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이번엔 ‘국가기밀법’ 개정…기밀 범위 또 넓혔다

박숙자
2024년 03월 2일 오전 10:49 업데이트: 2024년 03월 2일 오전 10:49

국가 기밀이 아닌 사안까지…전문가 “통치 위기 드러내”

중국 당국이 지난해 7월부터 반간첩법 개정안을 시행한 데 이어 지난 27일 국가기밀보호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오는 5월 1일부터 시행하는 이 개정안은 이전보다 기밀의 정의가 모호해지고 범위가 넓어져, 이미 줄어든 중국 내 외국인 기업가들의 운신의 폭이 더 좁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 등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폐막한 제14기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회 8차 회의에서 국가기밀보호법 개정안이 통과됐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주석령(主席令)에 서명하고 공포했다.

중국 당국은 1988년에 국가기밀보호법을 제정한 후 2010년에 한 차례 개정을 거쳐 국가기밀에 대한 통제를 대폭 강화한 바 있다.

관영 중국중앙(CC)텔레비전에 따르면 이번에 개정된 국가기밀법에는 10개의 새로운 조항이 포함됐고, 내용의 약 3분의 2가 변경됐다.

개정안은 국가기밀의 범위를 ‘국가 비밀이 아닌 사안’까지 포함할 수 있도록 확대했다. 이전의 국가기밀은 “정부 부서의 정상적인 기능을 방해하거나 국가 안보 또는 공익을 훼손하는 사안”으로 정의했다. 하지만 이번 개정안에서는 “국가 비밀이 아니지만 공개 시 특별히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업무에서 획득한 사안”까지도 포함하도록 규정했다.

퇴직 공무원에 대한 규정도 엄격해졌다. 국가 기밀을 다루는 직원은 퇴직 시 기밀보호 관련 교육을 받고 기밀 자료를 국가에 반환해야 한다.

또한 퇴직한 이후 일정 기간 사전 허가 없이 취업이나 출국을 할 수 없다. 정해진 기간이 지난 후에도 국가 기밀보호에 대한 규정을 준수해야 한다.

개정안에는 업무상 비밀을 ‘기밀보호’ 범위에 포함하고, 퇴직 이후의 ‘기밀 해제 시기(脫密期)’를 늦췄다.

이와 관련해 자산관리 준법감시 최고책임자 출신의 량사오화(梁少華) 변호사는 에포크타임스에 “이번 국가기밀법 개정과 반간첩법 개정은 일맥상통한다”며 “중국공산당이 법적 수단을 통해 공무원과 핵심 직책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대부분 국가에서는 국가 비밀과 영업 비밀이 명확히 구분돼 있다며 “(중국공산당은) 도를 넘어선 이런 규제를 통해 통제 범위를 확대하고 기업까지 규제하려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7월 반간첩법 개정에 이어 이번에 국가기밀법이 개정되면서 외국 기업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국가기밀법 개정안에 따르면 중국 내에서 중국공산당이 생각하는 비밀 관련 업무에 종사한 적이 있는 사람은 출국에 영향을 받으며 외국인도 예외가 아니다.

량 변호사는 “중국공산당은 비밀의 범위를 대폭 확대해 많은 직책이 중국공산당이 말하는 국가 기밀과 관련될 수 있다”며 “이 때문에 기업들이 범법에 연루될까 불안할 것이고, 외국 기업들은 중국을 떠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권 안정을 위해 국민 통제 강화

중국 당국의 국가기밀법 개정은 공산당 정권의 안정을 위한 조치라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 변호사 출신 인권운동가 라이젠핑(賴建平)은 에포크타임스에 “중국공산당은 비밀이 누설되면 정권 유지에 위협이 될까 봐 전전긍긍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라이젠핑은 “주식·증권 등의 경제 정보, 고위 관리의 개인 비밀, 관리의 부패 등이 포함된다”며 “몹쓸 짓을 많이 한 중국공산당은 이 모든 것을 소위 국가 기밀로 철저히 보호하고 은폐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중국인들이 당국의 소위 ‘기밀’을 알게 되면 더는 공산당을 믿지 않을 것이고, 심지어 공산당의 통치에 대해 누적된 불만이 폭발해 통치 체제를 무너뜨릴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는 “공산당은 국민들이 진실을 알까 봐 두려워한다”며 “특히 현재의 심각한 상황에서는 비밀 유출이 의도적이든 아니든 그들의 전체주의 통치에 큰 충격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전방위적으로 통제를 강화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이것이 바로 중국공산당이 소위 비밀의 범위를 무한정 확대하려는 근본적인 목적이자 동기”라고 지적했다.

량 변호사 역시 “개정된 국가기밀법은 중국공산당이 많은 사람, 즉 핵심 정보를 가진 일부 지식인 등을 국내에서 통제하고 더 이상 출국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며, 중국공산당이라는 난파선과 운명을 같이하게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가 안보’가 중국공산당의 최우선 과제

지난 수년 동안 국가 안보는 중국공산당의 최우선 과제가 됐다. 공산당 총서기 시진핑은 ‘안전’의 중요성을 끊임없이 강조해 왔다.

중국공산당은 2014년 이래 독재 정권의 공고화를 위한 일련의 ‘법률’을 통과시켰다. 반간첩법(2014년), 국가보안법(2015년), 테러방지법(2015년), 네트워크 보안법(2015년), 해외 비정부기구 국내활동 관리법(2016년), 국가정보법(2017년), 데이터보안법(2021년), 반간첩법 개정안(2023년), 국가기밀보호법 개정안 등이 채택됐다.

라이젠핑은 “지금은 법률이 소털처럼 많아 어느 조항에 걸릴지, 어느 조항에 걸려 감옥에 갈지 아무도 모른다”며 “중국공산당은 국민들에게 함부로 말하거나 행동하지 말라고 겁주는 것이다. 그러나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중국공산당이 이미 절망적이며 독재 통치를 유지할 방법이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 이 기사는 장훙, 이루 기자가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