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언론 자유 없다고?” 학생 비판 일축하던 칭화대 교수의 봉변

정향매
2024년 01월 12일 오후 1:32 업데이트: 2024년 01월 13일 오전 9:38

시진핑 비판 현수막 걸렸던 베이징 고가도로 가서 입증 시도
사복 공안에 붙잡혀 ‘조서’ 쓰고서야 귀가…뒤늦은 현실 체험

중국 명문대 교수가 “중국 공산당 치하에 언론 자유가 있다”는 점을 행동으로 입증하려다 실패했다. 공안 당국에 입건되는 수모까지 당했다.

해당 사연은 교수 소속 대학 교내 온라인 커뮤니티에 공개됐고 X(구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에서 확산했다.

1월 10일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 대만 ‘자유시보’ 등에 따르면  X에는 중국 명문 칭화대 교내 ‘수둥(樹洞)’ 게시판 글로 추정되는 이미지가 공개됐다.

게시물에 의하면 한 칭화대 교수는 교양과목 ‘사상과 정치’ 수업 중 ‘중국의 언론자유’를 주제로 강의했다. 수업 토론 중 한 학생이 “베이징 쓰퉁차오(四通橋)에서 사진을 찍다 공안으로부터 조사를 받았다”며 “중국에는 언론자유가 없다”고 이야기했다.

쓰퉁차오는 베이징대, 칭화대 등 중국 주요 대학이 밀집한 하이뎬구에 있는 고가도로다.

쓰퉁차오가 명성을 얻은 것은 지난 2023년이다. 중국 공산당 제20차 전국대표대회(당대회)를 사흘 앞둔 그해 10월 13일, 베이징 시민 펑리파(彭立發)는 쓰퉁차오에 ‘시진핑 퇴진’ ‘제로 코로나 방역 정책 중단’ 등을 주장하는 현수막 두 장을 걸고 일인 시위를 벌였다.

그는 즉시 공안 당국에 의해 체포돼 구금됐다. 그가 내건 슬로건은 전 세계로 확산했고 중국 본토를 비롯한 전 세계에서 일어난 ‘백서 시위’의 슬로건으로 활용됐다.

펑리파는 ‘쓰퉁차오 용사’라는 별칭을 얻었다. 외신은 그에게  ‘브리지(다리)맨’이라는 이름도 붙였다. 1989년 6·4 톈안먼 민주화 시위 당시 맨몸으로 탱크부대를 막아낸 ‘탱크맨’을 연상케 한다는 의미에서다.

칭화대 수업 중 “중국에는 언론 자유가 없다”고 항변한 학생은 “쓰퉁차오 사건 발생 1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중국 공안 당국은 단순히 쓰퉁차오를 찾아 사진을 찍는 일반 시민까지 연행해서 조사한다”고 사례를 들었다.

중국 언론 자유 논쟁을 일으킨 수업 담당 교수는 차이완환(蔡萬煥)이다.  1983년생 소장 학자인 그는 중국인민대에서 경제학부 정치경제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칭화대 마르크스주의학원 부교수로 강의하고 있다.

학생의 사연을 들은 차이 교수는 “믿지 못하겠다”며 “중국 공산당은 그 정도로 언론자유를 침해하지 않는다”며 반론했다.

그는 자신의 주장을 입증하기 위해 지난 3일 직접 쓰퉁차오에 사진을 촬영하러 갔다. 결과적으로 사진을 남기기는커녕 공안에 의해 심문받고 조서까지 쓰고서야 귀가할 수 있었다.

차이 교수의 한 지인은 교내 커뮤니티에 “차이 교수가 너무 어처구니없는 일을 저질렀다”며 해당 사연을 공개했다.

언론은 소식통을 인용해 차이 교수도 소셜미디어를 통해 이번 일에 대해 불만을 토로했다고 전했다. 다만 소식통은 차이 교수의 불만 사항을 공개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수 학생도 칭화대 커뮤니티 게시물 하단에 댓글을 남겼다.

한 학생은 “두 달 전 사진 찍으러 쓰퉁차오에 갔다”며 “사복 차림의 공안이 감시하는 것을 발견하고 그만뒀다”고 했다. 또 다른 학생은 “(기득권자인) 마르크스주의학원 교수는 모두 시민의 고초를 경험해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차이완한 교수는 모교의 원로 교수로부터도 ‘세상 물정 모른다’는 빈축을 샀다.

재미 저명 중국 사회학자 저우샤오정(周孝正)은 RFA에 “베이징 고등 교육 기관에는 중국 정치를 이해하지 못하거나 감히 건드리지 못하는 이른바 ‘학자’가 다수 자리 잡고 있다”며 “그들은 자의적 혹은  타의적으로 중국 공산당의 거짓 선전에 침묵하고 있다”고 말했다. 저우샤오정은 중국인민대 사회학 교수를 지냈다.

미국으로 망명한 중국 인권 변호사 천광청(陳光誠)은 “중국 공산당은 모든 국민을 속이고 있으며 속임수에 넘어간 국민 중에는 지식인도 포함된다”고 했다.

“중국의 쓰퉁차오 사건은 세계적으로 알려진 사건이다. 그럼에도 수도 베이징 소재 명문대 교수 중에도 해당 사건 자체를 모르는 사람이 존재한다. 고등교육을 받았음에도 중국 사회의 현실, 중국 집권 당국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음을 방증한다.”

그는 “자유사상을 가진 학생이 이번 일을 통해 이른바 ‘사상과 정치’ 선생을 교육했다”면서도 “중국에는 행동으로 국민을 계몽하는 진정한 학자가 필요하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지난 1월 7일은 ‘쓰퉁차오 용사’ ‘브리지(다리)맨’ 펑리파의 50번째 생일이었다. 그는 구금 후 현재까지 행방이 묘연하다.

외신에 따르면 그의 친가, 처가 식구도 현지 공안에 불려 가 심문을 받았거나 거주지가 제한되는 등의 연좌제 처분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