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 지도자들 “UN·WEF의 기후변화 캠페인에 끌려들어가”

달린 맥코믹 산체스
2023년 12월 12일 오후 9:03 업데이트: 2023년 12월 12일 오후 9:20

글로벌 기후 단체들은 기후 어젠다를 추진하는 데 종교가 힘을 보태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일부 종교 지도자들은 기후 문제는 교회와 너무 동떨어지는 어젠다라고 경고한다.

캄보디아의 ‘생태 승려’들은 수목(樹木)에 붉은 가사를 입히는 의식을 치른다. 나무를 불교 승려로 인정하는 일종의 종교 의식으로, 이른바 ‘나무 수계식(受戒式)’이다.

이 관습은 1990년대 태국 승려들이 나무를 대상으로 수계식을 거행하기 시작한 이후 캄보디아로 확산된 ‘숲 지키기 운동’의 한 예다.

불교에서는 계(戒)를 받고 승려가 된 자를 신성한 존재로 여긴다. 따라서 수계식을 치르고 나면 비록 나무라 하더라도 함부로 해칠 수 없다. 불법 벌목으로부터 보호받게 되는 것이다.

종교가 지구 온난화 내러티브를 ‘팔아먹는’ 데 강력한 도구가 될 수 있다는 인식은 전통적으로 신앙과 거리를 두고 있는 유엔과 세계경제포럼(WEF)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2021년 2월 10일 스리랑카 콜롬보 외곽에서 불교 승려들이 고속도로 건설 과정에서 나무숲이 훼손되는 것을 막기 위해 나무에 주황색 가사를 입혀 ‘나무 수계식’을 하고 있다. | AFP via Getty Images/연합

이제 세계주의 기관들은 2030년 유엔의 지속 가능한 17개 개발 목표 중 하나인 기후변화에 맞서 싸우는 종교 지도자들의 도움을 환영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 종교 지도자들은 동료 종교인들이 기후 논쟁에 참여하는 데 대해 우려를 표하고 있다.

댈러스 제일침례교회의 로버트 제프리스 목사는 에포크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이것은 위험한 의제이며, 교회가 본연의 소명인, 사람들을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믿음으로 이끄는 일을 하는 데 방해가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는 하나님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에 대해 훨씬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했다.

유엔은 지구 온난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 및 기상 이변 재앙으로부터 지구를 구하기 위해 긴급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파멸을 초래할 것이라고 예측하지만, 과학적 근거가 미약해 논란의 여지가 있다.

유엔의 2030년 기후 목표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42%까지 “깊게, 빠르게, 지속적으로” 감축할 것을 요구하고 있으며, 2050년까지 순배출량 제로를 목표로 하고 있다. 유엔은 2035년까지 지구 온도가 섭씨 1.5도 이상 상승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2019년 10월 17일 텍사스주 댈러스에서 열린 선거 유세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연설하기 전에 로버트 제프리스 목사가 충성 서약을 이끌고 있다. | Tom Pennington/Getty Images

종교단체, 십자가로 화석연료 처형

2015년 유엔 파리 기후회의를 앞두고 불교·힌두교·이슬람교·기독교 단체들이 기후변화 선언을 발표했고, 이는 전 세계 종교 지도자들이 기후 의제를 지지하는 전환점이 됐다.

유엔은 그해 프란치스코 교황이 ‘찬미받으소서(Laudato Si)’란 제목의 기후변화 관련 서한을 모든 로마 가톨릭 주교에게 보냈다는 소식을 전했다.

13억6천만 가톨릭 신자의 정신적 지도자인 교황은 환경 파괴로 인해 세계 최빈국 시민들이 피해를 입고 있다고 개탄하며 지구를 구하는 데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우리가 지구의 미래를 어떻게 만들어갈 것인지에 대한 새로운 대화를 간곡히 호소한다”고 썼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2021년 10월 4일 바티칸에서 열린 ‘신앙과 과학: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를 향해’로 명명된 콘퍼런스에서 다른 종교 지도자들과 과학자들이 경청하는 가운데 연설을 하고 있다. | ALESSANDRO DI MEO/POOL/AFP via Getty Images/연합

교황은 올해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열린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에는 참석하지 못했지만, 이 행사에서 처음으로 열린 신앙관 개관식에 메시지를 보내 지구를 돌봐야 할 종교 지도자들의 책임을 강조했다.

많은 종교 지도자가 유엔 관리들과 함께 금융 기관에 ‘화석연료 프로젝트에 자금 지원을 더 이상 하지 말 것’을 요구하고 있다.

세계교회협의회, 무슬림장로위원회, 뉴욕 랍비위원회 지도자들은 “은행, 연기금, 보험회사에는 화석연료에 대한 투자를 중단할 ‘도덕적 의무’가 있다”는 성명을 두 차례(2021년, 2022년) 발표한 바 있다.

이들은 성명에서 금융 기관에 “지구상의 어린이와 미래 세대를 위해” 이른바 ‘재생에너지’에 투자하라고 압력을 가했다.

마이클 오팔론(Michael O’Fallon)은 국가 주권 수호를 위한 미디어 웹사이트인 ‘소버린 네이션스(Sovereign Nations)’의 설립자다.

그는 에포크타임스에 자신이 생각하는 ‘불길한 발전’에 대해 이야기했다.

런던에서 연설하는 마이클 오팔론. | 본인제공

그는 기후변화 의제는 세계의 에너지와 부를 관리하기 위한 유엔과 WEF의 노력의 일환이라고 말했다.

오팔론은 “이것은 모든 것을 포괄하는 것이 될 것”이라며 “우리가 이를 완전히 막지 못하면 모든 것이 바뀔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새로운 세계 질서의 증거로 808년 전의 ‘마그나카르타(Magna Carta·대헌장)’를 모델로 한 인간과 지구의 권리에 관한 문서인 ‘테라 카르타(Terra Carta·지구 헌장)’를 제시했다.

2021 테라 카르타는 영국 교회의 수장인 찰스 영국 국왕이 시작한 지속 가능한 시장 계획의 일환이다.

영국 찰스 3세 국왕이 지난 1일 두바이에서 열린 COP28 개회식에서 연설하고 있다. | Chris Jackson/Getty Images

테라 카르타의 임무에 따르면, ‘자연’은 이 세대를 위한 지속적이고 실질적인 유산을 보장하기 위해 “기본적 권리와 가치”를 부여받아야 한다.

전미복음주의자협회(NAE)와 같은, 전통적으로 보수적인 기독교 단체들도 환경 운동에 동참하고 있다.

기독교인들은 가난하고 취약한 사람들, 즉 세계주의자들이 말하는 ‘기후변화로 가장 큰 고통을 받게 될 사람들’을 돕는 것이 예수의 발자취를 따르는 것이라고 믿는다.

NAE 회장 월터 김(Walter Kim)은 2022년 성명서에서 “우리는 기후변화 등 우리 시대의 복잡한 문제들을 성경의 명료함과 이 세상, 특히 그 축복을 가장 적게 누리는 사람들을 향한 하나님의 마음을 반영하는 깊은 사랑으로 헤쳐 나가기를 원한다”고 했다.

그러나 제프리스 목사는 유엔이 파는 것을 사지 않겠다고 했다.

한 여성이 지난 6일 두바이에서 열린 COP28 정상회의장에 마련된 ‘신앙관’으로 들어가고 있다. | Giuseppe CACACE/AFP via Getty Images/연합

제프리스 목사는 “분명히 말하지만, 교회의 의제를 정하는 분은 유엔이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라며 “교회가 유엔의 목적성 있는 주장과 이유를 수용하는 것은 사실상 교회가 외부 조직에 의해 이용당하도록 허용하는 매춘 행위”라고 했다.

그는 국가라는 개념이 성경적인 개념이며, 세계 정부는 하나님 계획의 일부가 아니라고 했다.

제프리스 목사는 이번 달에 출간하는 ‘우리는 종말의 시대에 살고 있는가?(Are We Living in the End Times?)’에서 사람들이  현재 일어나고 있는 일을 정치적, 영적으로 인식해야 한다고 했다. 남침례교 목사인 제프리스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영적 조언자로 알려져 있다.

이른바 ‘기후 위기’가  그린페이스(GreenFaith)와 ‘종교간 파워 앤 라이트(Interfaith Power & Light)’의 환경 운동가들이 시위와 혼란을 일으키도록 자극했다.

그린페이스는 작년에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의 뉴욕 지사에서 시위를 조직했다. 시위대는 이 거대 투자회사에 “화석연료에 투자해 지구를 파괴하는 행위를 중단하라”며 불법 시위를 한 후 체포됐다.

기후 운동가들이 2022년 10월 29일 뉴욕의 블랙록 본사 앞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 | KENA BETANCUR/AFP via Getty Images

‘기후변화’를 막아야 한다는 호소가 전 세계적으로 먹혀드는 데 한몫한 것은 ‘전 세계 빈곤층이 광범위한 가뭄과 홍수로 인해 가장 큰 고통을 겪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비평가들은 세계주의적 처방이 일부 과학자들이 주장하는 기후변화 시나리오보다 훨씬 더 나쁘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들은 유엔이 종교를 압력 캠페인에 끌어들이는 것이 새삼 놀랄 일도 아니라고 한다.

독립재단인 ‘기후 인텔리전스(CLINTEL)’는 올여름 기후 비상사태는 없다고 선언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12월 1일 기준, 약 60개국의 과학자·전문가 약 2000명이 이 성명서에  서명했다.

기후 인텔리전스 창립 멤버인 마르셀 크로크 (Marcel Crok)는 에포크타임스에 “(이) 주제를 둘러싼 히스테리는 전혀 정당하지 않다”며 “최대한 빨리 화석 연료를 없애고 재생에너지로 대체하려는 ‘처방’은 ‘질병’보다 더 나쁠 것”이라고 했다.

종교의 힘을 활용하려는 유엔의 계획은 ‘쿤밍-몬트리올 글로벌 생물다양성 프레임워크 계획’에서도 볼 수 있다. 이 계획은 전 세계 천연자원과 멸종 위기에 처한 종을 보존하기 위해 2022년에 개발된 국가 간 협정이다.

이 계획에서 유엔은 ‘상당한 세력 범위와 영향력이 있는 종교 및 영적 단체는 이 야심찬 목표를 달성하는 데 중요하고 자연스러운 지지층이 돼야 한다’고 했다.

이와 유사한 2022년 COP27에서는 기후변화로 인해 가난한 국가가 입은 ‘손실과 피해’를 미국과 같은 부유한 국가가 배상하라고 촉구했다.

또한 WEF도 2016년에 발표한 ‘체계적인 글로벌 도전에 있어서 신앙의 역할(The Role of Faith in Systemic Global Challenges)’이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종교 없이는 기후변화를 해결할 수 없다”고 선언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클라우스 슈밥(Klaus Schwab) WEF 창립자이자 회장은 ‘글로벌 아젠다 위원회(GAC)’와의 인터뷰에서 가치관은 지적 이성만으로는 정당화될 수 없으며, 그렇기 때문에 신앙이 반드시 개입돼야 한다고 말했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왼쪽)가 2022년 5월 26일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WEF 연차총회에서 클라우스 슈밥 WEF 회장 옆에서 연설하고 있다. | Fabrice COFFRINI/AFP via Getty Images/연합

보고서는 종교는 ‘대의를 정당화’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는 도덕적 입장을 제공한다고 했다.

보고서는 또 “희망과 가능성에 대한 내러티브를 구성할 필요가 있다”며 “종교적 전통은 단기적인 관점과 장기적인 관점, 설득력 있는 내러티브를 결합한 풍부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고 적었다.

기후 정책이 에너지·식량 부족 사태 야기

헤리티지 재단의 에너지·기후·환경 담당 이사인 퍼츠곳-로스는 에포크타임스에 “국제기구가, 지구를 보호하기 위해 희생을 감수해야 한다고 노동자 계층을 설득하는 데 종교를 이용하는 것이 놀랍지 않다”고 했다.

퍼츠곳-로스는 또 기후 의제 추종자들은 재생에너지가 덜 안정적이고 비싸서 중산층의 생활 수준도 낮춘다는 사실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다고 했다.

그녀는 종교 지도자들이 선의로 기후 의제를 따르겠지만, 잘못된 기후 정책으로 에너지 부족 사태가 벌어지고 가격이 치솟는 것이 자국민이 서방 국가로 대량 이주하는 이유 중 하나라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고 말했다.

(왼쪽부터) 보리스 존슨 당시 영국 총리, 펠릭스 치세케디 콩고 대통령,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021년 11월 2일 스코틀랜드 글래스고에서 열린 COP26에서 무대에 오르고 있다. | Erin Schaff/POOL/AFP via Getty Images/연합

또한 화석연료를 제한하면 식량 부족 사태를 초래할 수 있다. 종교 지도자들은 식량 부족 문제를 기후변화의 결과로 보고 있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연료비 상승은 이미 식량 가격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국제 원자재 시장분석기업 ‘독립상품정보서비스(Independent Commodity Intelligence Services)’는 지난 9월 에너지와 비료 비용이 증가함에 따라 식량 가격이 계속 상승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퍼츠곳-로스는 스리랑카가 2021년 4월 갑자기 농작물에 합성비료와 살충제를 사용하지 못하게 한 점을 지적했다.

2021년 유엔 기후변화 회의에서 스리랑카의 고타바야 라자팍사 대통령은 자국이 유기 농업으로 전환했다고 자랑스럽게 설명했다.

하지만 이듬해에 농작물 흉년이 들었고 기아에 직면한 스리랑카인 수천 명이 대통령 관저를 습격해 라자팍사 대통령은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2021년 11월 16일 스리랑카 콜롬보에서 고타바야 라자팍사 스리랑카 대통령의 가면을 쓴 한 스리랑카 활동가가 생필품 부족을 규탄하는 시위에 참여하고 있다. | ISHARA S. KODIKARA/AFP via Getty Images/연합

퍼츠곳-로스는 “그래서 우리는 화석연료 없이 농작물을 재배하는 실제 실험을 하고 있다”고 말한다.

기후변화가 가난한 사람들에게 해를 끼칠 것이라고 우려하는 종교 지도자들은 값비싼 전기와 교통수단이 가난한 사람들에게도 피해를 준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그녀는 일부 사람들에게는 환경주의가 그 자체로 종교가 됐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