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초중고등학교는 샤오펀훙 양성소” 전직 교사 폭로

양양(楊陽), 천더이(陳德怡)
2024년 01월 23일 오후 5:18 업데이트: 2024년 01월 24일 오전 9:38

먹고살기 위해, 자녀 교육 위해 미국 찾는 중국인들

‘샤오펀훙(小粉紅)’이라는 용어는 중국 공산당에 세뇌돼 격앙된 정서로 중국 공산당을 대변하는 젊은이들을 지칭한다.

허난성 쉬창에서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탈출한 전직 영어 교사 런(任·Lucy Ren) 씨는 중국 당국이 “아이들을 전방위적으로 세뇌하고 있다”며 초중등학교가 ‘샤오펀훙 양성소’가 됐다고 한탄했다.

런씨는 최근 에포크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아이들은 모두 순진하고 백지장 같아 그 위에 칠하는 대로 물든다. 그런데 중국 공산당이 (붉은색을 칠해) 그들을 샤오펀훙으로 만들고 있다”고 했다. 런씨에 따르면 자신의 아들이 세뇌당하는 것을 보고 분노했지만, 이를 막을 방법이 없어 작년 3월 온 가족이 ‘저우셴(走線)’ 행렬에 합류하기로 했다.

요즘 중국어 매체에서 유행하는 ‘선 위를 걷다’는 뜻의 ‘저우셴’이란 신조어는 멕시코 등 남미를 경유해 미국으로 밀입국하는 중국인들을 일컫는다. 국내에서 살길이 막막해 해외로 나가는, 일종의 유민(流民) 대열이다.

런씨는 “아이가 학교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세뇌가 시작된다”고 했다. 런씨의 아들이 다녔던 쉬창시 중점 초등학교 교내에는 시진핑의 특대형 초상화와 ‘사회주의 핵심 가치관’ 등이 쓰인 플래카드가 곳곳에 걸려 있다.

런씨에 따르면, 가장 끔찍했던 것은 24자로 된 ‘사회주의 핵심 가치관’을 아이들에게 반복적으로 암송하도록 요구하는 것이었다.

에너지가 넘치고 기억력이 좋은 아이들에게 짧은 24자를 외우는 것은 어렵지 않다. 당은 ‘한가할 때 아이들의 마음이 당(黨)’에 있지 않을까 봐’ 더 어려운 과제를 준비했다.

중국 공산당은 ‘시진핑 신시대 중국특색 사회주의사상 학생 독본’이라는 책을 한 권씩 나눠줬고, 그녀는 이 책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모두 개인숭배에 관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중국 당국이 초등학생에게 나눠준 ‘시진핑 신시대 중국특색 사회주의사상 학생 독본’이라는 책에는 시진핑 개인숭배에 관한 내용들로 가득 찼다. | 인터넷 이미지

런씨는 “이건 조선(북한)을 앞지르는 것이 아닌가? 정말 더 심하다”고 했다. 런씨에 따르면 정부가 이 과목 수업을 교장에게 맡긴다. 교사들이 신경 쓰지 않을 것을 우려한 조치다. 런씨는 “그들은 ‘조국 사랑, 당(黨) 사랑, 시진핑 사랑’을 못 박듯이 아이들의 머릿속에 박아 넣으려 한다”고 했다.

이런 특별한 세뇌 수업 외에 언어 및 문화 수업과 같은 다른 과정에도 세뇌 내용이 들어 있다.

런씨는 가족이 미국에 온 지 8개월이 넘었는데도 초등학교 4학년 아들은 국어 교과서에 나오는 ‘시진핑 할아버지가 나무를 심다’, ‘주더(朱德)의 멜대’, ‘국기 게양’, ‘인민을 위해 복무’ 등 ‘세뇌성 글’의 제목을 외울 수 있다고 했다.

런씨에 따르면 중국 학교에서는 아이들이 놀기에만 열중하고 세뇌 공부에 집중하지 못할 것을 우려해 ‘꼬마 기자’ 프로그램을 도입해 세뇌 효과를 강화하기도 했다. 아이들을 ‘애국주의 기지’, 문화센터 등에 데려가 교육한 후 반에서 보도를 내고 벽보를 만들게 하는 것 등이다.

학교는 아이들의 진취심을 이용해 공산당 산하 청소년 조직인 소년선봉대·공청단에 가입하도록 선동하고, 가입하지 않은 아이들은 따돌린다. 그리고 아이들이 영화를 좋아한다는 점을 이용해 영화로 세뇌하고 증오심을 심어준다.

런씨는 “내 아이는 ‘나와 나의 조국’, ‘장진호’와 같은 홍색 영화를 보도록 강요받았다”며 공산당은 아이들이 좋아하는 영화배우도 이용해 아이들을 세뇌한다고 했다.

런씨는 한 학생이 ‘장진호’를 본 후 보인 반응을 예로 들었다. 그 학생은 “선생님, 저는 화가 나서 죽을 것 같습니다”라고 말했다. 이 학생은 런씨에게 미국군이 고기, 생선 등을 마음껏 먹는데, 중공군은 감자조차 먹지 못하는 장면을 보고 영화 속에 쳐들어가 음식을 빼앗고 미군을 죽이고 싶었다고 했다. 그러자 다른 학생들도 그의 말에 동의했다. 런씨는 당시 이 광경을 보고 너무 슬펐다고 했다.

런씨에 따르면 ‘당’과 ‘국가’ 개념을 의도적으로 혼동시키는 중국 공산당이 지난해 ‘애국주의 교육법’을 통과시켜 소위 ‘애국애당(愛國愛黨)’을 법률로 명문화했다. 그녀는 “내 능력의 한계로 현실을 바꿀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중공의 앞잡이가 될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이런 교육이 잘못됐다는 것을 알면서도 아이들에게 ‘애국애당’을 강요하고 싶지는 않았다”고 했다.

뿌리 깊은 이념 주입…학부모도 대상

학교의 세뇌 대상은 아이들에만 그치지 않는다. 학부모들도 사상 검증의 대상이다.

런씨에 따르면 학부모들도 일종의 학습 프로그램을 다운받아야 한다. 내용은 시진핑을 칭송하는 동영상이다. 학교는 매달 학부모가 규정대로 다 봤는지를 점검하고, 규정에 미달할 경우 학부모 단톡방(위챗 그룹 채팅)에 이름을 공개해 모욕을 준다.

그녀는 “정말로 영재들을 망쳐버린다. 아이들은 독립적인 사고를 할 수 없는 기계가 돼버린다”며 중공의 초중고등학생 세뇌 교육을 개탄했다.

런씨는 세뇌 교육뿐 아니라 중국 당국은 ‘왕거화(網格化) 관리’를 통한 전방위적인 감시를 실시해 중국에서 계속 살아갈 수 없게 됐다고 했다.

중국 당국은 2019년 10월 기층(基層·하부조직) 관리 방식으로 도시의 관리 구역을 격자(grid)로 나눈 뒤 디지털 플랫폼 등을 활용해 관리하는 왕거화 관리 제도를 도입했다. 주로 주거 지역을 중심으로 가구를 일정 단위로 묶어 감독하는 제도다. ‘격자 관리인’, ‘10가구 감독관’ 등으로 불리는 중국 행정조직의 최말단 관리들이 각 격자를 관리한다.

런씨에 따르면 모든 주거 지역에는 기본적으로 민중을 감시하는 요원이 배치돼 있다. 위챗을 감시하는 사이버 경찰 1명, 파출소 경찰관 1명, 지역 담당 공무원 1명이 그 역할을 수행한다. 이들은 민감한 키워드에 연루된 사람이 발견되면 연행해 조사한다.

당국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또 연좌제를 실시한다. 런씨는 “전방위 통제로 자신의 생각을 표현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전과’가 있으면 친구와 주변 사람들, 다음 세대까지 연좌제에 걸려 진학도 못 하고 직장도 구할 수 없게 된다”고 했다.

런씨는 공산당이 각종 수단을 동원해 “세상을 바라보는 정상적인 시각을 차단해 ‘인간기계’와 노예를 무더기로 양산하고 있다”며 중국에서 탈출한 사람들이 중국 국민과 해외 중국인들을 위해 중국 공산당의 실체를 명확히 알리는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낼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