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공자학원 ‘노반공방’ 일대일로 진출국에 집중 건설

최창근
2022년 11월 8일 오후 1:28 업데이트: 2022년 11월 8일 오후 6:30

중국어·문화 교육기관을 표방하지만 실질적으로 중국 공산당 통일전선(統一戰線)기구이자 스파이 기관으로 간주되어 서구 국가를 중심으로 퇴출이 본격화되고 있는 공자학원(孔子學院)을 대신한 새로운 중국 공산당 선전기관이 주목받고 있다.

11월 7일, ‘미국의소리(VOA)’ 방송은 중국 정부가 설립한 직업교육센터 ‘노반공방(魯班工坊·Luban Workshop)’이 세계 19개국 25곳에 설치되어 운영 중이라고 보도했다.

‘노반공방’은 중국 춘추(春秋)시대 노(魯)나라 장인(匠人) ‘노반(魯班·본명 공수반(公輸般))’에서 유래했다.

중국 톈진(天津)시 인민정부가 시작한 사업으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핵심 외교정책인 ‘일대일로’ 사업 참여국 주민에게 직업교육을 제공하는 것이 설립 목적으로 알려졌다.

노반공방 제1호점은 2016년 태국 아유타야기술대학 산하 톈진보하이(渤海)기술직업학원 지원으로 설립됐다. 기계, 전기설비, 응용전자기술, 자동화 기술, 로봇 공학 등 노반공방 프로그램은 현지 수요 맞춤형으로 진행하고 있다.

2022년 현재까지 중앙아시아, 아프리카, 인도·파키스탄, 포르투갈 등 19개국에 25개 노반공방이 설치됐다고 지난 10월 20일 노반공방 측은 공식 SNS를 통해 발표했다.

노반공방과 공자학원의 해외 진출 모델은 기본적으로 동일하다. 중국 직업기술학교는 현지 파트너 학교에 ‘거점’을 만들어 수업을 개설하고, 중국 관련 기술을 가르치고 학생들은 졸업 후 현지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형태이다.

아프리카 마다가스카르 노반공방 전경. | 노반공방 홈페이지.

더크 반 더클리(Dirk van der Kley) 호주국립대(ANU) 지역·글로벌거버넌스대학 연구위원은 “현재까지 해당 국가에 대한 노반공방의 공헌은 제한적이며 지경학(地經學) 또는 소프트파워 도구로서 작용할 공간 역시 한정되어 있다.”면서 “다만 공방이 계속해서 규모를 확대한다면 상황이 바뀔 수 있다.”고 밝혔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노반공방으로 불리는 ‘직업 교육 네트워크’를 국제 석상에서 수 차례 언급했다. 2018년 중국·아프리카협력포럼 개막식에서 그는 “아프리카에 노반공방 10곳을 설립하자.”고 제안했다. 아울러 시진핑은 2022년 투르크메니스탄, 타지키스탄, 키르기스스탄 등 중앙아시아 국가 대통령들과 만난 자리에서 노반공방 설립을 타진하기도 했다. 이러한 점을 들어 더크 반 더클리 연구위원은 “이 프로젝트가 중국 중앙 정부의 지원을 받고 있다.”고 단언했다.

노반공방에서 열차 운행 실습 중인 아프리카인 실습생. | ltn.

VOA는 “노반공방은 중국의 일대일로 프로젝트와 깊숙이 연관돼 있다.”고도 했다. 그 근거로 “중국이 태국에 투자 중인 70억 달러(약 9조8500억원) 규모의 고속철도 프로젝트와 결합해 노반공방이 철도센터를 설립했다. 고속철도 기관차 점검 기술 및 고속철도 신호 자동 통제 두 전문 과정을 개설했다. 아프리카 지부티의 노반공방에는 철도운영관리 과정을 개설해 중국 기업이 현지에 건설·개통한 752㎞ 아디스아바바-지부티 철도 운영 인력을 교육했다. 몸바사-나이로비 철도, 헝가리-세르비아 철도, 중국-라오스 철도 등 일대일로 프로젝트 현장마다 노반공방을 개설해 자동화, 공업용 로봇, 신에너지, 철도 기관차 정비 등 중국 표준 기술 전파의 첨병(尖兵)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노반공방이 중국과 개발도상국 간 연계를 더욱 긴밀하게 만들어 지정학적 우위를 점할 것으로 보고 있다. 조너선 설리번(Jonathan Sullivan) 영국 노팅엄대 교수는 “개발국들이 자원을 받는 것을 탓할 수만은 없다. 중국이 유일한 제공자라면 자연스럽게 중국의 자원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지적하며 서방 세계가 노반공방에 버금가는 프로그램을 제공해 선의의 경쟁을 하는 게 최선이다.”라고 제안하기도 했다.