 용에 얽힌 여러 문화적 상징과 의미를 소개하는 자리로, 용과 관련한 여러 미술품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다.

‘십이지신도-진신’(1977), 국립민속박물관 소장 | 류시화/에포크타임스

용은 십이지신(十二支神) 중 다섯 번째 동물로, 열두 띠 가운데 유일한 상상의 동물이다. 옛 조상들은 상상력을 바탕으로 용의 모습을 그렸다. 그들은 용을 낙타 머리에 사슴뿔, 토끼 눈, 소의 귀, 뱀의 목, 개구리 배, 잉어 비늘, 매 발톱, 호랑이의 발을 가진 형상으로 그렸다. 용은 실존하진 않지만 전해오는 그림과 공예품 등에서 본 모습이 우리의 머릿속에 그려진다.

‘운룡도’, 국립민속박물관 소장 | 류시화/에포크타임스

선조들이 생각한 용의 특징은 이번 전시에 참여한 ‘운룡도(雲龍圖)’ ‘문자도(文字圖)’ 등의 그림과 공예품에 잘 나타나 있다.

물과 비를 관장하는 신

초자연적인 힘을 가진 존재로 여겨진 용은 서양에서는 주로 불을 내뿜는 모습으로 표현된다. 그러나 동양에서는 용을 물을 관장하는 존재로 여긴다.

‘용 가는 데 구름 가고 범 가는 데 바람 간다’는 속담처럼 우리는 용이 생명의 근원인 물을 관장하며 하늘로 승천해 비를 내리게 한다고 믿어왔다. 용은 순우리말로 ‘미르’라고 불리는데, 이는 ‘물’을 뜻한다.

‘상여장식’, 국립민속박물관 소장 | 류시화/에포크타임스

옛 조상들은 용을 수신(水神), 우신(雨神) 등의 존재로 여겼다. 농업 기반의 사회에서 농기구, 미술품에 용을 새겨넣어 풍작을 기원했다. 어업과 관련해서도 용을 모시며 풍어와 안녕을 빌었다.

물과 용을 연관한 것은 지명에서도 나타났다. 2021년 국토지리정보원의 통계자료에 따르면, 전국 고시 지명 약 10만 개 중 열두 띠 동물 관련 지명은 4109개(4.1%)다. 이 중 용 관련 지명이 1261개로 가장 많다. 검룡소, 용두암, 용두산 등이 있다.

또한 용은 예지, 풍수, 점복, 벽사, 금기 등의 장치로 나타나 미래와 불교, 나라를 지키는 수호신의 역할을 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조선 왕실에서는 용을 왕의 상징으로 사용해 권력과 권위를 나타냈다.

전시장에서 만나는 각종 ‘용’

‘백자청화운룡무늬항아리’(18세기), 국립민속박물관 소장 | 류시화/에포크타임스
‘백자청화운룡무늬항아리’(18세기), 국립민속박물관 소장 | 류시화/에포크타임스

전시장에서 ‘백자청화운룡무늬항아리’가 우아한 자태로 관객을 맞이한다. 하얀 바탕에 푸른빛으로 그려진 용은 백자의 아름다운 빛깔과 어우러져 그 위엄을 더한다.

‘문자도’, 국립민속박물관 소장 | 류시화/에포크타임스

용을 묘사한 민화도 여럿 눈에 띈다. ‘문자도’는 물고기가 용이 되어 승천한다는 내용의 등용문을 소재로 그린 그림으로, 조선시대에 중요한 덕목 중 하나였던 ‘충(忠)’을 용으로 표현한 작품이다.

국립민속박물관 ‘용, 날아오르다’ 특별전 전시실 전경 | 류시화/에포크타임스

이 외에 용과 잉어를 새겨넣은 ‘어룡문일월벼루’, 청룡이 자개로 묘사되어 있는 ‘대모함’ 등 다양한 문화재뿐만 아니라 현대에 청룡의 의미를 지닌 소장품과 체험 코너도 마련돼 있다.

용띠 해를 맞아 용과 관련한 유물 및 자료 70여 점을 만날 수 있는 이번 전시는 오는 3월 3일까지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