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내 HIV 감염 확산” 보건당국 발표…청소년·노인 감염 급증

그레이스 싱(Grace Hsing), 린 쑤(Lynn Xu)
2023년 12월 8일 오후 5:24 업데이트: 2023년 12월 8일 오후 6:09

중국에서 호흡기 질병이 확산하는 가운데, 에이즈(AIDS·후천성면역결핍증) 감염률도 증가하고 있다는 데이터가 보고되면서 중국 내 전염병 사태가 더욱더 복잡해지는 양상이다.

최근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는 중국 내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HIV) 감염자가 지난 2022년 한 해 동안 10만7000명이 새로 감염, 총 122만3000명을 기록했으며 이 중 72.0%는 이성 간 감염, 25.6%는 남성 간 감염이 원인이었다는 통계 결과를 발표했다. HIV는 에이즈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바이러스다.

이에 더해 위원회는 “감염자의 15~20%는 아직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일례로 중국 상하이에서는 올해 1월 1일부터 11월 20일까지 총 1457건의 HIV 감염 사례가 발생했다. 이는 전년도 동기간에 비해 21.1% 증가한 수치다. 상하이 보건당국은 HIV 총 감염 사례는 3만859건에 달하며 사망자도 2951명 발생했다고 보고했다. 지난 10월 말 기준 중국 동부 장쑤성에서는 HIV 감염자가 4만2021명 발생했으며, 5971명이 사망했다. 장쑤성 질병관리청은 새로 보고된 HIV 감염 사례 중 52% 이상이 동성 간 감염이었다고 덧붙였다.

이에 중국 지방정부들은 에이즈 급증에 대응하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지난 1일(이하 현지 시간) 중국 관영 매체 이차이의 보도에 따르면, 광둥성에서는 주민들을 대상으로 1월부터 10월까지 약 2013만 건에 달하는 HIV 검사를 실시했다. 이는 작년 대비 10.5% 증가한 횟수다.

지난 2004년 2월 21일(현지 시간), 중국 허난성 원러우촌에서 주민들이 무료 에이즈 치료제를 받기 위해 진료소 앞에 줄을 서고 있다.|STR/AFP via Getty Images/연합뉴스

청소년·고령층의 에이즈 감염 증가

학생들 사이에서 HIV 감염 사례가 늘고 있다는 게 이번 HIV 확산의 특징 중 하나다. 중국 질병통제예방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15~24세 청소년 사이에서 총 1만700건의 HIV 감염 사례가 보고됐다. 전년 대비 3배 증가한 수치이며, 이 중 82.5%가 성 접촉을 통해 전염됐다.

센터 보고서에 따르면, 60세 이상 인구의 HIV 감염 사례 또한 최근 몇 년 사이 급증했다. 60세 이상의 HIV 감염 사례는 지난해 2만7004명을 기록, 2015년 1만7451명보다 54% 넘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주로 고령 농민들 사이에서 HIV 감염이 발생했다고 알려졌다.

또 일부 에이즈 환자는 자신이 HIV에 감염된 사실조차 모르거나 관련 지식이 부족해 피해를 입고 있다.

미국 바이러스학자인 션 린 박사는 에포크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중국공산당 관리들은 사람들의 생명에는 관심이 없으며, 오랫동안 중국 내 에이즈에 관한 진실을 숨겨왔다”며 “(그로 인해) 상당수의 중국인은 에이즈의 위험성을 전혀 모르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 같은 상황은 부분적으로 중국 사회 내 성적 문란의 결과라고 지적했다. 린 박사는 “중국 공산당 정권은 중국 사회에서 전통적 가치를 파괴하고 이를 공산주의 이데올로기로 대체해 사람들의 정신을 갉아먹었다”고 분석했다.

중국 허난성에서 에이즈에 방치된 주민들을 도왔던 가오 야오지에(오른쪽)|STR/AFP via Getty Images/연합뉴스

수혈을 통한 감염

성 접촉 외 오염된 혈액은 중국에서 에이즈가 급증한 또 다른 이유다. 린 박사는 “중국 혈액센터에서는 혈액제제 제약회사들과의 담합과 규제되지 않은 채혈이 항상 존재해 왔다”고 설명했다.

실제 중국 허난성에서는 오염된 혈액 수혈로 인해 HIV 감염자가 대규모로 발생한 바 있다. 감염자 대부분은 가난한 농민들이었다.

지난 1990년대 초중반 허난성 당국은 주민들의 피(혈장)를 헐값에 사들여 혈액제제 제약회사에 비싸게 팔아넘기는 이른바 ‘혈장경제’를 토대로 경제성장을 꾀했다. 주로 형편이 어려운 농민들이 생계를 위해 매혈을 했고, 이 과정에서 피해를 입었다.

현재 미국에 망명 중인 중국인 의사이자 에이즈 운동가인 가오 야오지에는 과거 에포크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1995년 기준 약 500만 명이 이용한 허난성 채혈센터의 혈액 샘플에서 HIV 바이러스가 발견됐다”고 증언했다.

가오는 “이러한 사실을 모른 채 HIV에 감염된 혈액을 수혈받은 많은 사람이 다른 사람들을 감염시켰을 가능성이 있다”며 “감염은 지금까지도 은밀하게 확산하고 있다”고 말했다.

가오에 따르면, 허난성 당국은 이후 해당 채혈센터를 폐쇄했다. 그러나 HIV 관련 사실은 은폐했다.

“중국에는 수많은 에이즈 환자가 있는 것으로 추정되지만 중국 당국은 이를 잘 은폐하고 있다. 중국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이 HIV에 감염된 채 살고 있는지는 중국공산당의 국가기밀이다.”

*황효정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정리에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