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양회 개막, 총리 기자회견은 폐지…“난처한 질문 회피”

강우찬
2024년 03월 5일 오전 10:53 업데이트: 2024년 03월 5일 오전 10:57

중국의 정기국회 격인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가 5일 개막한 가운데, 전인대 측이 30년간 개최해 온 총리 폐막 기자회견을 열지 않겠다고 밝혔다.

러우친젠 전인대 대변인은 전날 전인대 사전 기자회견에서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이번 전인대 이후로 몇 년간 총리 기자회견은 열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번 발표를 두고 시진핑의 권력이 강화됐음을 보여준다는 평가가 나온다. 시진핑에 권력이 집중된 만큼 줄어든 총리의 입지를 반영한다는 것이다.

경기 침체, 부동산 위기, 증시 폭락 등 어려운 현황 속에서 내·외신이 참여하는 기자회견을 예전대로 개최하면 난처한 질문이 나올 수도 있기 때문에 이런 위험을 미리 차단하려는 의도도 있을 것으로 분석됐다.

국무원 총리의 전인대 폐막 기자회견은 1991년 리펑 당시 총리가 처음 실시한 이후 전인대의 관례가 됐다.

1998년 주룽지 전 총리 취임 후에는 시간이 2시간 30분으로 늘어나며 주요 행사로 자리 잡았고, 2012년 원자바오 전 총리는 3시간 폐막 기자회견으로 이목을 끌었다.

특히 “(중국인) 6억 명의 월수입은 1천 위안(약 18만4천원)밖에 안 된다”고 폭탄 선언을 한 2020년 리커창 전 총리의 기자회견은 큰 파장을 일으켰다. 이는 같은 해 빈곤 퇴치라는 목적을 달성했다고 자화자찬한 시진핑의 발언을 사실상 정면 반박하는 내용이었기 때문이다.

리커창이 물러나고 후임자로 임명된 리창 총리는 철저하게 시진핑의 업적을 찬양하는 행보를 보였다. 시진핑의 측근인 리창 총리는 2023년 양회 폐막 후 내외신 기자회견에서 경제성장의 자신감을 나타냈다.

중국은 제로 코로나 해제 후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에도 좀처럼 경제를 회복하지 못하는 모습이었으나, 경제정책 컨트롤타워 역할의 리창 총리는 경제 활력을 높이기 위해 개혁개방을 유지하고, 민영기업 경영 여건을 개선하겠다며 밝은 전망을 내놨었다.

그러나 당시 기자회견에서 외신 기자들은 중국 경제의 발전 방향 외에도 위안화 환율, 티베트와 대만 문제, 미중 관계, 홍콩 인권 등과 관련해 날카로운 질문을 던지며 리창 총리를 진땀 나게 했다.

중국 평론가 저우샤오후이는 “리창 총리가 기자회견을 폐지한 것은 외신 기자들의 질문에 무능함이 들통날까 봐 두렵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시진핑이 주변을 자신에게 충성스러운 측근들로만 채우면서 정권이 무능해지고 있다며 “외신과 마주할 자신도 없을 정도로 정권이 취약해졌음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