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경제 ‘폭망’ 조짐에 베이징 시민들 찾아간 곳은

박숙자
2024년 02월 14일 오전 11:35 업데이트: 2024년 02월 14일 오후 2:35

새해 첫날 새벽, 베이징 유명 사찰 구름 인파

지난 설날, 중국 베이징의 유명 불교사원 융허궁(雍和宮)에는 사람들로 북적거리는 보기 드문 광경이 펼쳐졌다. 무신론·진화론의 공산주의 이념에도 아랑곳 않고 복을 빌러 온 참배객이 밀려들었기 때문이다.

정월 초하룻날 ‘두향(頭香)’을 올리려는 사람들이 새벽부터 융허궁 담장 밖에서 장사진을 쳤다. ‘두향’은 첫 향공양을 뜻한다. 중국에는 설날 0시에 가장 먼저 향로에 향을 꽂기 위해 다투는 풍습이 있다.

베이징 당국은 이날 최소 6만 명의 방문객이 융허궁을 찾았다고 전했다. 베이징 시민들은 올해 설이 가장 힘들고 슬펐다며 역대 최악의 설이라고 했다.

설날 융허궁 앞, 꼭두새벽부터 장사진

중국자동차유통협회 전문가위원회 위원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한 소셜미디어 사용자는 자신의 웨이보 계정에 “2월 10일 00시 27분, 사람들이 이미 베이징 융허궁 앞에서 줄을 서기 시작했다”는 글을 올렸다.

또 다른 웨이보 사용자는 자신도 융허궁에 가서 두향을 올린 사람 중 한 명이라며 직접 촬영한 현장 영상을 공개했다.

지난 10일 0시가 지나자 베이징 융허궁에 대기줄이 생기기 시작했다. | 동영상 캡처

이 영상에는 긴 대기줄이 어둠 속에 늘어섰고, 줄 앞에 경광등이 번쩍이는 경찰차가 주차돼 있었고, 경찰관들이 줄 맨 앞에 서 있었다.

융허궁 경내 인산인해로 북적, 향 연기 자욱

이 밖에도 설날을 맞아 향을 올리려는 참배객들로 가득 찼고 융허궁에 향 연기가 자욱한 영상이 다수 올라왔다.

한 웨이보 사용자는 “설날에 향을 올리고 부처님께 빌기 위해 베이징 시민들이 다 융허궁에 온 것 같다. 그들의 소원이 다 이루어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설날인 지난 10일, 베이징 융허궁은 복을 비는 사람들로 붐볐다. | 동영상 캡처
설날인 지난 10일, 베이징 융허궁은 복을 비는 사람들로 붐볐다. | 동영상 캡처

관영 베이징만보(北京晩報)는 설 연휴 기간 매일 1만 명 이상의 방문객이 융허궁을 방문했고, 특히 설날에 가장 많았다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올해는 융허궁이 설 연휴 기간 인터넷 예매 시스템을 도입해 초하루와 보름날에 각각 6만 명이 예약했고, 그 외 날에는 매일 4만 명이 예약했다. 또 초하루부터 초닷새까지의 티켓은 설 일주일 전에 매진됐다.

관할 베이신차오(北新橋) 파출소의 장샤오셴(張皛霰) 부소장은 섣달그믐날 저녁부터 사람들이 문 앞에 줄을 서기 시작해 경찰이 밤 10시에 가이드라인을 설치하고 거리 통제에 나섰다고 했다.

복을 빌려는 참배객이 부쩍 늘어난 것은 중국의 경제 침체와 관련이 깊다. 청년층과 중년층 모두 실업난이 심각한 가운데 중국 주식시장이 폭락세를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 개발업체의 잇따른 도산과 어려움으로 주택을 구매하고도 입주하지 못한 사람들과 대박의 꿈을 품고 아파트에 투자했던 사람들 사이에서도 곡소리가 나온다.

이러한 상황을 반영하듯 설날을 앞두고 중국 온라인에서는 ‘상하이은행이 연말 상여금을 주지 않았다’, ‘광저우은행이 직원 임금을 악의적으로 체불했다’는 등,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대형 금융기관들에 관한 비관적 소식이 인기 검색어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