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지난해 수출 전년대비 4.6%↓…7년 만에 첫 감소

나빈 아트라풀리
2024년 01월 15일 오후 1:45 업데이트: 2024년 01월 15일 오후 1:45

“세계 경제 수요 부진, 중국 수출에 타격”

중국의 지난해 1년간 수출이 4.6% 감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중국의 연간 수출이 전년보다 감소한 것은 2016년 이후 처음이다.

지난 12일 중국 세관당국인 해관총서에 따르면 2023년 중국의 누적 수출액은 3조 3800억 달러(약 4450조 원)로, 전년 대비 4.6%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의 누적 수출액은 2016년 7.7% 감소를 기록한 뒤 2022년까지 꾸준히 증가해 왔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는 봉쇄 조치로 인해 서방 국가들의 소비가 늘어남에 따라 중국의 수출 규모도 커졌다.

하지만 금리 상승, 디리스킹(위험 제거), 지정학적 긴장 등의 영향으로 미국과 유럽의 수요가 줄어들어 최근 중국의 수출이 얼어붙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의 대미(對美) 수출은 2023년 13% 감소해 가장 큰 감소폭을 보였다. 또한 유럽연합(EU), 동남아시아 등으로의 수출도 크게 감소했다. 다만 러시아로의 중국 수출은 47% 증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미국 CNN의 보도에 따르면 중국 해관총서 측은 “지난해 세계 경제의 회복세가 약했으며, 이로 인한 수요 부진이 중국 수출에 타격을 입혔다”고 밝혔다.

지난해 12월에는 중국의 수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2.3%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이런 긍정적인 모멘텀이 오래 지속되진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영국 런던에 본부를 둔 경제 연구소 ‘캐피털 이코노믹스’의 중국 경제 책임자인 줄리안 에반-프리처드는 닛케이아시아에 “시장 점유율을 확보하려는 중국 수출업체들의 할인이 일시적인 성장을 주도했다”고 말했다.

이어 “실질적인 가격 인하가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중국 수출업체들은 글로벌 수요 감소를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중국의 수출 규모가 급격히 줄어들기 시작했던 2022년 12월과 비교해 2023년 12월 수치가 상대적으로 높아 보이는 것뿐”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중국 선전의 옌티엔 항구 | 연합뉴스

중국 경제의 현주소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올해 초 신년 연설에서 “일부 기업이 힘든 시간을 보냈으며, 일부 국민은 일자리를 구하고 기본적인 필요를 충족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고 인정했다.

중국의 국내총생산(GDP) 연간 성장률은 2010년 이후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특히 중국 경제의 성장 동력 중 하나인 제조업의 둔화가 두드러진다. 제조업 분야의 경기동향 지수인 구매관리자지수(PMI)는 최근 들어 3개월 연속 하락했다.

국제신용평가사 피치 레이팅스의 수석이사인 란 왕은 “최근 중국의 경제 상황과 중국 정부의 정책 등을 미루어 봤을 때, 2024년에도 중국 경제에 빨간불이 켜질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피치 레이팅스는 2024년 중국의 경제 성장률이 4.6%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세계은행은 지난해 12월 14일 보도자료에서 “중국 경제 상황이 2023년에 회복세를 보이는 듯했지만 변동성, 디플레이션 우려, 소비자신뢰지수 하락 등으로 인해 경제 성과가 저조했다”고 언급했다.

이어 “부동산 부문의 약세, 글로벌 수요 부진, 부채 증가, 인구 고령화, 생산성 악화 등의 영향으로 (중국 경제에 대한) 전망이 흐리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중에서도 부동산 경기 침체가 예상보다 길어져 소비자 심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이는 공공 투자 감소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또한 최근 중국의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3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으며, 생산자 물가도 15개월 연속 마이너스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이에 따라 디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하락)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물가 하락이 지속될 경우, 기업들이 향후 추가 물가 하락을 우려해 투자를 줄이는 등 경기가 더욱 위축된다. 이런 ‘디플레이션 소용돌이’는 임금 하락, 실업률 증가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

*김연진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정리에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