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일대일로, 자금 고갈로 캄보디아 공항 건설 중단

박숙자
2024년 02월 28일 오후 2:37 업데이트: 2024년 02월 28일 오후 2:37

중국 경제가 침체에 빠지면서 시진핑 중국공산당 총서기의 세계 경제·군사 영토 확장 사업인 ‘일대일로(一帶一路·육로와 해상 실크로드)’ 프로젝트도 영향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닛케이아시아는 지난 23일 중국이 캄보디아에 건설 중이던 다수의 공항이 자금 고갈로 공사가 중단됐다고 전했다. 다라 사코르(Dara Sakor) 공항도 그중의 하나로, 건설을 시작한 지 15년이 지났지만 완공되지 않았다. 지역 발전을 촉진한다는 명분하에 진행된 프로젝트이지만, 지금은 심각한 토지 분쟁으로 이어지고 있다.

닛케이에 따르면 중국이 8000만 달러(약 1065억원)를 들여 캄보디아 몬둘키리주(州)에 건설하기로 한 공항 건설 사업이 중국 국가전력건설그룹이 철수하면서 중단된 상태다.

이와 관련해 외딴곳에 위치한 몬둘키리에 공항을 건설하는 것 자체가 이상한 선택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베트남과 국경을 접하고 있는 몬둘키리 지역은 캄보디아에서 인구 밀도가 매우 낮은 지역 중 하나로, 지방 수도에는 1만3000명 조금 넘는 주민이 거주하고 있고 관광객이 거의 찾지 않는 곳이다.

이 공항은 캄보디아에서 경제성이 의심되고 다양한 단계에서 건설이 중단된 공항 중 하나에 불과하다. 중국 당국의 일대일로 사업 투자가 축소되면서 최근 몇 년간 관련 기업들이 잇따라 떠난 데 따른 결과다.

우 비락(Ou Virak) 캄보디아 ‘미래포럼(Future Forum)’ 의장은 몬둘키리 공항 프로젝트에 대해 “경제적 기반이 없다고 본다”며 “국내 수요와 관광객이 갑자기 유입될 희망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캄보디아가 값비싼 중국 자금으로 인프라를 추진하는 데는 경제적 이익보다 정치적 이해관계가 더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제 중국 투자자들이 떠남에 따라 남겨진 많은 문제를 자체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프놈펜의 신공항 역시 2021년에 중국 자금이 들어오지 않아 심각한 차질을 빚었다. 15억 달러(약 1조9000억원) 규모의 이 공항 건설 사업에 응찰하기로 한 중국 국영기업이 입찰을 포기하면서다.

이러한 상황에서 캄보디아의 사업 파트너인 ‘해외 캄보디아 투자공사(OCIC)’는 채권을 발행하고 자체 자금을 투입해 공백을 메울 수밖에 없었다. 캄보디아 당국도 새로운 투자 파트너를 찾고 있고, 지난 1월에 컨소시엄과 타당성 조사를 위한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애리조나주립대 정치학과 소팔 이어(Sophal Ear) 교수는 “경제 수익보다 정치와 안보가 더 큰 역할을 하는 데 대해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중국의 투자가 줄어든 것은 자금이 고갈된 데다 더 이상 정치·안보만을 고려해 정책 추진을 할 수 없기 때문일 것이다”라고 했다.

이러한 인프라 프로젝트는 지역 발전을 위한 것이라고 선전해 왔지만, 공항을 짓다 맒으로써 오히려 토지 갈등과 투기를 부추겼다. 몬둘키리주 공항 인근의 한 주민은 공항 건설 프로젝트에 포함된 토지에 거주하는 많은 주민이 지난 몇 년 동안 농지 대부분을 팔아야 했다고 밝혔다.

닛케이에 따르면, 프놈펜의 공항 건설 현장과 가까운 일부 지역에서는 폭력, 체포, 강제 퇴거 등의 문제가 발생했고, 주민들은 정당한 보상도 받지 못한 채 집에서 쫓겨날 위기에 처했다고 호소했다. 한 주민은 “당국이 우리에게 새 땅을 주기로 약속했지만 현재까지 지키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문제는 코롱섬 공항 프로젝트에서도 발생했다. 일부 캄보디아 관리들은 코롱 공항을 일대일로의 지원을 받은 다라 사코르공항에 빗대기도 했다. 다라 사코르공항은 계약한 지 15년이 지났지만 아직 완공되지 않았고, 공항 개발 과정에서 마을 주민을 대규모로 추방하는 사태가 빚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