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그동안 잘 판매하던 고성능 드론 왜 수출 제한했나

왕허(王赫)
2023년 08월 4일 오전 9:17 업데이트: 2024년 02월 19일 오후 3:08

돌연 ‘군사용 전환 가능성’ 이유로 수출 제한 발표
지난달 28일 미 국가정보국 보고서가 배경됐을 것

7월 31일 중국 상무부 등 4개 부처가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9월 1일부터 일부 드론 및 관련 품목의 수출을 통제한다”고 발표했다. 상무부 대변인은 “고성능 드론은 군사적인 속성이 있어 수출을 통제하는 것이 국제적 관례”라고 했다.

이는 8월 1일부터 시행하는 갈륨 및 게르마늄 관련 품목에 대한 수출 통제와는 목적과 노림수가 완전히 다르다. 중국 당국이 갈륨과 게르마늄의 수출을 통제하는 것은 경제적 압박 조치로, 목적은 중국에 대한 미국·유럽·일본의 고성능 반도체 금수 조치를 완화하는 것이다.

드론은 중국의 주력 수출 품목으로, 거액의 외화를 벌어들이는 것 외에도 외교적으로 노리는 목적도 있다. 수년간 국제 관행에 별로 신경 쓰지 않던 중국 공산당이 이제 와서 국제 관례를 내세워 무인기 수출을 통제하는 것은 예사롭지 않다.

이유가 무엇일까? 필자는 미중 게임의 결과라고 본다. 즉 중국 공산당이 미국에 양보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했기 때문이다.

7월 28일, 미국 국가정보국(DNI)은 의회의 요청에 따라 기밀 해제 보고서를 발표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을 지속할 능력을 갖추는 데 중국의 지원이 “매우 중요하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당국이 러시아에 민·군 양용 물품과 일부 군수품을 공급하고 있으며, 중국 국영 방산업체가 제재를 받은 러시아 국영 방산업체에 항법 장비와 교란 기술, 전투기-제트 부품 일부를 제공했다. 드론은 중국 당국이 러시아를 지원하는 핵심 제품이다.

2022년 2월 2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중국 당국은 러시아에 무기를 공급한 사실을 부인하고 또 중국이 수출한 무인기가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사용됐다는 사실도 부인했다. 하지만 러시아가 중국산 무인기 수입에 속도를 내고 있다는 보도가 여러 차례 나왔다.

뉴욕타임스(NYT)는 지난 3월 ‘중국이 1년 동안 러시아에 지속적으로 드론을 공급했다’는 제목의 기사를 내보냈다.

“한 제3의 데이터 공급업체가 제공한 러시아 공식 세관 데이터에 따르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후 1년 동안 중국은 1200만 달러어치 이상의 드론과 드론 부품을 러시아에 팔았다. … 그리고 러시아로 유입된 기술 중 일부만 공식 판매를 통해 이뤄졌고 더 많은 기술이 비공식 채널 및 카자흐스탄, 파키스탄, 벨라루스와 같은 러시아에 우호적인 다른 국가들을 통해 유입됐을 것이다.”

하지만 중국 당국은 단호히 부인했다. 지난 4월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중국은 모든 종류의 드론이 분쟁지역의 전장에서 사용되는 것을 방지하고 국제평화와 지역 안정을 위해 함께 노력할 것을 관련 당사국들에게 촉구한다”고 했다. 하지만 곧 중국 당국의 주장이 사실이 아님이 밝혀졌다.

7월 1일, 니혼게이자이(닛케이)는 조사보고서를 통해, 러시아 회사가 2022년 12월에서 2023년 4월까지 중국으로부터 최소 37대, 10만3000달러어치의 무인기를 수입했으며 이들 무인기의 세관 신고 기록에는 ‘특별 군사행동 전용’이라고 명시돼 있다고 보도했다.

7월 18일, 워싱턴포스트(WP)는 중국 무인기의 수송 경로를 추적해 중국 무인기가 중앙아시아 여러 나라를 거친 후 키르기스스탄·카자흐 국경에서 세관원들에게 적발·압수된 사실을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미국 관리들은 이 제품들이 통상 이런 경로를 통해 러시아로 수출된다고 밝혔다.

WP는 소형·비군용 무인기라도 정찰, 소형폭탄 투척 등에 활용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군의 진격을 저지하기 위해 드론으로 화학약품을 살포하는 등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WP는 입수한 극비 문서를 인용해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최루가스 변형으로 추정되는 유해가스를 우크라이나인들을 상대로 최소 두 번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영국과 미국은 우려를 표명하며 “이것이 사실이라면 러시아가 ‘화학무기 금지 조약’을 위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실 바이든 행정부는 중국 당국이 러시아에 무인기를 지원하는지 예의주시하면서 중국 당국에 레드라인을 넘지 말 것을 거듭 경고했다. 지난 5월 윌리엄 번스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이 중국을 방문한 것도 표면적으로는 양국 관계의 해빙을 위한 것이지만, 실제로는 중국 당국에 지켜야 할 것들을 구체적으로 제시했을 가능성이 높다.

중국은 경제 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고 국제 관계에서도 갈수록 고립되고 있다. 그래서 중국 당국으로서는 미국과의 관계 개선이 절박하다. 경직된 미·중 관계가 누그러지고 미국이 대중국 과학기술 디커플링과 고관세를 완화해야 중국 경제가 약간이나마 숨통이 터일 수 있고, 또 중국의 국제 환경도 개선될 수 있다.

한편 바이든 대통령으로서는 재선을 위해 미중 관계가 충돌이나 전쟁으로 치닫지 않기를 원할 것이다. 중국 공산당으로서도 바이든 대통령이 별로 마음에 들지 않지만 트럼프가 재집권하는 것보다는 낫다. 그래서 대미 외교전략을 조정하는 것이다.

따라서 중국이 고성능 무인기 수출을 제한하는 것은 ‘국제적 관례’를 위한 행동이 아니라 여러 가지 계산이 깔려 있는 전략적 행동으로 봐야 한다.

또한 중국 당국이 고성능 무인기 수출을 제한한다고 선언하긴 했지만 실제로 행동으로 옮길지, 어떻게 옮길지는 알 수 없다. 중국 공산당은 말과 행동이 별개인 경우가 많아서다.

중국 당국은 2002년부터 무인기 수출 통제를 단계적으로 실시해 왔으며 통제 범위와 기술 기준은 국제적 기준과 일치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2015년에도 일부 무인항공기(드론)와 고성능 컴퓨터(슈퍼컴퓨터) 수출을 통제한다고 발표했지만 지키지 않았다.

더구나 중국 상무부는 이번 공동 기자회견에서 “수출 통제는 수출 금지가 아니다”라며 “합법적인 민간 목적으로 사용한다면 관련 절차에 따라 정상적으로 드론을 수출할 수 있다”고 했다. 이는 앞으로 민수용을 빌미로 군사 목적의 고성능 드론을 수출하겠다는 의도가 깔린 발언으로 읽힌다.

중국 당국이 궁여지책으로 ‘드론 수출 통제’ 카드를 들고 나왔지만, “세계 안전과 지역 안정을 위해 노력했다”는 명분 뒤에 숨어서 실익을 챙기려는 게 아닌지 지켜볼 일이다.

*이 기사는 저자의 견해를 나타내며 에포크타임스의 편집 방향성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