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외교부장·로켓군 이어 국방부장도 사라졌다

도로시 리(Dorothy Li)
2023년 09월 14일 오후 3:19 업데이트: 2023년 09월 14일 오후 4:04

리상푸 중국 국방부장(장관)이 보름째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중국공산당의 ‘실종된 고위 관리 명단’에 또 한 명이 추가된 게 아니냐는 추측이 제기된다.

지난달 29일(현지 시간) 베이징에서 열린 제3회 중국·아프리카 평화안보포럼을 마지막으로 리상푸 부장은 14일 현재까지 보름째 행방이 묘연하다.

이 같은 상황은 지난 7월 25일 직위 면직된 친강 전 외교부장과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다. 친강 전 부장은 공식 면직에 앞서 한 달 전부터 이미 종적을 감췄다. 중국 당국은 이와 관련해 아무런 공식 설명을 내놓지 않았다.

같은 달 31일에는 리위차오 중국 인민해방군 로켓군(핵무기 운용군) 사령관이 경질됐다. 리위차오 전 사령관을 포함, 로켓군 고위직 인사들이 잇따라 사라졌다. 이들의 해임 이유와 현재 행방은 알려지지 않았다.

이와 관련, 람 이매뉴얼 일본 주재 미국대사는 지난 7일 SNS 계정을 통해 “처음에는 친강 외교부장, 그리고 로켓군 사령관이 실종된 데 이어 리상푸 국방부장이 2주 동안 공개석상에서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매뉴얼 대사는 “시진핑의 내각 라인업이 추리소설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와 닮았다”고 표현했다. 소설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는 10명이 한 명씩 차례로 살해당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중국 당국 고위급 인사들이 잇따라 자취를 감추는 흐름을 지적한 표현으로 해석된다.

지난 6월 18일(현지 시간)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회담에서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친강 당시 중국 외교부장과 나란히 걷고 있다.|Leah Millis/Pool/AFP via Getty Images/연합뉴스

이어 “누가 이번 실업률 레이스에서 승리할 것인가”라며 “중국 청년인가, 시진핑의 내각인가”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베이징 빌딩의 미스터리’라는 해시태그를 붙이기도 했다.

리상푸 부장의 실종을 두고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일각에서는 최근 중국 당국이 조사 중인 군 내부 부패와 리상푸 부장이 얽혀 수사 대상에 오른 게 아니냐는 추측이 나온다.

중국 시사평론가 차이선쿤 역시 지난 7일 SNS에 확인되지 않은 소식임을 전제하며 “리상푸 부장이 부패와 엄중한 기율 위반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다”는 글을 게재했다.

차이 평론가는 “이 소식이 사실이라면 시진핑 내각 안에서 부국(부총리)급인 친강 외교부장의 몰락 이후 또 다른 부국급 중요 고위관리의 몰락인 셈”이라며 “이는 또 중국공산당 최고위층의 내분이 끝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이런 엄혹한 정치 분위기라면 안전한 사람은 한 명도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국 당국은 현 상황에 대해 입을 굳게 다물고 있다.

11일 정례 브리핑에서 중국 외교부 마오닝 대변인은 리상푸 부장 실종 의혹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나는 당신이 언급한 상황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대답하며 사실상 답변을 거부했다.

지난 4월 16일(현지 시간) 러시아 모스크바를 방문한 리상푸 중국 국방부장(장관)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만나고 있다.|Pavel Bednyakov/Sputnik/AFP via Getty Images/연합뉴스

“시진핑, 쿠데타 매우 두려워하고 있어”

현재 미국에 망명해 거주 중인 야오청 전 중국 해군사령부 중령은 에포크타임스에 “리상푸 부장이 중국 당국에 의해 납치됐을 수 있다”고 말했다.

야오청 전 중령은 지난 7월 있었던 중국 중앙군사위원회의 ‘군사 장비 구매 과정에서 발생한 부패 의혹 조사’ 발표를 주목했다. 당시 중국공산당 중앙군사위원회 장비발전부는 특히 2017년 10월 이후 발생한 군 장비 조달 비리·기밀 유출 등을 집중 조사한다고 밝혔다.

리상푸 부장은 올해 3월 국방부장에 오르기 전까지 2017년 9월부터 6년 동안 장비발전부 부장을 지냈다. 중앙군사위는 리상푸 부장이 해당 부서 책임자로 있었던 기간을 겨냥해 조사를 실시한 것이다.

야오청 전 중령은 “여러 군 소식통을 통해 중국 당국이 리상푸 부장의 임기 시절 장비 구매에 대한 조사를 시작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설명했다.

야오청 전 중령에 따르면, 이번 조사는 군을 겨냥해 계속되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반부패 운동의 일환이다. 로켓군 수뇌부 실종과 친강 전 외교부장의 실각도 같은 맥락이다.

야오청 전 중령은 자신의 소식통을 인용, “공식 발표는 없었지만 로켓군 고위 관리 11명이 숙청됐다”고 전했다.

이렇듯 중국 정치 당국 및 군 당국 지도부가 흔들리는 데 대해 야오청 전 중령은 “권력 장악이 불안정하다고 느낀 시진핑의 상태를 보여준다”고 진단했다.

“시진핑은 쿠데타를 매우 두려워하고 있다.”

한편, 지난달 31일 중국 국방부는 부정부패에 대한 ‘무관용 원칙’을 선언했다.

이날 우첸 국방부 대변인은 “우리는 모든 사건을 조사하고 부패한 관리를 모두 단속할 것”이라며 “중국군은 법에 따라 통치되며 군 당국은 부패에 대해 무관용을 천명한다”고 강조했다.

*황효정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정리에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