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어 미끼로 中 체제선전…공자학원 추방해야” 대구서 기자회견

공자학원 실체 알리기 운동본부
이윤정
2022년 11월 18일 오전 7:58 업데이트: 2022년 11월 18일 오후 1:56

중국 공산당, 공자학원 매개로 각 방면 침투
전 세계 퇴출 바람 속 국내서만 요지부동
시민단체 “전국서 퇴출 운동 이어갈 것”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공자학원 퇴출 바람이 이어지는 가운데 우리나라에서도 공자학원 추방운동이 전국으로 확산할 조짐이다.

시민단체인 ‘공자학원 실체 알리기 운동본부(대표 한민호, 이하 공실본)’는 11월 17일 오전 대구 달서구 계명대학교 성서캠퍼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자학원 추방을 촉구했다. 오후에는 계명대 앞 이끎센터에서 이지용 계명대 국제학부 교수와 한민호 공실본 대표의 발제로 ‘중국 공산당의 통일전선공작 폭로’ 공개 세미나를 개최했다.

계명대는 2007년에 공자학원을 개원하고 “중국 교육부로부터 다양한 교육 콘텐츠와 중국인 교원을 지원받아 양질의 중국어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한다”고 밝혔다.

공실본은 “공자학원이 내세우는 중국어와 중국문화는 미끼에 불과하다”며 “중국 공산당이 공자학원을 통해 대한민국 구석구석에 촉수를 뻗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공실본은 공자학원을 “중국 공산당 통일전선전술을 펼치기 위한 매개체이자 거점”으로 규정했다. 중국 공산당이 공자를 내세워 공산주의와 마오쩌둥 사상을 선전하고, 중국에 대한 환상을 유포하며, 주재국의 정보를 수집하고, 중국인 사회를 감시하는 일을 하는 선전·첩보 공작기관이라는 것이다.

공실본에 따르면 공자학원에서 티베트와 위구르, 홍콩, 천안문, 종교탄압 등 중국 공산당의 그늘은 철저히 숨기면서 중국에 대한 환상을 주입한다. 또한 중국어 말하기, 글쓰기 대회를 열어 학생들이 중국의 비약적 발전과 기술·경제성장을 찬양하고 일대일로(一帶一路) 등의 정책을 지지하도록 만든다.

공실본은 “중국의 이미지를 희망적이고 아름답게 보이도록 하고, 중국에 우호적인 태도를 취하도록 포상이나 유학, 연수 등의 미끼를 이용한다”면서 “공자학원을 매개로 각계각층의 인사들과 관계를 형성해 중국 공산당의 의도가 우리나라 정치와 교육, 문화 등 각 방면에 침투하도록 초한전(超限戰)을 펼친다”고 주장했다.

초한전은 ‘모든 경계와 한계를 초월하는 극한의 전쟁’이라는 의미로 ‘무제한 전쟁’으로 번역하기도 한다. 초한전이란 용어는 지난 1999년 두 중공군 장성이 쓴 군사 관련 책에서 처음 제시됐고, 이후 줄곧 중국 공산당의 군사행동을 이끄는 기본 개념이 됐다.

공실본은 이날 세미나를 통해 다음과 같이 밝혔다. “초한전의 중요한 축을 이루는 게 통일전선전술이다. 주적(主敵)을 제외한 나머지 세력을 규합해 주적을 타격하자는 전술로, 마오쩌둥이 일찍이 중국 공산당, 인민 해방군과 함께 3대 법보(法寶)로 꼽았을 정도다. 통일전선은 가끔 필요할 때 쓰는 특정 형태의 전술이 아니라 공산당이 각종 교류, 회유, 뇌물, 미인계 등 온갖 수단을 동원해 평소 행하는 모든 사업이 이에 해당한다. 자매도시 결연사업, 공자학원 등이 대표적이다.”

11월 17일 오후 계명대 앞 이끎센터에서 이지용 계명대 국제학부 교수와 한민호 공실본 대표의 발제로 ‘중국 공산당의 통일전선공작 폭로’ 공개 세미나를 개최했다. | 공실본 제공

한국은 지난 2004년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세계 최초의 공자학원인 서울공자아카데미가 문을 연 이래 △강원대 △계명대 △경희대 △국립제주대 △대진대 △동서대 △동아대 △세명대 △세한대 △순천향대 △안동대 △연세대 △우석대 △우송대 △인천대 △원광대 △제주 한라대 △충남대 △충북대 △한국외대 △한양대 △호남대 등 23개 대학에 공자학원이 설립됐다.

아시아 최다 공자학원 보유국이기도 한 우리나라에서 전국 23개의 공자학원을 거쳐 간 학생들은 10만 명에 육박할 것으로 추산된다. 

공실본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공자학원을 설치하고자 하는 대학 측에 초기 비용으로 15만~25만 달러를 지급하고 이후 교사 인건비, 교재비 등 실질 운영 비용을 전적으로 부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학은 강의실과 사무실만 제공하면 된다. 그 대신 중국 정부가 교사 선발과 교육과정 일체를 통제한다.

중국은 2010년 104개 국가의 353개 공자학원에 총 1억6700만 달러를 투입했다. 2018년 기준으로 154개 국가에 총 548개의 공자학원과 1193개의 공자학당이 운영되고 있었다고 공실본 관계자는 전했다.

공자학원의 실체가 점차 알려지면서 세계 각국에서 공자학원 퇴출 바람이 거세다. 2012년 캐나다 맥매스터대학이 세계 최초로 공자학원을 폐쇄한 것을 필두로 미국에선 한때 120여 개에 달하던 공자학원이 20개 이하로 줄었다.

영국 정부도 최근 국가안보를 위해 자국 내 30곳에 이르는 중국 공자학원을 폐쇄하겠다고 밝혔다. 리시 수낵 영국 신임 총리는 총리 경선 과정에서 중국 공산당을 “영국과 세계 안보 및 번영에 있어 금세기 최대 위협”으로 규정짓고 자신이 당선되면 영국 내 모든 공자학원을 폐쇄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공실본은 공자학원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고 한국에서 공자학원을 퇴출하기 위해 지속해서 활동을 벌이고 있다.

지난 2020년 12월 ‘한국 내 공자학원 실태 및 대책’ 보고서를 발표했다. 작년에는 3월에 국회의원 300명 전원에게 공자학원의 실체를 알리는 서한을 발송하고 4월에는 공자학원이 있는 전국 22개 대학 총장들에게 공자학원 폐쇄를 촉구하는 공개 서한을 보내기도 했다. 올해 9월에는 부산의 도심인 서면 영광도서 앞에서, 10월에는 부산 동아대학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공실본은 이날 성명서를 통해 “이미 공자학원의 음침한 정체가 드러났음에도 불구하고 공자학원을 존속시키는 것은 중국 공산당의 공작에 협조하는 반역행위”라며 “교육부와 시도 교육감, 공자학원을 유치한 22개 대학 및 16개 중고등학교는 더 늦기 전에 공자학원을 추방하라”고 강력히 촉구했다.

한민호 공실본 대표(뒷줄 오른쪽에서 두 번째)는 “대구, 청주에 이어 대전, 세종, 춘천, 광주 등 공자학원이 있는 각 도시에서 공자학원 추방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이어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 공실본 제공

대구, 청주에 이어 대전, 세종, 춘천, 광주 등 공자학원이 있는 각 도시에서 공자학원 추방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이어질 예정이다.

오는 18일 오전 11시에는 충북 청주시 흥덕구 삼성자동차학원 3층에서 한민호 대표가 ‘공자학원과 통일전선공작’ 주제로 공개세미나를 개최하고, 오후 2시 30분에는 충북대학교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이 열린다. 충북대는 2008년에 공자학원을 개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